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동북공정 이후 역사왜곡 고대서 한국사 전체로 확대…한중간 역사·문화 갈등 심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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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동북공정 이후 역사왜곡 고대서 한국사 전체로 확대…한중간 역사·문화 갈등 심화될 것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6.2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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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회의]
- 동북아역사재단 '동북공정 20년 성과와 과제' 학술회의
- “동북공정 20년…현실 국제관계 더욱 위태롭게, 평화와 공존 위협”
- "한국 학계, 고유 이론 정립 필요…북방사 연구 체계화해야“

 

지난 17일 열린 동북아역사재단 학술회의 종합토론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식 역사인식에 대응할 한국사 체계 구축과 논리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중국 역사학계가 2007년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종료한 이후에도 자국 중심으로 주변국 역사를 재단·왜곡하는 패권적 역사 인식을 지속·심화하고, 한중 갈등의 골도 깊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현실 정치와 맞물린 중국의 역사 침해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이하 ‘재단’)은 지난 17일(금)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중국의 역사 정책과 동북아 역사문제’를 주제로 비공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개시된 지 20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동북공정 종료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중국의 자국 중심의 역사 인식을 점검하고 그 변화의 양상을 검토하여 향후 우리 학계의 대응방향을 전망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동북공정은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현재 중국 영토에 속하는 지역과 그 지역에 살았던 민족의 과거사는 모두 중국사’라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에 입각해 요녕성(랴오닝성), 길림성(지린성), 흑룡강성(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의 역사, 지리, 문화, 민족, 강역 문제를 자국 중심으로 조사하기 위해 실시한 연구사업이다.

동북공정은 형식적으로는 2007년에 종료되었지만, 이후에도 자국 중심의 역사 인식은 계속되고 있다. 연구 사업으로서 동북공정은 종료되었지만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에 의거하여 자국 중심으로 중국은 물론 주변 여러 나라들의 역사를 재단하는 패권적 역사인식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사학계는 이러한 중국의 자국 중심의 역사인식을 동북공정의 계속과 연장이라는 관점에서 꾸준히 비판해 왔으며, 동북아역사재단에서도 지속적인 사업들을 추진하며 대응해 왔다.

현재 중국의 ‘동북공정식 역사인식’으로 인한 한·중 갈등은 역사의 영역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인식을 둘러싼 갈등이 학계를 넘어 시민사회 일반으로 확산됐고, 이를 토대로 한국과 중국의 시민들이 상대를 혐오하는 이른바 혐중·혐한의식이 양국의 거리를 더욱 멀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의식 아래 중국의 역사 정책 실태를 점검하고 향후 대응을 전망하는 한편 중국의 자국 중심적 역사인식에 따른 서술이 한국사 일반으로 확장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비판적으로 점검했다. 동북공정 이후 한국사나 그와 연관된 중국학계의 새로운 연구동향을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용어나 개념 재설정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학술회의 개회사를 하는 이영호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사진=동북아역사재단]<br>
학술회의 개회사를 하는 이영호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사진=동북아역사재단]

