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책으로」 - ‘팬데믹 2년, 교육의 디지털 전환 경험 성찰을 통한 미래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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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정책으로」 - ‘팬데믹 2년, 교육의 디지털 전환 경험 성찰을 통한 미래 구상’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5.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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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포럼]_ 한국교육개발원 창립 50주년 기념 제181차 KEDI 교육정책포럼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5월 26일(목) 서울 엘타워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제181차 KEDI 교육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교육정책포럼은 ‘「현장에서 정책으로」 팬데믹 2년, 교육의 디지털 전환 경험 성찰을 통한 미래 구상’을 주제로, 교육현장의 디지털 전환 경험을 정책과 연계함으로써 교육의 디지털화와 관련된 미래 교육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포럼은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의 개회사 및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정해구 이사장의 축사로 시작해 ‘발표’와 ‘제안’, ‘대담’ 등의 3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발표와 제안 세션에서는 초·중등 및 고등교육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한 전문가의 발표가 있었으며, 대담세션에서는 초·중등 및 고등·평생교육 분야 유관기관장이 참석하여 교육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각 기관의 연구 및 사업 동향과 교육정책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 발표 세션은 ‘교육 현장에서의 디지털 적용 경험’을 공유하기 위하여 교육 현장 전문가 3인의 사례발표로 구성됐다. 초·중등교육 분야는 경상남도교육청 정인수 장학관의 교육지원시스템 활용 사례, 안산강서고등학교 정은식 교사의 디지털 활용 수업과 평가 사례 발표가 있었고,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경상국립대학교 손정우 교수가 울산·경남지역혁신플랫폼(USG 공유대학)을 중심으로 대학 교육의 디지털 전환 사례를 발표했다.

▶ 제안 세션에서는 ‘교육 디지털화, 경험 읽어내기를 통한 다음 방향 모색’을 위하여 현장, 학계 및 정책연구 전문가 4인의 정책제안이 이어졌다. 경기도교육청 유재 장학사, 성균관대학교 배상훈 교수, 경상국립대학교 임완철 교수, 한국교육개발원 손찬희 연구위원이 제안자로 참여하여 팬데믹 이후 교육 분야에서 추구해야 할 디지털 전환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아래에 배상훈 교수의 발표 내용을 발췌 소개한다.

 

◆ 대학이 알아야 할 다섯 가지 변화: 전망과 과제 - 배상훈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배상훈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도 변화와 혁신을 통한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대학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적응의 민첩성도 요구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배 교수에 의하면, 현재 대학은 과거 패러다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표준화된 획일적 교육과 학생을 전공과 학과에 묶어 두는 폐쇄적 교육은 통하지 않는 시대이다. 디지털 혁신을 진취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래를 꿈꿀 수 없을뿐더러 낙오할 수 있다. 혁신으로 무장한 고등교육 공급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학점과 학위를 파는 비즈니스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 따라서 이제 대학은 진지한 성찰과 혁신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대학이 알아야 할 대학 생태계의 다섯 가지 변화로 ‘△초개인화 맞춤형 학생 성공 시대 △온라인 시대와 학습 혁명, 시간 혁명 △고등교육 공급자의 다양화 시대, 저무는 대학의 독점 시대 △개방과 연결 시대: 공유 대학 디지털 학습 플랫폼과 공유 모델 △ 가치와 비전이 중요한 시대’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전망과 과제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 대학 생태계의 변화와 대학의 대응

I. 초개인화 맞춤형 학생 성공 시대

우리 대학이 당면할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은 맞춤형 학습 또는 개별화 학습이다. 공급자 중심으로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몰개성적(沒個性的) 교육체제는 수명을 다했다. 대학은 학생의 개인성(individuality)을 존중하고, 각자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맞춤형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대학이 제공하는 학습 경험이 다양하고 많아야 한다. 교육과정의 개혁은 맞춤형 학습 시대를 선도할 필수 요건이지만, 가장 개혁이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학습지원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대학은 학생별 학습 특성과 진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이에 맞추어 교육 프로그램과 활동을 추천하는 학습 큐레이션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빅데이터와 학습 분석(learning analytics)이다. 앞으로 학생 데이터의 수집, 보관, 분석, 정보보호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애를 넘어야 한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학생 성공 시대를 열어가려면, 대학 차원에서 강력한 의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II. 온라인 시대와 학습 혁명, 시간 혁명

