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히고 잊힌 우리의 수학에 빛을 들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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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히고 잊힌 우리의 수학에 빛을 들이대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6.28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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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수학문명사 | 김영욱·이장주·장혜원 지음 | 들녘 | 576쪽

 

모든 문명의 중심에 수학이 있다. 수학의 힘 없이 문명의 발전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은 세계 4대 문명이 증명한다. 수학은 인간 사고의 핵심이며, 수를 사용하는 방법을 통해 농경의 발전에 따른 인구의 증가나 부의 축적, 토기, 치수, 직물 제작과 교역, 도시 형성 등이 가능해졌다.

중국 황하 문명과 함께 발달한 동양의 전통수학은 기원전에 이미 수학의 체계를 갖추었지만, 진시황 때의 분서 등으로 맥이 끊겼다가 한나라 때에 다시 정리되어 동양 각지에 전해졌다. 우리나라에 전해온 수학은 중국 수학의 변화와는 별개로 우리만의 특색을 가진 학문으로 독특하게 발전해왔다. 

중국의 주변국들 중 과학과 수학에 관심이 깊은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었다고 과학사가들이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꽃을 피운 우리의 전통수학은 중국과 일본으로 전파되기도 했다. 이는 당시 서양 수학의 유입으로 침체되었던 중국의 전통수학을 다시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아직은 미개했던 일본을 동양 수학의 세계로 진입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수학의 역사는 묻히고 잊혀져, 과연 우리에게 수학을 발전시킬 역량과 수학의 역사가 있었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하지만 국가의 발전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조선 세종조에 와서는 우리 수학의 수준이 세계 최고였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18세기 초의 수학자 홍정하는 산가지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우리만의 독특한 계산법을 만들기도 했고, 19세기 이상혁은 중국에도 공식만 들어와 있던 구면삼각법의 공식을 혼자서 증명해내기도 했다. 왕은 물론이고 영의정에서부터 시골의 가난한 양반까지 수학을 즐겨 공부하고 연구했다는 기록도 많이 볼 수 있다.

수학이 우리 문명에 기여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 만큼, 이 책은 그 내용에 따라 총 7개의 장으로 분리, 구성되었다. 제1장에서는 고대에서 고려시대까지의 수학을 간단한 개관한다. 제2장은 수학이 우리 생활의 발전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고, 제3장은 조선의 건국 과정에서 수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와 세종조에 이르러 활발히 연구된 수학을 중심으로 기록했다. 

제4장은 그 결과 조선의 수학이 어떤 형태로 자리잡았는가를 살펴보고, 제5장은 조선 후기의 수학 발전에 대하여, 그리고 제6장은 서양 수학을 우리가 어떻게 수용했는지를 기술했다. 제7장은 전통수학의 내용을 역사적 관점에서 해설하고, 마지막의 부록은 중국과 일본의 수학의 변천과 우리나라와의 교류 등을 간략히 적었다. 

특히 제5장과 6장은 조선 중기 외세의 침입 등으로 황폐해졌던 나라를 다시 일으키는 과정에서 수학이 어떻게 부활했는지, 조선 후기의 수학이 어떤 양상을 띠고 얼마나 다양하게 변했는지, 그리고 서양 수학을 수용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으며 이를 극복한 조선의 수학자들은 어떤 놀라운 업적을 이뤘는지를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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