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시대의 규제혁신
상태바
플랫폼 경제시대의 규제혁신
  • 나지원 아주대학교·법조실무
  • 승인 2022.06.26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평]

새 정부의 내각 인선과 변화되는 경제정책 기조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가 규제혁신 추진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브리핑을 직접 진행하여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정부의 규제혁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손톱 밑 가시’ 규제해소, 규제개혁, 혁신성장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규제합리화 노력이 있었지만, 매년 국회에서는 다양한 명분으로 새로운 규제 내지 규제에 준하는 조치를 포함하는 법률이 제·개정되고 있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규제 현실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정부도 자평하고 있다.

이번 새 정부는 ‘덩어리 규제의 전략적 개선’을 내걸고 있는데, 그러한 규제혁신의 배경은 우리 경제의 총요소생산성 수준이 2030년에는 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자본 투입 증가분을 빼고 경제성장 요인의 기여도를 총합한 것으로 경제 전체의 혁신과 효율성을 보여주는 종합적인 지표이다. 총요소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실로 매우 다양하다. 한국 경제의 경우 1980년대 초반에 진행된 시장개방을 위시한 경제자유화 조치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민간의 구조조정 조치를 통해 총요소생산성이 개선된 선례가 있다고 IMF는 평가한 바 있다. 새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단골메뉴에 해당하는 시장개방이나 구조조정이 아닌 규제혁신에 방점을 두고 한국 경제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듯하다. 이는 이번 정부의 친시장적, 친기업적 배경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도 생각된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직면한 디지털 대전환, 플랫폼 경제로의 변환이라는 현재의 국면은 공급자(사업자)와 수요자(이용자)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양면시장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분석에 기반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규제합리화 차원에서 종전과는 다른 난제가 수두룩하다. 자칫 잘못하면 정부의 조치가 특정기업이나 산업의 밀어주기로 오해될 소지도 있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거나 경쟁자나 영세사업자의 집단적 반발을 야기하기 십상이다. 이를 의식하였는지 새 정부는 보다 힘 있고 체계적인 규제혁신을 위하여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혁신 전략회의를 두고, 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규제혁신추진단이 수도권, 노동, 환경 등 파급효과가 큰 덩어리 규제에 대하여 전문적 역량을 투입하여 개선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기업과 국민의 현장의 애로를 구제하기 위한 규제심판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이 전반적인 규제혁신의 전략과 방향을 이끌고, 총리가 각 부처와 연구기관, 경제단체를 아우르는 전문가 집단의 역량을 결집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이나, 그러한 규제혁신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 여론 수렴 문제에 대한 대비책은 잘 보이지 않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또한 법적 관점에서 규제심판 제도의 도입은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법령에 근거를 둔 행정규제에 대하여 구체적 사건(가령 국민이 규제로 인하여 관련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의 적법성이 문제되는 경우 행정부 내의 행정심판이나 법원의 재판절차를 통해 구제되어 온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여기서 나아가 구체적 사건과 관계없이 규제 관련 법령의 적정성에 대하여 규제심판의 이름으로 일종의 추상적인 규범통제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행정권에 의한 국회 입법권 잠식, 정치권력 오남용 우려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향후 규제심판 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헌법의 가치인 삼권분립 보장 차원에서 사법부(헌법재판 기능 포함)와 입법부와의 기능적 조율이 병행되어야 하고, 규제심판 제도에 대한 법제적 기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절차상 난항이 예상된다. 

기존의 정보혁명, 모바일혁명에 더하여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의 가세로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통칭되는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이 급가속 중에 있다. 단적으로 각종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와 플랫폼 기업들이 국민생활에 깊게 뿌리내림으로써 이것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그러한 플랫폼 경제의 편리함과 쾌적함 이면에는 네트워크 효과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예상되는 시장의 독점화, 소득의 양극화, 취약 노동자 계층의 양산이라는 그늘이 자리 잡고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새 정부의 규제혁신 노력은 지속되고 권장되어야 할 것이지만 금번의 규제개선은 새로운 경제구조와 사회정책적 요구에도 부합할 수 있는, 옷으로 따지자면 정교한 맞춤형 방식으로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나지원 아주대학교·법조실무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취득했고, 법무법인(유) 충정의 구성원변호사를 거쳐 현재 아주대 로스쿨에서 법조인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FRAND확약의 효력과 표준특허권 행사의 한계」가 있으며, 정부와 지방자체단체의 각종 평가업무 등에 관여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