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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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임대근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 승인 2022.06.0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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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다_ 『착한 중국 나쁜 차이나』 (임대근 지음, 파람북, 320쪽, 2022.04)

 

올해는 한국과 중국의 수교 30년이 되는 해이다. ‘세상 세’[世]라는 한자는 ‘열 십’[十] 자 셋을 모아놓은 모양이다. ‘세’는 30년이라는 시간을 나타낸다. ‘한 세대’는 보통 30년을 일컫는다. ‘세계’(世界)라는 말은 시간을 나타내는 ‘세’와 공간을 나타내는 ‘계’(界)가 더해져 만들어진 낱말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위치에 놓인 한국과 중국은 수교 이후 새로운 ‘세계’를 만들며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왔다.

중국이라는 공간이 우리 옆에 붙어서 지난 5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은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이지만, 그 시간의 축과 공간의 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변치 않을 것 같은 한국과 중국의 공간 구획은 역사적으로 보면 다양한 경계를 만들어내며 관계를 형성해 왔다.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의 축 위에서 한국과 중국은 고작 30년을 ‘수교’라는 외교적 결정을 통해 관계를 맺었다. 

중국은 우리와 바짝 붙어 있기 때문에 문제적이다. 만약 중국이 저 멀리 아프리카 대륙, 혹은 북유럽이나 라틴아메리카 어디쯤에 속해 있다면 이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계를 맞댄 ‘이웃’이라는 존재론적 상황 때문에 우리는 중국을 생각해야 하고, 중국을 알아가야 하고, 중국과 대화해야 한다.

『착한 중국, 나쁜 차이나』(파람북, 2022)는 중국의 이중성 혹은 다중성을 보여주려고 선택한 제목이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중국은 단일한 대상이 아니다. 때로는 밝은 면을 보여주지만,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는 이중의 대상이다. 이 마저도 매우 단순한 생각이지만, 우리는 때로는 그런 단순함을 잊어버리곤 한다. 그리하여 “중국은 어떠어떠하다”라는 말을 단문으로 쉽게 내뱉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은 복잡한 ‘중층’의 나라다. 지리와 역사, 민족과 언어, 사회와 문화가 모두 다양한 겹으로 이뤄진 양상이다. 그 복잡한 중층성이 만들어내는 양상들을 단일한 이론, 시각, 관점으로 설명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니 “중국은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하다”는 방식의 사고가 더욱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중국에 관한 수많은 정보와 담론을 쏟아냈다. 급격한 변화 상황에 놓인 동시대 중국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고속 성장하는 중국 경제에 대한 진단을 내놓기도 하고,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부상을 전망하기도 하고, 유구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흥취를 묘사하기도 했다.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30이라는 시간을 되돌아보자. 수교와 더불어 대륙 중국의 문호가 열리자, 우리는 중국을 ‘돈’으로 생각했다. 중국이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대륙을 새로운 시장과 투자의 땅으로 여기게 되었다. ‘차이나-머니’(China-Money) 담론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그러나 막상 중국에서 큰 부를 창출한 경험은 공유되지 않았다. 특히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따른 양국 관계의 급속한 냉각과 우리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사업 철수로 이어진 일련의 상황은 중국이 이제 더 이상 돈이 될 수 없다는 표상적 사건으로 각인됐다.

중국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 북한 문제를 중국이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계속됐다.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서 핵실험을 포기하게 하고, 대화에 나서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적잖은 이들은 중국이 마치 ‘큰형’처럼 한반도의 문제를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차이나-브라더’(China-Brother) 담론이었다. 하지만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지고, 남북 관계도 자연스레 냉각되자, 중국의 역할도 별 볼 일 없게 되었다.