앞으로 비동기식 학습(asynchronous learning)을 잘 활용하는 대학이 혁신을 선도할 것이다. 저장형 온라인 강의(pre-recorded class)는 탄력적인 교육 플랫폼 시대를 열었다. 획일적 시간표에서 벗어나 학습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는 시간 혁명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이러한 온라인 수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학생의 동기를 유발하고, 강의에 몰입할 수 있도록 수업을 더 치밀하게 구성해야 한다. 저장 강의와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섞어서 진행하는 혼합형 수업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에서는 이러한 혼합형 수업이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으로 잡을 것이다.  

▶ 공간 혁신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하면, 캠퍼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캠퍼스 공간 혁신은 교실로 채워진 공장형 대학을 창의적 학습과 활동이 이루어지는 미래형 대학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대학의 경쟁력은 공간에서 나온다.

▶ 모바일 러닝과 콘텐츠 혁명

마이크로러닝이 늘어날 전망이고, 학습 경험 인정 체제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다양한 학습 경험과 성취를 인정하는 수단으로 디지털 배지(digital badge)가 사용되고, 학생들은 e-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취업, 진학, 유학, 인턴을 구할 때 쓰게 된다. 모바일 러닝이 활성화할수록 학습 콘텐츠 혁명은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고, 대학 교육에 파괴적 혁신(destructive innovation)을 가져올 전망이다. 

온라인 학습 체제는 교수-학습 방식의 전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습 콘텐츠, 학습 양식, 학습 공간, 학습 플랫폼 운영 등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교수는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 지도와 학습 경험을 큐레이팅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III. 고등교육 공급자의 다양화 시대, 저무는 대학의 독점 시대 

케빈 캐리(Kevin Carey)는 ‘대학의 종말(The end of college)’이라는 책에서 디지털 학습 플랫폼이 고등교육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ICT 기술과 에듀테크는 훨씬 싼 가격으로 훨씬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전혀 다른 고등교육기관을 탄생시킬 것이다...(디지털 학습 플랫 폼은) 특권과 희소성에 의존해오던 전통적인 대학들을 위협할 것이다...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교육기관, 즉 대학만이 고등교육을 제공한다는 뿌리 깊은 인식을 버릴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에 도전하는 강력한 공급자들이 나오고 있다. 2014년 30대 청년이 창업한 ‘패스트캠퍼스(fastcampus.co.kr)’는 6만여 명이 듣는 교육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통적인 대학이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학점과 학위만 주지 않을 뿐이다. 1999년 설립된 휴넷(hunet.co.kr)은 재직자를 대상으로 플립 러닝과 마이크로러닝을 활용해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직무교육 또는 실무 교육을 한다. 멀티캠퍼스(multicampus.com)는 국내외 1만 7천여 기업이 재직자 교육을 맡길 정도로 프로그램의 질에 대해 신뢰를 얻고 있다. 여러 개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으며, 데이터 사이언스부터 인공지능까지 성인교육 시장을 개척해서 이끌고 있다. 머지않아 대학생 대상 프로그램까지 나설 것이다. 

▶ 대학의 생존과 차별화 전략

대학 간판과 졸업장보다 역량이 중요한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바야흐로 대학의 독점 시대가 무너지고 있다.

대학의 비교 우위는 무엇인가. 첫째, 캠퍼스이다. 배움과 생활이 함께 이루어지는 공동체 공간(the living-learning community)이 되도록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학의 차별적 가치는 교육 경쟁력에서 나온다. 대학이 차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개방적인 학사구조와 융합적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기존 교과목을 최신화, 정예화하면서 학과 내 필수 학점은 낮추고, 학과 간 교차 수강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


IV. 개방과 연결 시대: 공유 대학 디지털 학습 플랫폼과 공유 모델

자급자족 시대에서 벗어난 학습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여러 대학 교수가 디지털 플랫폼에 자신의 수업을 탑재하고, 어느 학생이든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시대를 말한다. 대학은 교육비용을 줄일 수 있고, 학생은 내 컴퓨터에서 다른 대학 교수의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학습 기회와 선택권이 확대되는 것이다.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는 에듀테크와 플랫폼 기술의 발전이 이러한 공유학습 체제를 뒷받침할 것이다. 

