세계사의 중심축은 다시 아시아로 넘어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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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중심축은 다시 아시아로 넘어올 것인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7.0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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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가 세계를 제패하는 시대는 다시 오는가? |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80쪽

 

저자 다마키 도시아키는 700만 년의 인류사를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라는 핵심어로 정리한다. 그에 따르면, 인류는 총 세 번의 ‘글로벌리제이션’을 경험했다. 제1차 글로벌리제이션은 160만 년 전~25만 년 전 기간 호모에렉투스가 유라시아대륙으로 퍼져나간 사건이다. 제2차 글로벌리제이션은 7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대륙을 나와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간 일이다. 그리고 제3차 글로벌리제이션은 15세기에 시작된 대항해 시대로, 유럽인들은 배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원정을 다니며 막강한 힘과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저자는 이 세 차례의 글로벌리제이션 중 특별히 ‘제2차’와 ‘제3차’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이 두 차례의 글로벌리제이션에 ‘세계사의 중심축’이 형성되고 작동해온 주요한 맥락과 크고 작은 집단과 민족, 국가의 거대한 부와 권력이 만들어지고 이동해온 과정을 통찰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제2차 글로벌리제이션으로 인류는 세계 각지로 이주해 정착 생활을 했다. 그 과정에 처음으로 농경 생활을 시작했으며 ‘6대 문명’을 탄생시켰다. 6대 문명이란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인더스 문명, 황하 문명, 그리고 양자강 문명과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말한다. 6대 문명 중에서 최초로 경제 성장에 성공한 문명은 ‘황하 문명’이다. 황하 문명은 양자강 유역에서 일어난 문명을 포괄한 ‘중국 문명’으로 변모했고, 세계에서 가장 생활 수준이 높은 문명을 이루었다. 이는 경제사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 6대 문명 중 양자강 문명을 아우른 황하 문명, 즉 중국 문명이 패권을 쥐고 있었으며 ‘세계사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중국 문명의 패권은 놀랍게도 유럽에서 대항해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5세기 무렵까지 수천 년간 이어졌다.

이 책에서 저자는 3가지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고 ‘경제사학자’로서 자신의 전문지식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탁월한 관점과 해답을 제시한다. 3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황하 문명, 혹은 양자강 문명을 아우른 중국 문명은 어떻게 세계사의 중심축을 형성했으며 수천 년간이나 경제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2. 오랜 세월 중국 문명, 혹은 아시아가 장악하고 있던 경제적 패권과 세계사의 중심축은 15세기 이후 왜 유럽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을까?
3. 15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동한 세계사의 중심축과 경제 패권은 어떻게 이동해왔으며 향후 어떻게 이동해갈 것인가? 그리고 세계사의 중심축은 다시 아시아로 넘어올 것인가?

아시아는 5,000여 년 인류 역사의 상당 기간 경제적으로 유럽보다 우위에 있었다. ‘세계 6대 문명’(저자는 이른바 ‘4대 문명론’에 반대하며 양자강 문명, 메소아메리카 문명을 더한 ‘6대 문명론’으로 파악한다) 중 경제적으로 가장 번영을 누린 문명은 중국의 황하 문명이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진시황은 춘추전국을 통일하는 과정에 ‘반량전(半兩錢)’이라는 화폐로 거대한 중국의 경제통합을 이루어냈다. 이는 유로화를 매개로 대륙의 경제 통일을 달성한 유럽 연합 모델보다 무려 2,000년 이상 앞선 위대한 도전이자 눈부신 성취였다.

경제적 패권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대항해 시대에 이르러서였다. 포르투갈?에스파냐 등으로 대표되는 유럽이 뱃길을 통해 전 세계에 진출하며 부를 축적하는 동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안주하고 있었다. 유럽은 구텐베르크 활자혁명, 종교개혁, 산업혁명 등을 거치며 세계 패권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 패권은 제1,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손에 완전히 넘어가는데……. 

이제 세계사의 중심축은 어디로 이동할까? 수천 년 동안 우위를 점하다가 15세기에 이르러 역전당한 아시아가 다시 패권을 차지할 수 있을까? 세계사의 중심축을 유럽과 미국의 뒤를 이어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각 나라는 유럽과 미국이 구축해놓은 시스템 안에서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루며 정상을 향해 줄기차게 나아갔지만 패권을 되찾기에 아직은 역부족인 상황이다.

세계 경제가 하나로 통합되어 세계 시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이 거의 없게 된 것은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단순히 하나로 통합된 정도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전 세계가 그야말로 하나의 운명 공동체가 된 모습이다. 저자는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경제 시스템, 산업화가 중심 역할을 하는 기존의 경제 시스템은 이미 한계를 맞이했다고 진단한다. 또 그는 전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시급히 구축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가 된 이 세계에서 함께 잘살기 위한 기준, 세계사의 중심축의 패러다임 변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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