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초 오상순 전집 | 오상순 지음 | 이은지 엮음 | 소명출판 | 717쪽

시 「아시아의 마지막 밤 풍경」, 「방랑의 마음」으로 널리 알려진 시인 공초 오상순(1894~1963)의 전집이다. 이전까지의 오상순 작품집들이 시 작품들 위주로 구성되고 산문 등은 일부 주요 작품만 수록했다면, 이번 전집은 시 작품뿐만 아니라 오상순이 쓴 수필, 평론, 서간, 오상순이 참여한 설문, 좌담, 인터뷰 등, 현재까지 발굴된 모든 유형의 오상순 관련 자료를 정리했다. 수록된 글 수는 시 95편, 산문 및 기타 자료 51편으로 도합 146편이다. 이는 이전까지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을 수록했던 1983년 작품집과 비교했을 때 시 30편, 산문 및 기타 자료 46편이 추가된 것이다.
이번 전집에서 새롭게 수록하는 작품들은 저마다 오상순의 다양한 면모를 엿보게 하여 아주 흥미롭다. 예를 들어 시 「고기 먹은 고양이」는, 대개 추상적인 내용과 비장한 분위기를 담는 오상순의 여타 작품들과 달리, 화자가 어린 시절에 저지른 귀여운 사건 하나를 다루는 작품이다. 시 「시험 전날 밤」에는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는 학생의 심정이 드러나 있으며, 시 「사월 팔일」, 산문 「〈성극의 밤〉을 보냄」에서는 불교 성극(聖劇)에 대한 오상순의 지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산문 「고월(古月) 이장희(李章熙) 군―자결 칠주년기(七周年忌)를 제(際)하여」는 「고월과 고양이」와 더불어 시인 이장희를 추모하는 장문의 글로, 오상순과 이장희의 관계를 탐구해 볼 만한 근거가 된다.

한편으로 이번 전집은 지금까지 잘못 알려졌던 오상순 텍스트의 오류를 다수 바로잡았다는 데에도 큰 의의가 있다. 예를 들어 오상순의 대표작 「방랑의 마음」은 흔히 「방랑의 마음·1」과 「방랑의 마음·2」 두 편으로 이루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들은 본래 1935년 8월 『조선문단』에 하나의 작품으로 발표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방랑의 마음·1」에 해당하는 앞부분은 1923년 1월 『동명』에 이미 발표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시 작품 속의 구절도 이번 전집에서 바로잡은 것이 많다. 예를 들어 「방랑의 마음·2」에 해당하는 뒷부분에는 “나그네의 마음/오― 영원한 방랑에의/나그네의 마음”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구절은 『조선문단』에 발표될 당시에는 본래 “나그네의 마음―/오― 영원한 허무에의/나그네의 마음―”이었다. 이처럼 이번 전집은 오상순 작품들의 발표 당시 원문을 현전하는 한 모두 확인하여, 후대에 잘못 알려진 많은 부분들을 바로잡고 발표 당시의 작품 내용을 정확하게 복원하고자 했다.

이번 전집은 제1부 시편, 제2부 산문편, 제3부 해제로 이루어져 있다. 책 말미에서는 면밀한 자료 수집을 통해 보완된 작가연보 및 작품연보, 그리고 시 작품들의 발표 당시 원문 이미지를 그대로 수록한 ‘시 작품 영인자료’편도 확인할 수 있다.
오상순 시인은 근대문학이 싹트던 1920년대 대표적인 동인지 문인이었을 뿐 아니라,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활발하게 교류하던 1950년대 서울 명동 ‘다방 시대’의 주역이기도 했다. 특유의 광대하면서도 관념적인 작품세계, 하루 종일 담배를 피우며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등의 기행(奇行), 수많은 동료와 제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늘 만나는 사람들을 반겼던 따뜻한 성품으로, 오늘날까지도 문학사에서 선명하게 기억되고 있다.
이번 전집을 통해 소개되는 다양한 오상순 자료들은, 이러한 익히 알려진 모습뿐만 아니라 더욱 입체적이고 새로운 오상순의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