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진실’ 세상,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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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진실’ 세상,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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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고등교육]

현재 전 세계 고등교육 기관들은 가치와 중요성 면에서 거센 공격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 대학들은 ‘공산주의자 소굴’, (마약과 술이 넘쳐나고 누드 파티가 벌어지는) ‘무법지대’ 라는 조롱까지 듣고 있다. 이와 함께 고등교육 기관들은 자치, 경영, 활동 면에서도 전 방위적인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에스타두알 데 캄피나스 대학 마르셀로 크노벨 교수가 <인터내셔널 하이어 에듀케이션>에 기고한 내용을 요약한다.
 
대학이 지금처럼 불편한 위치에 있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기관 중 하나로써 고등교육 기관은 지난 1천 년 동안 여러 번에 걸친 이런 공격에 저항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른바 ‘탈 진실 시대(post-truth era)’의 견고화와 결합된 소셜미디어의 탄생과 확산으로 고등교육 기관들이 받는 비판은 전례 없이 강력하고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현재 대학들에게 가해지는 공격은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음모 이론가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수많은 사건들은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이비 과학(pseudoscience)의 온라인 신봉자들의 영향력이 진짜 과학을 믿는 사람들의 영향력보다 더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를 다룬 유튜브 영상들의 대부분은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발생한다는 과학적 합의를 부정하고 있다. 사회의 대다수는 이런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기후변화 이론이 음모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누리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바로 음모론 신봉자들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기후변화는 온라인에서 과학적 사실이 과학의 비정직성에 패한 예의 하나일 뿐이다. 전염병, MMR 백신(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혼합백신) 같은 주제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터넷에는 이 백신의 부작용을 다룬 콘텐츠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실제로 그 결과로 많은 나라에서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고, 이에 따라 사실상 박멸됐다고 할 수 있었던 이 질환들의 빠른 속도로 되살아나는 심각한 상황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잘못된 정보 확산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자들과 고등교육 기관들은 창의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법을 개발해 연구결과를 더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악의적으로 조작된 정보가 사람들의 행동, 집단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사실이 아닌 것들에 대한 사람들의 자각을 강화하는 방법은 특정 주제에 대해 교육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과정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신념과 편견을 타파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도움을 주어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구분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필수적인 과정의 일부다.

과학자와 교수들은 이와 함께 자신들의 연구가 이해되고 적절한 가치를 부여받으면서 오용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대중과 더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설득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설득력 있는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 이 콘텐츠의 목표는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믿음 체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계의 목소리는 증거에 기반하지 않은 콘텐츠의 빈도와 공격성에 의해 결국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일종의 기관으로서의 고등교육 기관은 커뮤니케이션의 전략적 중요성을 반드시 인식해 증거에 기반한 정보의 가치를 사회에 강화시켜야 한다. 교수들은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학생과 일반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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