공유 대학은 다양한 모델로 운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규모 대학이 학습 자원을 공유하는 거점대학 제공형이다. 인문, 교양 분야 등에서 교과 운용의 폭이 넓고 학습 자원이 비교적 많은 거점 국립대가 나서야 한다. 재정 압박으로 교수 충원과 수업 개설이 어려운 중소규모 사립대학과 교육 네트워크를 만들어 시너지를 효과를 낼 때, 지방대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둘째는 여러 대학이 모여 가상의 공유 학습 플랫폼을 운영하는 대학 연합형이다. 대학들이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수업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서 함께 가르칠 수 있다. 

▶ 공유 대학이 성공 전략

첫째, 큰 대학 중심의 공유 모델은 작은 대학들이 대학 구조 개혁의 수단으로 오해할 수 있다. 파트너 대학들이 공유 대학의 운영과 의사결정에 관한 규칙을 만들고,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교육의 질 제고와 시너지가 없는 단순 병합 모델은 재정과 행정력만 낭비하는 것이다. 경영진의 치적이나 보여주기 이벤트가 된다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학생과 교육 관점에서 접근하고, 교육의 질 관리와 성과 분석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셋째, 온라인 학습 인프라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의 접목이 병행되어야 한다. 다른 대학이 제공하는 강의를 내 컴퓨터에서 듣고, 학점까지 받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넷째, 다양성과 창의성이 넘치는 공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참여 학생의 학습 역량과 경험은 다양하다. 학생의 사전 학습 정도와 다양성을 세심하게 고려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세심한 제도의 설계와 운영이 요청된다. 참여 교수 인센티브, 학점인정, 비용과 수입의 배분 방안 등이 포함된다. 학생에 대한 학습 상담, 수업에 관한 질의응답과 피드백, 성취에 따른 학점 부여를 담당한 교수가 필요하다. 온라인 수업은 수강생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학습경제가 가능한 만큼 이에 참여하는 교수의 수업 부담을 줄여주면서 대신 수업의 질을 높이도록 요구해야 한다. 


V. 가치와 비전이 중요한 시대

대학 입학자원 감소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학이 학생을 뽑던 시대에서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수도권 집중, 고등교육재정 투자의  족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하지만 환경만 탓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정부의 지원과 규제 완화는 위기 극복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충분조건은 대학의 철저한 변화이다. 

대학 혁신의 동력은 가치와 비전에서 나온다. 가치와 비전은 다른 대학과 차별화하는 대학 특성화의 토대가 된다. 대학이 여러 의사결정을 내릴 때, 판단 기준이 된다. 구성원의 마음을 하 나로 모으고, 행동을 유도하며, 조직을 위해 헌신하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참여적 기획(participatory planning)이 이루어질 때, 살아 숨 쉬는 비전과 가치가 만들어진다. 

 

▶ 이어진 대담 세션에서는 ‘디지털 전환 이후, 지금 필요한 교육정책’을 주제로 최근 2년 간 초·중등 및 고등, 직업, 평생교육 전 분야에서 추진되어 온 디지털 전환 관련 정책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를 위해 한국교육개발원 류방란 원장,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류장수 원장,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서유미 원장,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강대중 원장이 대담자로 참여하여 더 나은 미래교육을 위한 교육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 한국교육개발원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3회의 시리즈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며, 이번 포럼은 지난 5월 4일(수) ‘「국민에게 듣다」 교육에 대한 국민 인식과 미래교육정책의 방향’에 이어 개최된 2차 포럼이다. 이어지는 3차 포럼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대학 혁신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6월 16일(목)에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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