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정책, 이대로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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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정책, 이대로는 문제가 있다
  • 최병택 공주교육대·한국근대사
  • 승인 2022.06.1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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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오늘날 교육은 위기에 처해 있다. OECD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의 삶의 만족도는 거의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학생의 상당수가 사교육에 몰리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는 학생 수 감소로 농어촌 학교가 문을 닫고 입학 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위기 상황 속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우리 교육 당국이 교육의 질을 향상하고 그 사회적 역할을 제고하는 데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최근 교육부가 인성교육, 시민교육을 강조하고 진로교육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것만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1960~70년대 경제성장기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달라졌는지는 의문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인재를 양성해야 하며,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 정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선인들의 가르침이 이 말에 담겨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교육의 중요성은 이런 단어를 거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오늘날 사람 중에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교육이 그 역할을 제대로 담당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돌아보건대 과거 경제개발을 가장 최우선적인 과제로 삼았을 때에도 교육은 위정자들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긴 국가적 관심사였다. 당시 우리 정부는 단기간에 낙후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양질의 노동력’을 최대한 빨리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일방적으로 선정한 소정의 교육과정을 학생에게 주입시키는 교수법이 유행하게 되고, 교육 당국이 이를 장려하기까지 했다.

교육을 인재 양성, 양질의 인적 자원 배출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대학 입시 정책에서 정점을 이룬다. 대입 예비고사, 학력고사가 치러졌을 때, 평가의 주안점은 변별력을 확보하는 데 있었다. 쉽게 말해 줄세우기를 위해 시험을 치렀고, 그 줄의 상위를 차지한 학생에게 이른바 명문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데 교육의 책무를 스스로 가둔 셈이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단순 암기 교육으로는 제대로 된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대입도 수학능력시험으로 재편되는 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 시험도 예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한정된 시간 내에 정해진 정답을 찾아내게 하고, 그 점수를 바탕으로 등급을 내기 때문에 학교 교육에서의 암기식 학습은 더 기승을 부렸다. 

줄세우기식 평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보니 정책 담당자들도 어떻게 하면 대입 평가에서 공정성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집착했다. 백년을 내다보고 교육 정책을 바꾸어야 할 책무를 가진 교육 당국이 그저 정시 대입을 확대할 것인가 아니면 수시를 확대할 것인가 하는 이슈에 갇혀 버렸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늘날 교육 당국은 본질적으로 1960~70년대 경제성장기의 교육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최근에는 직업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면서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이곤 하는데, 이 역시 학습자들을 ‘양질의 노동력 자원’으로 바라보는 과거의 시각을 답습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제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영국의 교육학자 켄 로빈슨은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는 제목의 유튜브 강연을 통해 암기식 수업이 얼마나 많은 잠재력을 잠재우고 획일적인 졸업생을 양성하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최근 OECD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받아들여 학생의 창의성을 개발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사실 오늘날 사회는 예전과 같이 대량 생산의 산업구조로는 더 이상 발전을 기할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서 세계 교육 트렌드를 주도해나가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의 산업 구조에 최적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 천착해야 한다. 많은 양의 지식을 주입하려고만 하는 지금의 우리 교육은 학습자를 위한 교육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다. 

최근 상당수 교사가 이러한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학습자 중심, 토론식 수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추구하고 있다. 교육 당국은 이러한 움직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학습자가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탐색하여 자아를 충분히 정립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열어둘 필요가 있다. 

사실 이는 대학 교육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매우 필요한 조치다. 오늘날 교육 당국은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한다면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조치가 대학을 줄여나가기 위한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곤 한다. 학생 자원의 감소로 지방 대학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오늘날, 그 위기를 실감하는 대학은 특성화를 통해 교육을 혁신하고자 노력하지만 위기에서 벗어나 있는 대학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그저 답습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교육 당국이 이들 소수의 대학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 문제를 대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표현하곤 한다. 교육 당국이 과거와 같은 교육 정책을 답습한다면, 학습자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그와 같은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시대의 요구에 뒤떨어진 교육은 결국 도태되고 만다. 교육이 그저 대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전락된다면 우리 사회는 바람직한 발전의 방향을 잃고 말 것이다. 최근 교육부는 국가 교육과정을 새롭게 짜고 있는데, 그 새로운 교육과정에는 백년을 내다보는 고심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건전한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우려와 관심을 두루 살피고 언젠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그 개선에 합의할 수 있도록 여론을 이끌어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


최병택 공주교육대·한국근대사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국사학과에서 한국 근대사를 공부했다.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로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조선총독부의 화전 정리 사업」, 「일제하 학교비 재정 운영의 성격 - 호별할(戶別割)과 기부금 문제를 중심으로 -」, 「역사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대안 서사 모색 및 핵심개념 도출의 필요성」 등이 있고, 『경성 리포트: 식민지 일상에서 오늘의 우리를 보다』, 『욕망의 전시장: 식민지 조선의 공진회와 박람회』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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