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미국·영국·한국 사회주의자들이 전쟁 반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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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미국·영국·한국 사회주의자들이 전쟁 반대를 말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6.05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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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전쟁,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각축전 | 알렉스 캘리니코스·로잘리·김준효·이원웅·클레어 렘리치 외 1명 지음 | 책갈피 | 352쪽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대국들 간 패권 경쟁이라는 맥락 속에서 조명한 책이다. 이 전쟁에서 서로 적대하고 있는 나라인 러시아와 미국·영국·한국 사회주의자들이 한목소리로 전쟁 반대를 말한다. 각축전의 무대가 돼 온 우크라이나의 최근 역사도 살펴본다. 세계적 마르크스주의 석학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날카로운 분석과 함께 이 전쟁의 성격에 관해 저명한 좌파 인사들과 논쟁한 글도 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의 목숨을 앗아 가고 끔찍한 파괴를 낳고 있다. 당연히 많은 사람이 이에 분노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다. 그러나 러시아를 규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옛 식민지에 대한 제국주의적 침공일 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자기 동맹국들을 데리고 벌이는 제국주의 간 충돌이기도 하다. 이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처음으로 강대국들이 직접 충돌할 가능성을 상당히 높였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문제로 협소하게 보는 널리 퍼진 견해와는 달리 강대국들 간 패권 경쟁이라는 맥락 속에 이 전쟁을 자리매김시키며, 전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변화시키고자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발전시킨 제국주의론에 기초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한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로 적대하고 있는 여러 국가의 사회주의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특히 저명한 좌파 인사들인 폴 메이슨, 질베르 아슈카르와의 논쟁에서 캘리니코스는, 러시아에 맞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서방을 지지해야 한다거나 이 전쟁이 제국주의 전쟁이 아니라는 주장을 예리하면서도 차분하게 반박한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최근 수십 년간의 정치·경제 상황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는 장점도 있다. 강대국들 간 경쟁의 무대가 돼 온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소련 붕괴 이후의 상황을 알면 이번 전쟁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과 성격, 전쟁에 맞서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큰 틀에서 제시한다. 서방과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의 긴급 토론회는 전쟁 초기의 생생한 논의를 담고 있다. 2장과 3장은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소련 붕괴 전후 상황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에 기반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을 다룬다. 특히 3장은 이번 전쟁의 직접적 배경이 되는 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장은 이 전쟁이 세계적으로 어떤 지정학적 파장과 모순을 낳고 있는지 보여 준다.

5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을 다룬다. 알렉스 캘리니코스와 폴 메이슨, 질베르 아슈카르 논쟁뿐 아니라 국내 좌파들 사이의 논쟁점을 다루는 글들도 포함돼 있다. 6장부터는 이번 전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6장은 러시아 혁명적 좌파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러시아 ‘사회주의 경향’이라는 단체의 활동가들인 이들은 바깥에서는 알기 어려운 러시아 상황과 분위기, 반전 시위의 분출과 난관,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사회와 운동에 미친 영향 등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7장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 서방 정부들의 개입을 지지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다룬다. 이 장에 실린 글들은 경제제재나 무기 지원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을 보여 준다. 8장은 이런 서방의 개입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한국 정부의 문제점을 다룬다. 9장은 서방의 개입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전쟁을 저지할 수 있는지, 평화를 염원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적극적 대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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