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의 중심체가 되어야 할 지역 대학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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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발전의 중심체가 되어야 할 지역 대학의 현주소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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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2019년 12월 말까지의 대한민국 인구는 5184만 9861명으로 집계되었다. 특이한 현상은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 소위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세 지역을 합친 수도권 인구가 50,002%로 비수도권 인구를 제쳤다.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2047년에는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14개 시도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48.4%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울 공화국이란 말이 생겨난 지도 상당한 세월이 지났지만, 갈수록 비대해져만 가고 있는 수도권의 모습은 괴물로 변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사람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사람살이에 필요한 모든 것이 함께 공급되어야 하는 수도권 삶의 생태계는 비정상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집값을 잡느라 전쟁을 치루듯 행정력을 쏟고 있는 정부나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는 시민들의 생활상이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지 이미 오래다.

그래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공공기관을 지역으로 이전시키고, 생산시설을 지역으로 분산시켜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말은 무성하지만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수도권 자체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상황도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신의 출신 지역에서 일할 인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런 현상이 반복될 때마다 지역 공동화가 더 심화된다. 이 와중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이 소위 지역대학이다. 지금 지역대학은 삼중고를 치르고 있다.

우선 지역의 우수 고등학생이 대학을 선택할 때, 자연스럽게 수도권 대학을 선호함으로써 상위권에 속하는 절대다수의 학생들은 수도권대학으로 진학을 원한다.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 지역 대학의 입장에서는 이 예비 우수인력을 지역에서 교육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인재의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다 현실화된 대학 학령인구의 감소는 지역대학의 정원도 제대로 못 채울 정도로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지역대학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역대학에 입학하여 재학 중인 학생들 역시 편입을 통해 수도권 대학으로 진출하는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지역대학의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상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지역대학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가 힘들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인구의 집중으로 인해 수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고, 지역은 지역대로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대로 둔다면 국가균형발전이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마다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거기에 적절한 인재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지점에 지역대학이 풀어야 할 난제가 있다. 

지역과 지역대학들이 새로운 협력체계를 구축해서 지역의 인재를 지역에서 키워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교육부가 제안한 ‘지자체-대학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은 고려의 대상이 된다. 무엇보다도 이 사업은 지역을 살리고 지역대학을 살릴 수 있는 일차적 목표를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과 지역대학의 현장을 꼼꼼하게 살펴 그 지역에 맞는 산업과 인재를 제대로 키워낼 수 있는 바탕을 잘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기획을 통해 긍극적으로는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리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를 실현해 나가려면, 지역에 산재한 대학들이 단일 대학 중심의 기획보다는 한 지역권의 대학들이 모두 참여하는 연합적이고 융합적인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시행방법도 몇 개의 지역을 시범 선정하여 시작하는 방식보다는 모든 지역대학들이 각자가 처한 지역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기획을 통해 시도할 수 있도록 모든 지역대학에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각기 사정이 다른 지역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해 줄을 세우는 구태의연한 대학평가 방식으로는 지역을 살릴 수 없다. 이제는 지역대학이 처한 위기를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자율권을 먼저 준 후에 책임을 따져야 할 시점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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