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으로 보는 한국인의 사회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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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으로 보는 한국인의 사회심리
  • 손영화 계명대학교·심리학
  • 승인 2022.06.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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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속담과 한국인의 사회심리』 (손영화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102쪽, 2022.05)

 

사실 심리학은 우리 인간의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즉 나와 타인과 관련된 내용을 대상으로 한 연구 분야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필자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거나 외부의 기업이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보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심리학의 이론과 원리를 배우는 과정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을 보아왔는데, 심리학 이론의 개념을 설명할 때 우리나라의 속담을 인용하여 설명하면 쉽게 이해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다양한 사례나 비유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면 훨씬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요즈음 국내의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분야가 바로 심리학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사회가 복잡해지고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국내외 경제 상황의 어려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져만 가고 있다. 매일 뉴스 보도를 통해 사건, 사고가 쏟아지는 가운데 자살 건수가 증가할 뿐 만 아니라 유명인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고, 잔인한 성폭력 범죄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살인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일반 대중들도 여러 가지 인유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우울증 문제도 더 이상 일부 특정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에게서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하면서 심리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점에 가보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심리 또는 심리학과 관련된 책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심리학자가 쓴 책은 거의 볼 수가 없다. 물론 심리학자가 저술하지 않았다고 해서 심리나 심리학과 관련된 책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심리학자가 아닌 타 분야의 전공자가 번역을 했든, 저술을 했든 상관없이 제목과 내용이 심리나 심리학과 관련이 있으면 일반 대중들은 즐겨 읽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심리학은 더 이상 심리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과학적 심리학에서 인간 심리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와 지식은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명백히 거부되어 왔다. 비록 과학적 심리학에서의 가설이나 이론이 일반 상식인의 이해 또는 지식과 일치하는 경우에 있어서까지도 일반인의 지식은 거의 언급되지 않거나, 언급되는 경우에도 후렴 형태로 자신들의 연구 결과나 이론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간단히 언급해 버리는 정도이다. 그러나 과학자도 일반인의 세계와 부단히 접촉하고, 동시에 과학자 아닌 일반인의 생활을 영위한다고 할 때 심리학자도 일반인 수준의 상식적 심리학에 부단히 접하고 있으며, 심리학자의 삶의 현장도 실험실이 아닌 일반인의 세상인 이상 일반인의 심리학을 터득하고 적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심리학은 과학적 심리학으로서 뿐만 아니라 상식적 심리학으로 일반인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속담을 통해 심리학의 다양한 영역에 관련된 이론이나 원리들을 연결하여 심리학에 입문하거나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속담을 통한 심리학의 이해에 초점을 맞추어 이 책을 집필하였다. 이 책의 내용은 대인관계에서의 심리와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일상생활에서의 사회심리학 분야와 관련되어 있다.

인간은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생겨나기 이전부터, 그리고 학문으로서의 심리학과는 별도로, 인간 심리에 대한 상식적인 수준의 지혜와 지식을 지속적으로 쌓아왔으며, 그러한 지혜와 지식은 언어를 포함한 인간의 문화생활 전반에 내재되어 일반인의 사회심리학적 과정과 행동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사회-문화적 존재로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상징체계와 언어 체계를 통한 정신세계의 구성과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이성과 도구, 즉 언어를 가졌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인간의 사회성과 문화성은 물리적 세계를 사회-문화적 세계로 재구성시켰으며, 그것은 역사와 문화적 산물을 인간에게 부여했다.

속담은 민중이 만든 민중의 철학이요, 문학이요, 역사이며, 우리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이다. 속담 속에는 도덕적, 종교적, 철학적 진리가 들어 있어 마치 짤막한 비수로 장부의 심장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힘이 화려하게 치장된 장문의 미사여구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말이나 훌륭한 사람에 의해 생성되었다 하더라도 생성 그 자체만으로는 속담으로서의 생명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이나 어떤 사람에 의해 속담이 생성된 이후 대중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러 사람에 의해 인용되면서 공간적으로는 물론 시간적으로 전파되고 전승되어야 비로소 속담으로서의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속담은 어느 개인에 의해 움돋아 자라났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속담에는 대중, 나아가서는 민족의 보편적 심리가 내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중들의 공감으로 형성되는 속담은 그 민족의 정신적 유산으로 여러 의미를 반영하고 있다.