이도 저도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이제 중국에 대한 반감의 정서만 남게 되었다.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곧바로 우리 대중문화를 제한하는 한한령이 발동됐지만, 그때만 해도 중국에 대한 반감의 정서가 직접 표출되지는 않았다. 4년쯤 시간이 지나자 중국과의 문화갈등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2020년 하반기에는 이효리의 “마오 어때요?” 발언에서 비롯된 갈등이 BTS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 논란, 샤이닝니키 게임 한복 논란, 중국 유튜버의 김치 문제 논란 등으로 이어지더니 2021년에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중국풍 소재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고, 강원도의 한중문화타운 사업을 중단하게 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2022년에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 한복 문제와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까지 이어졌다. 일련의 사건과 논란을 겪으면서 중국은 이제 우리의 적일 수도 있다는 ‘반중’, ‘혐중’의 정서가 보편화하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에너미’(China-Enemy) 담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는 중국과 잘 지낸 적도 있지만, 전쟁을 치른 적도 있다. 중국의 속국처럼 살았던 적도 있다. 전쟁에서는 때로 이기기도 했지만, 패배를 경험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차이나-에너미’ 담론은 민간의 정서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전쟁을 입에 담는 것은 망상의 수준에 불과한 논리일 수 있지만, 두 나라 국민의 감정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되묻게 된다. 우리는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중국의 유구한 역사, 복잡한 근대의 혁명, 동시대 공산당의 정치, 부침을 거듭하는 경제, 지역과 민족으로 나뉜 문화와 관습, 대만과 홍콩을 둘러싼 논란…. ‘혐중’이란 말 그대로 “중국이 싫다”는 정서의 표현인데, 바로 그 정서의 근원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어떤 사실로부터 비롯되는지 그 과정을 복기해서 정확한 인식으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착한 중국, 나쁜 차이나』는 이런 맥락에서 기획됐다. 우리가 몰랐던 중국을 알아보자는 제안이면서 동시에 중국과 대화하기 위해서라면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사실과 정보가 무엇인지 살펴보자는 스토리텔링이다. 책은 모두 여덟 가지 큰 주제로 구성돼 있다.

「가운데 나라, 중국」은 ‘중국’이라는 표현부터 중국의 중요한 지리와 도시의 특징을 다룬다. 「중국을 상징하는 것들」은 중국의 국기와 국가 등을 통해 동시대 중국이 어떤 상징으로 구성되는지 살펴본다. 「우리가 몰랐던 중국 옛이야기」는 중국인이 천지를 창조했다고 믿는 반고의 신화부터 청나라에 이르는 역사 속에서 흥미롭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파란만장한 중국 근·현대 역사」는 신해혁명부터 오늘날 중국에 이르는 역사의 단편들을 뽑아 놓았다.

「알다가도 모를 중국 정치」는 우리와는 달리 공산당이 중심이 된 중국 정치를 정리한다. 「중국의 뜨거운 이슈들」은 오늘날 중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쟁점과 변화를 소개한다. 「대만과 홍콩은 어디로」는 최근 주목 받고 있는 홍콩 문제와 대만 문제를 함께 다룬다. ‘일국양제’라는 원칙과 ‘92 컨센서스’까지, 대만과 홍콩을 이해할 수 있는 사안들을 소개한다. 「중국의 적과 이웃들」은 미국, 베트남, 아프리카 등에 이르는 여러 나라와 중국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특히 역사적으로 우리와 맺었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엿볼 수 있는 한-중 관계의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룬다.

『착한 중국, 나쁜 차이나』가 중국을 혐오하기 시작한 우리에게, 그렇다고 중국을 버리거나 떠날 수는 없는 우리에게 중국을 좀 더 잘 알고, 이해하고, 상대하기 위한 스토리텔링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임대근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한국과 중국, 아시아 여러 지역의 문화가 더욱 건강하고 활기차게 상호 교류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영화와 대중문화, 아시아에서의 한류, 21세기 문화콘텐츠, 문화정체성과 스토리텔링 등의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강의, 저술, 번역에 힘쓰고 있다. 『문화콘텐츠연구』, 『한류, 다음』(공저), 『세계의 영화 영화의 세계』(공저), 『한국영화의 역사와 미래』(공저) 등의 책을 지었다. 한국외대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중국영화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이자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회장, 사단법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 전주국제단편영화제 조직위원장,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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