주제 발표에 앞서 이영호 재단 이사장은 “중국은 동북공정 초기 소수민족의 역사를 통제해 변경을 안정하려는 것을 넘어 최근 ‘중화민족 공동체론’이라는 담론을 내세워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중화민족에 예속시키려 한다”라며 “미·중 대립의 격화되면서 현실이 역사로 소급되는 양상이 거칠어지고 심화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영호 이사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웃 국가들의 역사가 침해받는 데 머물지 않고 현실의 국제관계를 더욱 위태롭게 하면서 동북아의 평화와 공존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학술회의가 한국만이 아니라 이웃 중국과 일본 및 여러 나라에 울림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동북공정 전반을 분석한 기조 강연(재단 김현숙)과 ▲고조선·부여사(세종대 조원진) ▲고구려사(대구대 권순홍) ▲발해사(재단 권은주) ▲백제사(재단 위가야) ▲고려사(카톨릭대 이승민) ▲중국의 번속이론, 변경, 국제관계 인식(선문대 손성욱) ▲중국의 ‘칭바이산(백두산) 문화론’(재단 문상명), 중국 교과서의 한국사 인식 및 서술(재단 우성민)로 나눠 중국의 최근 연구 동향과 문제점, 향후 전망, 그리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 기조 강연에서 김현숙 재단 수석연구위원은 “5년짜리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종료됐지만 중국의 현재적 관점, 영토중심적 사관에 의거한 한국사 인식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 학계에서 나온 한국사 관련 연구물을 살펴본 김 위원은 “역사·문화·언어·예술 분야 등 전방위적으로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 및 한국 왕조들의 중국에 대한 종속성을 부각하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북공정 당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고구려 관련 연구는 서서히 줄고 대신 고조선, 부여 관련 논문이 증가하고, 가야와 백제, 신라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고려, 조선 관련 연구물이 눈에 띌 만큼 증가했다. 또한, 전근대기 한·중 관계를 종번론 시각에서 정리하는 작업에 주력한다”며 한국사 전방위에 걸쳐 종속이론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그는 동북공정 전후 중국학계의 연구 전반을 분석하고 “동북공정 초기에 편향성이 강한 사료로 정해진 이론에 끼워 맞추는 식의 논문이 적지 않았다면 최근 차분히 논증하고 분석한 글이 많아졌다”라고 평하고 “『삼국사기』 등 한국 측 사서를 수집·분석하고 한국과 북한, 일본, 서구 학계의 연구도 도입·활용하는 등 광범위한 자료 집성과 번역사업으로 연구기반을 확립했다”라고 했다. 김 위원은 동북 지역 연구자들이 개별 연구와는 별도로 사료를 집대성한 결과물을 속속 내놓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또한, 동북공정 이후 동북 3성 지역사에 대한 중국 학계의 연구물의 양적·질적 수준이 향상됐으며, 연구자가 동북3성 외 지역에서도 나오는 등 지역적 외연이 넓어졌고 신진연구자 숫자도 증가했으며, 대중서 출판, 동북공정식 역사 인식을 입각한 박물관 개관 등을 통해 애국주의 교육 실현과 대외 전파가 이루어지는 현황을 밝혔다. 

 

김현숙 동북아역사재단 수석연구위원이 '한중 역사 갈등의 현황과 과제-동북공정을 넘어 미래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br>
김현숙 동북아역사재단 수석연구위원이 '한중 역사 갈등의 현황과 과제-동북공정을 넘어 미래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동북공정의 영향력 아래 최근 격화되고 있는 한·중 갈등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김 연구위원은 “시진핑은 ‘일대일로’ 정책과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중화문명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현창하고 아울러 여러 분야에서 중국적 표준을 만들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정치문명, 경제문명, 생태문명 등 주요 영역에서 문명대국을 지향하여 종합 문명대국을 건설하고자 한다”며 “중국인들이 자국의 역사와 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고 그것이 애국심으로 발현하여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믿음과 충성으로 승화화길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시진핑이 트럼프를 만났을 때 “한국은 예전에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했다는 전언은 잘못된 소문이거나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가볍게 한 말은 아닐 것”이라며 “이것이 한국사를 바라보는 시진핑의 기본적인 인식이라면 기실 지금이 동북공정 시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진핑 집권 이후 중화 문명의 우수함을 알리려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한중 갈등은 동북공정 시기보다 더 심해졌다”며 “역사와 문화를 둘러싼 양국 갈등은 이미 동북공정 차원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오, 농악, 한복, 김치를 둘러싼 원조 논쟁 등에서 혐한 반응을 보이는 중국 누리꾼이 늘고 있음에도 중국 정부는 논란을 가라앉히기보다 여론을 유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동북공정’이라는 용어의 사용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은 "중국의 자민족 중심주의, 패권주의 역사관이 이미 다른 차원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계속 동북공정이란 용어로 중국을 비판하면 중국 측 의도의 일부분만 보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연구 프로젝트 명칭인 동북공정을 본래 개념으로만 한정해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김현숙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역사학계가 지나치게 현실(정치)에 복무(服務)한 반면 우리 역사학계는 객관적 연구를 금과옥조로 삼아 그들만의 리그에서 머물러 왔다”라며 “한국사에 대한 시대가 요구하는 과업에 고민하고 답을 해야 할 때”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중국 역사공정에 대응할 제언으로 첫째, 한국사를 종합 체계화한 한국사대계, 한국통사 편찬, 둘째, 중국의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에 대응할 한국사에 맞는 독자적인 역사이론 개발, 셋째, 한국사 입장에서 고조선·고구려 등 북방사 재정리와 함께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역사갈등의 계승을 막기 위해 한·중의 공동번영과 발전, 공생의 길로 가기 위한 동아시아사 연구 및 역사교육을 위한 노력을 하자고 중국 측에 제언할 필요가 있다”라며 ‘한·중역사공동연구위원회’ 설립 추진을 말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17일 재단 대회의실에서 동북공정 20년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의 역사정책과 동북아 역사문제'를 주제로 비공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사진=동북아역사재단]<br>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17일 재단 대회의실에서 동북공정 20년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국의 역사정책과 동북아 역사문제'를 주제로 비공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사진=동북아역사재단]

