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통치에서 연결신체의 정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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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통치에서 연결신체의 정치로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5.30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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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불)가능한 신체의 역사 |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지음 | 산지니 | 584쪽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공동연구팀 [연결신체 이론과 젠더·어펙트 연구]의 두 번째 성과인 이번 책은 연결성과 연결 불가능성의 신체에 대한 사유가 주체에 대한 인식, 사회적인 것, 정치적인 것, 인간과 다른 종의 관계 설정 등에 미친 영향을 비교역사적 방법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존재론적 차이와 구조적 차별 사이에 놓인 신체에 대한 사유를 토대로 연구한 결과를 담고 있다.

생명정치에 대한 논의가 전 지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지금, 생명정치의 작동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특수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층위와 사례를 가진 역사적 현상이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와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은 이 현상을 일찍이 주목했다. 정신병원, 교도소, 군대, 기숙학교 등 훈육과 통제가 일상화, 집단화, 전면화된 폐쇄적 공간을 ‘수용소’라 명명한 것이다.

이 ‘수용소’는 총체적 기관 바깥의 사회마저 유사-총체적 기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기관 또는 장소 그 이상을 함의한다. 한국의 경우, 수용소는 식민지 시기부터 시작해 해방 이후 더 많은 방식으로 확산되었다. 이는 수용, 배제, 격리를 정당화하는 담론과 이데올로기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성별, 인종, 장애 여부, 나이와 같은 것들을 기준으로 삼아 여성, 소수인종, 장애인, 노인, 아동 및 청소년 등의 신체들이 분류되고, 이들은 표준이 되는 신체, 지배인종에 속하는 남성 신체의 잔여물로 배치된다. 때문에 ‘시설화’는 ‘존재론적 차이’를 ‘사회구조적인 차별로서의 차이’로 환원되어버린다.

1부 네 개의 글에서는 식민지 시기부터 군부독재정권과 민주화를 거쳐 온 한국의 근대사 속에서 연결(불)가능한 신체가 사회구조적 문제와 어떻게 뒤얽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한국 사회 내에서 교육 또는 교화의 이름으로 어떠한 차별이 만들어지고 신체에 작용해왔는지 다양한 장소와 제도를 통해 분석하며, 정동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권명아는 ‘K적인 것’을 주제로 차별 교육의 변화를 말한다. 그는 차별과 혐오 문제는 한국 사회의 역사라고 하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논의하기 위해 일제 시기부터 해방 후 탈냉전의 지연으로 인해 나타나는 한국 사회의 복합적인 정동을 분석한다. 소현숙은 앞의 권명아가 논의한 차별과 제도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애아 교육 문제를 집는다. 이화진은 ‘교화’라는 정동적 문제와 연결되는 부랑아에 대해 영화 [해연]을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김보명은 이러한 역사적 흐름에서 잔존하는 힘은 현재에 미치고 있고, 이것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말한다. 

 

2부 네 개의 글에서는 설화, 영화, 소설, 게임 등의 각종 서사 장르를 통해 신체 연결성의 역사를 탐색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신체 연결성의 역사를 탐색하는 이유는 ‘신체 연결성’과 ‘정동적 그래피즘’이라 부를 만한 것의 다채로운 국면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강성숙은 ‘파국형 상사뱀 설화’를 새롭게 읽어내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구연자들의 근거지역과 이야기의 연결망, 설화가 다루는 대상 인물에 관한 인식과 작품 내부의 행위자 간 연결망을 동시에 파악하고 있다. 이어지는 첸페이전의 글은 퀴어적 정동에 대해 두 편의 다큐멘터리 ‘퀴어 생존모델’ 및 ‘역사 회복’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권영빈은 박완서의 장편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2000)을 통해 죽음정치에 대해 살핀다. 권두현은 최근 유행했던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행위적 실재론의 관점에서 살피면서 게임 플레이를 밀실의 유희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행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3부 네 개의 글은 가정과 시설 안에서 이루어지는, 가정폭력과 수용시설에서 연결 신체들이 받는 고통과 상흔을 다룬다. 박언주는 가정폭력피해여성의 중첩된 폭력경험과 모성경험은 가정폭력피해여성의 어머니 노릇이 가해자의 폭력전략으로 오염된다고 언급한다. 요구호자의 시설화에 대해 다루는 황지성은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복지시설에 수용하여 인권유린과 강제 노역 등이 이루어진 역사가 ‘형벌-복지 연계’를 통한 자본주의 노동력 통제의 일환이었음을 확인한다. 최이숙과 김반야는 영유아들이 스마트 미디어를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고찰하고 있다. 김은진은 디지털 기기, ‘유튜브’가 육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직접 심층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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