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백년대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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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백년대계가 필요하다
  • 이광연 한서대·수학
  • 승인 2022.06.1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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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흔히 영원히 변치 않을 두터운 우정을 ‘관포지교(管鮑之交)’라 하는데, 이는 중국 춘추 시대 관중과 포숙아 사이의 우정에서 비롯되었다. 관중은 제나라의 정치가이자 사상가로 제환공을 춘추오패의 첫 번째 패자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그의 사상은 제자백가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의 사상이 담긴 책 《관자(管子)》는 관중이 직접 작성한 부분과 후학들이 그가 했던 말을 집대성하여 완성되었다. 《관자(管子)》의 〈권수(權修)〉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으며, 일생의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한 번 심어서 한 번 거두는 것이 곡식이고, 한 번 심어서 열 배를 얻는 것은 나무이며, 한 번 키워서 백 배를 얻는 것은 사람이다.”

즉, 사람에 대한 투자는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나 투자 대비 백 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으므로 가장 큰 투자 대상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람을 기르는 일을 교육이라고 하기에, 여기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비롯되었다. 지금부터 약 2,700년 전에도 교육은 매우 중요하기에 큰 계획을 바로 세워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교육은 과연 백 년 앞을 내다보고 철저하게 계획되었을까?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이 한결같이 교육의 백년대계를 말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교육정책과 내용은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수시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교육은 오년지계(五年之計)’라는 말이 나온다. 새로 들어서는 정권마다 대입제도와 교육과정을 바꾸어 자신들의 치세에 뭔가 일을 했다는 표시를 내려는 것이다. 5년마다 대학입시와 교육정책 그리고 교육과정이 바뀌니 교육현장은 늘 어수선하다. 아마도 복잡하고 예민하고 어려운 교육문제를 비전문가들이 모여 투표로 결정하고, 교육부와 관료는 정책수립과 집행의 사후 책임을 회피하고, 정치인들은 압력단체의 편에 서서 당선을 위한 표에 연연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과정과 진행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민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류가 문명을 시작한 것이 거의 30만 년 전이므로 인류는 18세기 초 1차 산업혁명을 이루기까지 약 30만 년이 걸렸다. 1차 산업혁명은 처음으로 기계를 이용하여 각종 물건을 만들고 동물이 아닌 기계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을 마련했다. 1차 산업혁명이 있고 약 150년 후인 19세기 중반 2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으며, 전기와 석유를 이용한 내연기관이 주 종목이었다. 약 100년 후인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은 1980년대에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도입으로 꽃을 피웠다. 그리고 마침내 약 50년 후인 2016년 1월에 전문가들은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초연결과 인공지능,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선언했다. 시간상으로만 따지면 5차 산업혁명이 앞으로 20년~30년 내에 온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몇 차례 산업혁명을 겪는 동안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했고, 상당히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대학 진학률은 약 70%에 달하게 되었다. 게다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수한 성적을 십수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받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 의욕은 역설적으로 우수한 성적과 정반대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체계와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대부분 3차 산업혁명 시기에 태어나 3차 산업혁명 시기에 알맞은 내용을 학습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원하는 인재상도 다를뿐더러 직업 또한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교육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이를테면 3차 산업혁명 시기 의료계와 법조계는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런 분야는 사양산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3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생각과 교육내용, 시스템으로 4차 산업혁명과 5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학습을 강제하고 있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2007년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했던 다음 말은 지금도 충격적이다.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치 않을 지식과 존재치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에 16시간씩 열심히 공부한다.”

지금이라도 앨빈 토플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의 미래, 결국 우리의 미래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책상 위에서 70년 동안 이루어진 교육체계와 교육과정을 과감하게 버리고, 미래에 맞는 시스템과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를 모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그들 분야의 미래상과 그에 필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묻고 그에 걸맞은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관례적으로 해왔던 교육과정의 6개월 내의 신속한 연구와 사교육비 줄이기에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사교육은 공교육보다 역사와 뿌리가 깊은데다가 공교육보다 움직임이 빠르기에 절대로 없앨 수 없다. 사교육 줄이기에 노력하기보다는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고 아무리 쉽고 편해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어려워한다고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지 않고, 눈앞의 조그만 결과에 연연하다가는 백 년의 세월을 잃게 된다. 교육이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앞으로 십 년 후에 우리는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사람을 기르는 일은 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지금 우리가 경제적으로 나아졌다고 해서 사람 기르는 일에 무감각하거나 낙관적으로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미래는 없다. 제발 고개를 들어 세상을 넓고 길게 보길 간절히 바란다. 


이광연 한서대·수학

성균관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와이오밍 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고,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연구방문교수를 지냈다. 현재 한서대학교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부 학습자 중심 교과서 체제 마련에 이바지한 공로가 인정되어 교육부 장관 표창장(2017)을 받았다. 수학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수학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독자를 위해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 <수학, 세계사를 만나다>, <수학, 인문으로 수를 읽다>, <미술관에 간 수학자>, <한국사에서 수학을 보다> 외에도 많은 책을 통해 ‘쉬운 수학, 재미있는 수학, 없어서는 안 되는 수학’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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