▶ 학술회의에서는 연구자들이 중국 학계의 고조선·부여사, 고구려사, 발해사, 백제사 연구 현황을 평가하고, 백두산 역사와 문화를 중국 시각으로 해석한 '창바이산문화론' 등을 고찰했다.

문상명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장백산(백두산의 중국식 명칭)’이 중국 역대 왕조의 영토였다고 주장하는 ‘창바이산문화론’을 고찰했다. 문 위원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백두산을 등재하는 것을 저지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며 ”궁극적으로 중국과 백두산을 공동 등재할 수 있도록 북한과 논의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북공정 전후 중국 역사교과서를 분석한 우성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새로운 중국 국정 교과서에서는 중국 중심 팽창주의가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며 양국 학계 교류를 통해 역사 갈등을 해결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대 중국의 역사 정책과 동북아 역사문제 대처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열린 종합토론의 좌장을 맡은 여호규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에 온라인 참석한 윤재운 교수(대구대 역사교육과)는 중국 역사공정에 대응한 한국 역사학계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고구려나 신라가 중원 국가와는 다른 독자적인 천화관을 가졌듯 우리도 연구자 간 만남과 활발한 학제 간 융복합 연구 등을 통해 중국 측 역사해석에 대응할만한 우리 학계 대표할 독창적 이론 체계가 나와야 할 것”이라며 “지금도 중요한데 미래가 더욱 중요하다. 학문의 후속세대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홍성화 부산대 교수는 “한·중 학자 간 교류와 접촉이 중국 동북공정 학자들의 인식과 상호 이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알고 있다”라며 “지속적인 접촉과 동시에 학술대회, 역사 학술 연구지원 등을 통해 우리 측의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유효한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계승범 교수(서강대 사학과)는 중국의 역사공정에 대응해 보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우리는 대응만 하면서 20년이 지났다. 한국에서 나온 관련 연구에 중국 측이 대응하게끔 우리가 연구를 많이 내야 한다. 중국 측 논리의 명백한 허점을 지적하고 ‘역사는 무엇인가, 정권의 시녀인가’라는 질문도 던져야 한다”라고 했다.

박선미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장은 “역사 왜곡을 비판하고 바로잡고 왜곡된 역사 인식을 극복하는 과제와 함께 중국과 더불어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는 연구가 없는지 모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종합토론의 좌장을 맡은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중국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국민에게 전달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대응할 충분한 역량을 우리가 장기적으로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역사를 인류사 차원에서 새롭게 정립하고 동아시아 각국과의 역사갈등 문제를 해결하고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 인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여호규 교수는 학술회의 후 인터뷰에서 중국 역사공정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보다 체계적인 연구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종번(宗藩)이론으로 한국사를 종속하려고 하는데 이 한 가지만 검토하려고 해도 한국 고대사부터 개항기까지 연구자와 중국사, 일본사, 베트남사 연구자 등이 다 모여야 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연구역량 확보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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