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대학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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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대학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
  • 승인 2022.05.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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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창의적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교육 일선에서는 이 구호가 낯설지 않기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느냐에 있다. 국정과제로 몇 가지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그것 역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정과제 중 중요한 한 항목이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명제이다.

이러한 국정과제를 교육 분야에서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학령인구의 급감은 갈수록 심해져 소위 지방대학부터 학교가 소멸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방대학의 소멸은 바로 그 지역의 침체, 나아가 소멸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지금까지 공적으로 통용하고 있는 소위 ”지방대학”이란 명명부터 바꾸는 의식혁명이 필요하다. 지방이란 명명은 전통적으로 중앙이란 지역에 대칭해서 사용해온 중앙집권적 체제 속에서 나온 명명이다. 지역분권이 논의되면서 이러한 명칭이 내포하고 있는 차별적 발상은 지양하고, 모두가 지역이라는 수평적 개념이 일상화되어야 한다는 의식은 꽤 오래된 사유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권과 교육, 행정 등 모든 영역에서 중앙과 지방이란 용어는 사라지지 않고 통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서울에 갈 때도 그냥 서울에 간다고 하면 될 말을 (지리적 방향과 무관하게 중앙이란 어감 때문에) 서울로 올라간다는 말을 곧잘 한다. 그리고 서울에서 지역으로 향할 때에도 어디로 ‘내려간다’는 말이 자연스럽다. 일반인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중앙과 지역은 더 이상 지리적인 위상의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 전반적 인식의 큰 줄기가 되는 식민적 사유, 차별적 사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중앙은 없다. 중앙은 지역 혹은 변방의 대칭적 개념이 차별적으로 적용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허구적 개념이다.  

지방대학이라는 명칭도 이와 유사한 논리 구조를 띠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변방에 위치 지으면서 중앙을 갈망하는 문제적 사유인 탓이다. 이의 해결 방안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우선은 지역대학 스스로 혁명에 가까운 발상의 전환, 자기 혁신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 주머니를 털어 나온 세금만 바라보며 개혁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앙 혹은 수도권이 아니기 때문에 명명되어진 지방대학이 아니라 어디든 지역이라는, 로컬리티를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이 소위 수도권 대학이라는 서울 소재 대학들의 흉내만 내어서는 곤란하다. 지역성을 살려 특화된 대학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한 규모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교육과정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백화점 식으로 나열해 있는 학과들을 통합하는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에 있는 대학들은 각자도생이라는 가능하지 않은 사고는 접고, 지역 연합대학 혹은 통합 대학의 새로운 모델을 지역 사회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새롭게 지역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중앙정부는 지역대학의 생존 몸부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방대학이 아니라 정확한 명칭으로서의 지역대학 특별법을 제정해서 모든 지역에서 무상의 대학 교육이 가능하도록 재정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 이것이 새 정부가 제시하는 지역대학 육성책의 온전한 방향이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정부가 중앙과 지방이라는 차별적 사고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그 끝은 지방대학의 시대가 아니라, 지역대학들의 소멸, 지역의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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