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끝이 같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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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끝이 같을 수 있을까...
  • 김태훈·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 승인 2020.0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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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단상]

2019년 9월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 교수라는 이름으로 임용이 되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는 물론,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조차 생각지도 못했던 자리였다. 그동안 내가 ‘교수님’이라고 불렀던 존경과 배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동안은 어색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캠퍼스를 걷다 마주하는 학생들이 “교수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할 때면 어색함 때문인지 즐거움 때문인지 혹은 감사함 때문인지 모를 웃음이 흘러나왔다. 초반에는 임용이 되자마자 강의 자료를 준비하고 수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잔디밭이 깔려있는 캠퍼스의 아름다운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이런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것에 매우 감사해 하고 있다. 한 가지 더 감사할 사실은 주변에 계신 교수님들과 교직원 선생님들이 모두 좋으셔서 초반의 힘든 점은 잊고 요즘에는 정말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와 비슷하다면 대부분의 이공계 전공 신임 교수님들이 가장 크게 느꼈을 부담은 수업이었을 것이다. 연구는 대학원에서 항상 해오던 분야고 학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연구한 내용을 전문가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많이 해왔지만 나와 한참 차이가 나는 학부생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일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 수업이 더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어떻게 설명을 해야 좋을지를 한 학기 내내 고민하였다. 학생들이 이해를 못 할 때면 내가 너무 어렵게 설명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 와중에 이해하고 새로운 내용들을 질문하러 오는 학생들이 있으면 참 고마웠다. 임용 후 첫 학기라 수업 측면에서 가장 미숙하고 경험이 없었던 나를 마주한 학생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뿐이다.

연구는 대학원 생활을 한 이후부터는 계속해오긴 했지만, 교수로 임용이 되고 난 후에 느끼는 부담감은 역시 있었다. 학생일 때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누군가가 빈 곳을 채워주었다면 교수로 임용되고 난 후에는 온전히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특히나 교수라는 직업은 대략 30대에 갓 들어온 신임 교수와 경험 많은 60대 교수가 동일하게 연구책임자로서 연구를 하다 보니 어깨가 무거웠다. 욕심도 많아 하고 싶은 연구가 산처럼 쌓여 있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해 나가고자 한다. 기초부터 탄탄한 공든 탑이 오래가지 않겠는가.

교수라는 직업은 특이한 환경을 마주한 직업 중 하나이다. 교수가 마주하는 학생은 항상 같은 나이에 머물러 있는데, 교수는 점차 나이 들어간다. 좋은 의미로 풀이하자면 항상 혈기 왕성한 20대를 마주하며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쁜 의미로 풀이하자면 점차 학생들과 생각의 괴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임용이 된 나조차도 지난 한 학기 동안 학생들과 대화를 하며,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요즘에는 학생들이 이런 것들을 고민하는구나...’, ‘요즘에는 학생들이 이런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구나...’를 느끼면서 그동안 대학원에 있으며 나이 어린 후배들을 마주하며 느꼈던 ‘다름’이 학교에 임용되어 학부생과의 대화에서 느꼈던 ‘다름’과는 또 다른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몇 년의 차이이지만 그 사이에도 끓임없이 새로운 세대로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대학원을 다니며 지도교수님께 들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나의 생각과 같든 다르든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새로운 세대가 미래의 주역이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라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교수라는 이름으로 대학에 있으면서, 가장 귀 기울여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나 때는 말이야’와 유사한 발음으로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유행어도 새로운 세대와 기성세대의 이해 부족이 가져온 유행어가 아닐까 싶다. 혹여나 나에게서 그런 말들이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나오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혹여나 그러한 말을 하게 된다면, 그러한 말로 학생을 불편하게 했다는 사실도 문제지만 학생들의 생각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이 더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학생들이 가진 생각들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학생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교수가 되고자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생각하는 지금과 같이 교수직을 마무리하는 그 순간에도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길 나 스스로에게 바란다.


김태훈·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내연기관 시뮬레이션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학위 취득 후 1년 반 동안 한양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조교수로 화재·소방분야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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