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과 재산 많은 노인도 사회적 불안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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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과 재산 많은 노인도 사회적 불안 높아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7.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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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FOCUS]
- 60세 이상 노인 자산, 부동산 비중 높고 비상시 쓸 수 있는 현금 부족해
- 은퇴 이후 5~10년 혹은 10~15년 경과 기간까지 노인의 사회적 불안 수준 계속 상승하다 이후 하락
- 노인의 사회적 불안 적시에 관리 못하면 노년기 삶에 부정적인 영향 줄 수 있어
- 현재 노인과 미래 노인 세대의 사회적 위험 사전 점검하고 감지하는 체계 마련해야

 

우리나라 노인의 사회적 불안 수준은 보통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한 노인은 적응·안전 불안과 불공정·경쟁 불안이 은퇴하지 않은 노인 혹은 평생 일한 적 없는 노인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직장에서 은퇴하고 5~10년 혹은 10~15년이 경과되는 기간까지 사회적 불안 수준은 계속 상승하다가 이후 하락했다.

또한 일용직과 임시직에 종사하는 노인은 사회 불안 인지 수준과 불평등 영역의 불안 수준이 다른 경제활동 참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소득과 재산이 낮은 집단뿐만 아니라 높은 집단에서도 사회적 불안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은 이 같은 분석을 담은 보고서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제425호 ‘노인의 사회적 불안과 함의’를 발간했다(연구책임자: 불평등소득정책연구실 삶의질연구센터 곽윤경 부연구위원).

사회적 불안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안전사고나 불신의 경험,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인식에 근거해 유발되는 불안으로,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사연은 지난해 65~74세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사회적 문제 경험과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내용은 사회적 불안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 응답자의 경험, 사회적 관계, 응답자 스스로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인구사회학적 특성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구성됐다.

곽윤경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전기노인(65~74세)은 본인 및 배우자의 은퇴, 건강 변화, 자녀 출가 등 가족 내 그리고 사회에서 역할 축소를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긍심이 낮아지며 삶의 만족도가 저하된다. 이런 다양한 변화와 경험은 이들의 삶에 정서·심리적으로 큰 변화를 유발하여 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킨다.”

이어 곽 부연구위원은 “이들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이전 세대의 노인과 달리 매우 강하다. 이런 욕구와 의지는 실제로 이들의 경제활동 참여율 상승으로 반영되지만,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노인 다수는 고용의 보장성과 안정성이 낮은 임시직, 비정규직 등 단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노인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들 전기노인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등의 특성이 중기 및 후기노인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들 집단에 대한 특성과 정책 욕구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곽 부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노년기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년기를 세분화하여  전기노인의 사회적 불안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했다.

곽 부연구위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향후 생애주기별 맞춤형 노후 설계 서비스를 지원하고, 보편적인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며, 정기적으로 사회적 불안을 모니터링할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 내용 요약】

◇ 사회적 불안의 개요 및 측정

ㅇ ‘한국인의 사회적 문제 경험과 인식 조사’의 관련 문항은 사회 불안 인지, 적응·안전, 불공정·경쟁, 불신·무망감, 불평등 불안으로 범주화되었음.

▪ 사회 불안 인지: 우리 사회에 대한 불안을 의미함.
▪ 적응·안전 불안: 빠르게 흘러가는 속도의 시대에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생활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데서 발생하는 불안을 의미함.
▪ 불공정·경쟁 불안: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유발되는 불안임.
▪ 불신·무망감 불안: 우리 사회 그리고 중앙정부에 대해 불신하고 희망을 느끼지 못해 발생하는 불안을 의미함.
▪ 불평등 불안: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불평등 문제로 인해 느끼는 불안임.


◇ 노인의 사회적 불안 수준

ㅇ 노인의 사회 불안 인지는 5점 만점에 3.49점(표준편차 0.92)으로 높은 수준이었고, 영역별로는 불평등 > 불공정·경쟁 > 불신·무망 > 적응·안전 순으로 나타남.

ㅇ 노인의 은퇴에 따른 사회적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평생 일한 적 없는 노인 집단에서는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 인식(사회 불안 인지)이 매우 높게 나타남.

은퇴한 노인 집단은 적응·안전 불안과 불공정·경쟁 불안 수준이 은퇴하지 않은 집단과 평생 일한 적 없는 집단에 비해 높음. 이는 은퇴 이후 노인이 스스로 새로운 삶의 패턴에 적응해야 하는 데서 유발된다고 볼 수 있음.

ㅇ 직장에서 은퇴하고 5~10년 혹은 10~15년이 경과되는 기간까지 사회적 불안 수준은 계속 상승하다가 이후 하락함. 

ㅇ 경제활동 참여 상태에 따른 사회적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임시직과 일용직에서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 인식(사회 불안 인지)과 불평등 영역의 불안 수준이 다른 경제활동 참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남.

무급가족종사자는 적응·안전 불안과 불신·무망 불안이 다른 경제활동 참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남.

ㅇ 소득 및 재산에 따른 사회적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사회적 불안은 소득 4분위, 그리고 재산이 2억~10억 원인 집단에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다가, 이후 소득 5분위 집단과 1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집단에서 다시 높아짐. 이는 곧 돈을 더 벌고 재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불안이 감소하는 것은 아님을 말해 줌.

소득 분위가 높은 집단과 재산이 많은 집단이 불안한 이유는,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비상시에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음.

또한 사회적 위험에 직면할 때, 주변 지인의 도움이나 사회안전망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음. 또한 사회적 안전망이 있다 하더라도 노인은 청년과 달리 신체 건강의 저하 등으로 인해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회복하더라도 같은 경제적 수준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린 것으로 보임.

◇ 노인의 사회적 불안에 대한 정책적 함의

ㅇ 개인이 사전에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노후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음.

ㅇ 보편적인 관점에서 노인 관련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되, 사회적 불안이 높은 집단에 대해서는 특화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

ㅇ 노인의 사회적 불안을 사전에 예견, 관리 및 조치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노인의 사회적 불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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