심리학의 이론과 원리는 우리 민족의 삶 속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온 속담 속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학습심리학에 고전적 조건형성과 조작적 조건형성의 두 가지 중요한 학습 원리가 있는데, 여기서 자극일반화라는 현상이 있다. 우리 속담 중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바로 자극일반화라는 심리학적 원리의 해석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즉 학습에서 처음에 학습이 이루어진 원 자극과 유사한 자극에도 동일한 학습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속담 중에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회심리학의 귀인이론의 명제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는 속담이다. 귀인 이론은 자신의 성공은 내적 귀인시키고, 자신의 실패는 외적 귀인시킨다는 것을 우리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한 Heider의 상식심리학에서 출발하여 Weiner가 집대성한 이론으로 40년 이상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어온 이론이다.

이 책에서는 사회심리학의 주요 연구 주제들 가운데 특히 개인 간 과정, 즉 대인관계를 중심으로 관련된 개념과 이론들을 정리하였다. 사회심리학은 사회적 상황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사고, 감정 및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다. 사회적 상황이란 친구들과 생맥주를 마신다거나, 군대 간 애인을 그리워한다거나 또는 대통령 후보의 TV 연설을 시청하는 경우처럼 두 사람 이상이 개입된 상황을 말한다. 우리의 삶 자체가 사회적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사회심리학은 인간 이해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회심리학은 다른 사람들 속에서 행동하는 개인이나 10명 이하의 소집단을 대상으로 삼아서 실험 위주로 연구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사회심리학은 사회적 현상을 기술하고 설명하는 기초과학의 측면과 다양한 사회 문제들의 해결에 초점을 두는 응용과학의 측면을 모두 강조하고 있다.

인간관계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말한다. 인간관계의 시작은 만남인데, 스쳐 지나가서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는 만남이 아니라, 한 개인의 인격과 다른 개인의 인격이 만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격의 의미는 개인의 총체적인 정신 영역을 뜻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자기(self)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는데, 여러 가지 인간관계 현상이 쉽게 설명된다. 

이 책은 한국의 전통 속담과 현대를 사는 한국인들의 행동과 심리를 연결하여 사회심리학 이론과 개념으로 풀이해 보고자 하였다. 사회심리학 분야 중에 인간관계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속담들을 찾아 정리하였고, 이와 관련된 사회심리학의 이론으로 설명하였다. 자기개념, 사회적 사고와 관련된 타인 지각, 도식적 정보처리, 타인 지각에서 나타나는 편향들, 귀인 등의 내용들을 관련된 속담들에 대해 풀이하고 사회심리학적인 이론들과 연결 지어 설명하였다. 이 책은 한국의 전통적인 속담을 통해 한국인은 인간 심성에 대한 사회적 표상과 인간 심리에 대한 사회적 표상이 매우 풍부하게 발달하였으며, 인간 심성에 대한 표상은 행동주의적 인간관과 매우 유사한 성격을 보인다는 가정을 기초로 해서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도는 한국의 전통적인 속담과 심리학을 연결하여 속담 속에 담겨 있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분석으로 한국인의 사회적 표상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손영화 계명대학교·심리학

계명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산업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산업심리학(소비자·광고심리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심리학회 임원, 소비자 및 광고심리학회 회장, 소비자학회 상임이사, 광고PR실학회 및 광고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고객만족 측정 방법의 재정립』, 『광고심리학』, 『미디어, 소비자, 광고의 변화』, 『생활 속의 심리학』, 『고객심리학』, 『인간관계심리학』, 『고객 불만족과 고객 불평행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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