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생물학적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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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생물학적 이해
  •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2.06.1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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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규의 과학에세이]

 

각 종교의 경전에 기록된 기적과 인간사의 많은 신화는 인간에게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인자이다. 다윗(David)과 골리앗(Goliath) 이야기는 약자가 강한 자와 싸워 이긴 것같이 불가능해 보이는 승리에 대한 은유로 사용된다. 골리앗은 매우 큰 키와 체형을 가진 고대 팔레시테인의 힘센 전사였다. 시대를 지나면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야만적인 폭력에 대한 신앙 승리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다윗이라는 이름은 영웅적 행위와 신성의 대명사로 장식되기도 했고, 골리앗이란 이름은 힘, 권력, 잔인함과 거인의 동의어가 되었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구약 성경에 등장한다. 블레셋 군대와 이스라엘 군대가 전장에서 대치했을 때 블레셋 군인 골리앗이 앞으로 나서서 “이스라엘군의 최고 장수가 나와 죽을 때까지 싸워서 이 분쟁을 끝내자”라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골리앗은 어마어마한 덩치로 키가 274cm를 넘었으며, 갑옷, 투창과 검으로 완전무장하고 있었다. 이 거인에 맞서 이스라엘군은 영민한 양치기였던 다윗이 나섰는데, 그가 가진 무기는 물매(줄팔매)와 매끈한 물맷돌 5개가 전부였다. 

‘블레셋 사람이 일어나 다윗에게로 마주 가까이 올 때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로 마주 그 항오를 향하여 빨리 달리며 손을 주머니에 넣어 돌을 취하여 물매로 던져 블레셋 사람의 이마를 치매 돌이 그 이마에 박히니 땅에 엎드러지니라. 다윗이 이같이 물매와 돌로 블레셋 사람을 이기고 그를 쳐 죽였으나 자기 손에는 칼이 없었더라. 다윗이 달려가서 블레셋 사람을 밟고 그의 칼을 그 집에서 빼어내어 그 칼로 그를 죽였다’(개역 성경전서, 사무엘상 제17장). 

시대를 관통하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 대해 의학 및 생물학적 지식의 잣대를 들이대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순전히 가정이고 검증할 수 없지만, 골리앗은 일부 시각장애를 갖고 있었다고 추측된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내분비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현상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윗은 어떻게 골리앗을 죽였는가? 성경에 따르면 신이 그의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에 따르면, 다윗이 싸움에서 승리한 큰 이유는 골리앗이 뇌하수체 거대선종(macroadenoma)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인증으로 알려진 이 질환은 시력에 영향을 미친다. 뇌하수체 거대선종은 골리앗의 엄청난 덩치와 느린 동작 그리고 그의 시력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 그 시대 사람들로서는 골리앗이 큰 키와 덩치 때문에 무시무시하게 보였을 것이고, 전사로서 이점이 있었을 것이다. 흐릿한 시력 또는 난시는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고대 세계에서도 흔한 시각장애였을 것이다. 오늘날 미국인들의 75%가 교정 렌즈를 착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그 당시 골리앗의 시력 장애는 크게 주의를 끌 만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거인증을 앓은 로버트 워들로(2.72m)와 정상 신장 아버지/출처 위키백과

뇌하수체 거대선종 거인증은 매우 희귀하고 주로 남성에서 나타나는데, 분비성 뇌하수체 거대선종 때문에 성장 중인 어린이에서 성장호르몬과 인슐린-유사 성장인자(IGF1)의 과다 생성 때문에 발생한다. 뼈의 연골 성장판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젊은 나이에 종양이 발생하면,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키가 매우 커지게 된다. 성장판이 닫힌 후에 성장호르몬이 지속해서 생성되면 턱과 손가락, 얼굴에 존재하는 뼈를 포함한 일부 뼈가 두꺼워지는 선단비대증을 나타낸다. 뇌하수체 거대선종 거인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240cm 넘게 키가 자란다. 뇌하수체 거대선종과 관련된 세계 최대 장신은 알톤 거인 또는 일리노이 거인으로 불린 미국의 워들로(Robert P. Wadlow)를 들 수 있는데, 22세 때 그의 키는 272cm였다. 

뇌하수체 거대선종은 정상 시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하수체 거대선종은 종종 시신경을 압박하여 시각장애를 초래한다. 이 장애는 골리앗의 시각 결손을 설명할 수 있다. 눈 쪽 망막으로부터 나오는 시신경 다발은 시각 교차점에서 교차하여 뇌하수체 경상부에 닿는다. 이것은 뇌하수체 거대선종이 시각 경로의 이 부분에서 시신경을 압박하고 손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뇌하수체가 비대해지면 주위를 지나가는 시신경 다발을 압박하게 되고, 그 결과 외측 시야를 잃게 되는데, 이를 양측 반맹증(bitemporal hemianopsia) 또는 터널성 시야(tunnel vision)라 한다. 터널 속으로 들어가면 주변은 잘 안 보이고 앞만 보이는 것처럼, 터널성 시야는 주변은 보이지 않고 가운데만 보이는 시야를 갖게 된다. 

다윗이 골리앗을 가까운 거리에서 죽일 수 있었던 것은 골리앗이 다윗을 시야에서 놓쳤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갖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향해 옆에서 날아오는 돌멩이를 신속하게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성경에 기술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은 돌멩이를 잘 조준하여 골리앗의 이마를 명중시켜 그의 앞머리를 땅에 떨어뜨렸다. 기민하고 용맹스러운 다윗은 골리앗의 약점인 굼뜬 움직임과 시각장애를 파고들어 정복할 수 없어 보였던 골리앗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물론, 골리앗이 뇌하수체 거대선종을 갖고 있었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수많은 세대에게 있을 법하지 않은 일, 그리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엄청난 용기를 불러일으킨 서사적 싸움 이야기이다.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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