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관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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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장관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지명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5.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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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아닌 '행정 전문가' 발탁에 기대·우려 교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교육부 장관에 대한 인선을 했다. 사진은 박순애 서울대 교수.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김인철 후보자 사퇴로 공석이 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내정했다. 

대통령실은 “박 내정자는 공공행정 전문가로서 교육행정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윤석열 정부의 교육 분야 핵심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어줄 적임자”라고 밝혔다. 

부산 출신인 박 후보자는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교수로 일했으며, 2020년에는 65년만에 여성 최초로 한국행정학회 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조정·관리회의에서 4년 임기의 유엔 공공행정전문가위원회(CEPA) 위원으로 임명됐다. 지난 1월 13일에는 한국행정학회·한국정책학회와 중앙일보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윤 후보에게 공직자의 정치 중립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학자로서 정부 활동도 꾸준히 참여해 왔다. 박 후보자는 2004년 이후 10차례 이상 기재부의 공기업경영평가단에 참여했으며,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회 기획조정분과위원회 위원, 국회국민통합위원회 사회분과 위원 등을 맡았다. 이 때문에 선거 때 정당에서의 영입 제안도 끊이지 않았지만, 박 후보자가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순애 내정자 인선을 두고 대통령실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을 역임하여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기획재정부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경영평가 단장을 맡아 공공기관의 경영실적 개선의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 박 후보자가 공공·행정 성과 관리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교육 분야와는 접점이 부족해 의외란 반응도 나온다. 박 후보자가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행정안전부나 환경부 장관 하마평에 오른 적은 있지만 교육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 적은 없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 전문가'가 아닌 '행정 전문가'가 발탁됨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당시 교육 국정과제를 담당한 과학기술교육분과에 교육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교육 홀대론'이 불거졌다.

또 교육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합해 대폭 축소하는 방안과 심지어 부처 명칭에서 교육을 빼는 방안까지 논의되면서 교육계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따라 박 후보자의 발탁은 교육부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염두해 둔 인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행정 전문가인 박 후보자가 향후 세부적인 교육정책보다는 큰 틀의 교육부 운영에 대한 변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과 함께 교육부 개혁을 통해 교육행정의 비효율을 크게 개선시킬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는 아니어서 교육계에 얽혀있는 산적한 교육 과제를 잘 풀어낼지 우려감도 크다. 일각에서는 교육분야 경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인사여서 교육과정 개편과 대학입시 개편 등 민감하고 세부적인 교육 현안을 제대로 이끌어갈지 우려스럽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유·초·중등 교육의 무분별한 시도 이양 중단, 유보통합, 학교 다양화 등 교육 대전환과 본질 회복을 위한 교육과제가 산적해 현장이 공감하는 정책 입안·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비전을 충분히 밝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에서 “산적한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교육을 모르는 교육 수장 인선은 무엇을 위함인가”라며 “기획조정실 출신 차관에 이은 행정학자 장관 인선을 보며 교육 회복보다 교육부 축소 개편에 방점을 찍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은 박 후보에 대해서 "짧은 기간 교육부 정책 자문위원 경력 밖에 없는 타 분야 관계자"라고 지적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차관에 이어 장관까지 '비교육' 전문가로 채우려는 윤석열 정부는 21세기 교육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교육을 망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지 않으려면, 비교육전문가인 박 후보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과정에서부터 알맹이 없는 교육공약으로 교육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냈던 윤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인사참사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 장관 후보가 낙마하고 다급하게 비경력자라도 데려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게 윤석열식 '능력주의 인사'이냐"고 비꼬았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교육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는 이미 모르는 바 아니나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백년지대계 교육을 우선시 하는 후보를 찾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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