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잘하는 5가지 이유…역사·이민·환경·문화·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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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잘하는 5가지 이유…역사·이민·환경·문화·외교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6.12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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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은 왜 잘하는가: 성숙하고 부강한 나라의 비밀 | 존 캠프너 지음 |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456쪽

 

전범국이라는 뼈아픈 역사를 지닌 나라가, 심지어 동서독의 분단 체제를 극복하고 「기억의 힘」을 통해 성숙한 국가로 나아가는 모습은 「기적」이란 표현이 과도하지 않다. 오늘날 전 세계가 포퓰리즘 정치에 시달리고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위기로 시름하는 와중에도 독일만큼은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전 부문에서 안정된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다. 

저자 캠프너는 유럽을 넘어, 이제 세계의 모범국으로 떠오른 독일의 힘이 무엇인지 현대 독일의 정체성을 만든 네 번의 결정적인 시기(1949년 「기본법」 제정, 1968년 68혁명, 1989년 동서독 통일, 2015년 난민 수용 결정)를 들여다보며 그 비밀을 쫓는다. 특히 직접 체험한 독일에서의 삶과 독일인들(정치인, CEO, 예술가, 난민 문제 활동가와 평범한 사람들)과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독일 사회의 경쟁력과 회복력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낸다.

독일인에 대한 고정 관념으로 유독 강조되는 것이 〈규칙에 대한 강박〉이다. 저자는 독일인의 〈규칙에 대한 강박〉을 패전 후 잿더미(물질적·정신적으로 〈제로〉인 상태)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서 찾는다. 승전국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등이 〈어제의 영광〉을 바탕으로 국가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갔다면, 패전국 독일은 〈역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준거점이 거의 없었다.〉 대신 그들은 〈절차에 대해, 즉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하는 것에 대해 열정적인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 상징적인 작업이 1949년 임시 헌법(향후 통일 전까지)으로 만들어진, 〈세계적으로 위대한 헌법적 성취 중 하나〉로 평가받는 〈기본법〉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일이 잘하는 5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책임. 독일에서 홀로코스트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불법 행위이고, 나치 상징을 착용하거나 관련 자료를 선전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심지어 학살된 유럽 유대인들을 위한 기념물이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브란덴부르크 정문과 의사당 가까운 곳에 들어섰다. 어떤 나라가 수도의 랜드마크 바로 옆에 자신들의 치부를 기념하는 구조물을 세울 수 있을까?

 

둘째, 이민 수용. 난민 위기가 한창이던 201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2014년부터 2019년 7월까지 14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독일에서 망명 신청을 했고(유럽연합 전체의 절반에 해당한다), 독일은 백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 난민을 받아들였다. 며칠 동안 수백 명의 지역 주민이 뮌헨 중앙역에 모여들어 난민을 환영했다. 그들은 집의 문을 열어 〈환영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병원은 환자를 돌봐 주었고, 학교는 아이들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독일이 보여 준 최고의 모습이었다.〉 그 결정은 〈독일 지도자가 아니라 유럽 지도자로서 메르켈이 내린 결정〉이었고, 세계에 새로운 독일을 보여 주었다. 

셋째, 환경에 대한 관심. 기후 변화라는 세계적 현안에 맞물려 반세기 앞선 독일의 환경 정책은 종종 선견지명으로 회자된다. 에너지 전환 작업을 일찍 시작한 덕분에 독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재생 에너지 비율이 높고, 원자력 발전소도 단계적으로 폐기할 계획이다. 하지만 독일 사회를 들여다보면 애초에 독일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최근 이슈인 기후 변화보다는 핵 공포(핵전쟁과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독일은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때문이었다. 이제 독일에서 녹색당은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고 있고, 통치 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위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넷째, 외교 정책. 독일은 오랫동안 보호받는 아이로 머물러 있었다. 국방과 안보는 미국과 나토, 최근에는 유럽연합에 의존했고, 독일은 오로지 충직한 지원 팀으로서 정보를 공유하고 중요한 투표에서 동맹국 편에 서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통일 이후 독일은 점차 그들의 규모와 위력에 어울리는 역할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유럽연합의 통합과 협력을 확대하고, 보호 무역에 대항하는 중심 역할을 맡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다섯째, 문화에 대한 지원. 독일인들은 문화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프랑스인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공적 지식인의 존재에 대해 불편하게 여기지 않는다. 신문 평론은 여전히 수준이 높고, 예술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전후 독일의 국민 의식은 나치 유산에 대한 공포와 수치, 교훈에 기반을 두었다. 이러한 국민 의식 덕분에 독일은 지난 세월 숱한 위기(68혁명, 몇 차례의 경제 위기, 동서독의 통일)를 극복할 수 있었다. 오늘날 새롭게 마주하는 난민 위기와 극우 세력의 부상 속에서도 저자는 다시 한번 독일의 미래를 낙관한다. 〈투명한 창문〉처럼 완벽을 추구하고, 절차를 지키고, 공동체와의 연대를 중시하는 독일의 힘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저자는 〈지금까지 등대와 같은 나라로 인정받던〉 영국과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 세계의 리더 자격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독일의 역할에 주목한다. 독일이 새로운 리더 역할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영국과 미국 두 나라는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책임을 유기하고 있다. 누가 급속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유럽의 가치를 대변할 것인가? 누가 권위주의 국가에 맞서 일어설 것인가? 누가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설 것인가? 독일만이 그럴 수 있다. 그것은 국가가 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못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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