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이 사는 세상 넘겨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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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없이 사는 세상 넘겨줘야
  •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
  • 승인 2022.05.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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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칼럼]

요즈음 미국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를 비롯한 관광 명소, 레스토랑, 박물관, 공원, 스포츠 경기장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피해가 가장 컸던 공포의 도시였는데, 지금은 실내에서조차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어 코로나 이전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 코로나19가 재확산되어 미국 인구의 3분의 1 수준인 1억 명이 확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있다.  

우리나라도 요즈음 식당, 카페 등은 마치 코로나 이전 모습이다. 모든 교육기관이 대면 중심으로 전환되고, 대학 캠퍼스에도 축제가 부활되어 광장에 인기 가수와 학생들이 빽빽이 모여 열기를 발산한다. 지난달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엔데믹’ 체제로 전환하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였다. 그런데 정부는 올여름부터 코로나 재유행이 시작되어 가을에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정부의 완화 정책에 반가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의 ‘정치방역’, ‘과학방역’ 논쟁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거리두기나 사회적 정책들은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간다고 한다. 과연 엔데믹이라는 방향이 현 시점에 적절한지,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도 괜찮은 것인지 매우 혼란스럽다. 코로나19 사망자와 그 가족 그리고 중증환자의 고통, 다양한 후유증은 통계 수치로만 이해되고 이에 대한 관심은 많이 약화되었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보다 바이러스가 훨씬 강력하며, 아직도 바이러스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배웠다. 최근 빌 게이츠는 여전히 전염성이 더 강하고, 더 치명적인 변이가 나타날 수 있으며, 우리가 팬데믹의 최악을 아직 못 봤을 위험성은 5%보다 훨씬 높다고 경고하였다. 더 나아가 갈수록 제어하기 어려운 새로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변이가 더욱 빈번하게 인간을 공격할 것이라 한다. 계속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에서 1,500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기록한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주목되고 있다. 그 내용은 주로 코로나19 방역과정에서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복기하며, 새로운 바이러스가 우리를 공격했을 때 어떻게 신속하게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수세기 동안 우리는 천연두, 홍역, 페스트 등으로 엄청난 희생을 무수히 겪어왔고 해결해왔다. 

그런데 최근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이제 우리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와의 싸움의 단계를 넘어 근본적인 관점에서 해결해나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감염병 역사의 흐름을 새로운 차원에서 봐야 한다. 

최 교수는 ‘농경을 하기 전인 1만여 년 전 지구에 인간은 6천만 명이 살았는데, 이는 포유동물, 새를 포함한 동물 전체 중 1% 미만이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의 무게가 차지하는 비율은 96~99%가 되었다. 지난 만 년 동안 우리가 완벽하게 지구를 장악하고, 야생동물을 1~3%로 줄여버렸다. 특히 기후변화와 자연훼손의 결과로 서식지가 파괴된 상황에서 야생동물들 몸에 있는 바이러스가 갈 곳은 오직 인간 아니면 인간과 가까이 있는 가축일 수밖에 없다.’라고 하였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야생동물인 박쥐는 1,400여 종으로서 거의 열대지방에 서식하고 있었는데, 2021년 5월 영국 캠브리지대 연구진 논문에 의하면, 지난 100년 동안 지구온난화로 열대 박쥐 40종 이상이 중국 남부를 비롯한 온대지방으로 거점을 옮겼다. 그런데 박쥐가 2~3개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100종 이상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남부에 유입되었고, 이들 중 하나가 코로나19였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래에 닥쳐올 감염병, 팬데믹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조치들을 강구하는 것과 더불어 그 이상으로 시급하고도 심각한 기후변화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팬데믹 질병을 더 자주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30년 뒤 대부분의 인류 문명을 파멸시킬 수 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감염병 창궐, 식량부족, 동식물 멸종 등으로 인간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코로나 사태의 극복에서 더 나아가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우며 일상에서의 의식 변화를 이루어가야 한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사와 최근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강조한 기후변화로 인한 생존적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2050 탄소중립 목표 등을 우리 개개인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세계 시민의 관점에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는 인간이 지구 기온을 조절할 수 있는 최후의 한계점을 지키는 일로서 인류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이에 관련된 국민들의 의식 변화를 위해서는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2011년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3차 산업혁명’에서 교육의 제1사명은 학생들에게 지구상의 모든 다른 종을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대가족으로 바라보고, 자신을 그 구성원의 하나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길러내는 것이라고 하였다. 인간의 유익만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지구가 서로 합의하며 공존해야 인간 생태계도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학습내용과 교육방식은 인간 개인의 효과적인 획득과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인류의 미래 생존 발전에 독이 된다고 경고했었다.

우리 대학들은 현재 학령인구 감소, 재정 위기의 극복 그리고 교육의 질과 연구 성과 높이기에만 몰입하고 있는데, 기후변화, 지속가능 관련 주요 이슈들에 대해서도 깨어 있어야 한다. 대학들은 2021년 유럽대학연합이 선언한 ‘울타리 없는 대학들, 2030 비전’에 주목해야 한다. 유럽대학들은 기후위기를 포함한 지속가능성을 긴급한 이슈로 인식하고, 교육, 연구, 혁신의 목표와 가치를 ‘지속가능’에 초점을 맞추며,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성취를 주된 사명으로 삼고 있다. 사회 문제해결에 대해서는 모든 대학들이 연합하며 구체적인 과제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학들도 교육과정, 연구의 목표와 가치를 인간과 자연의 공존, 지구 생태계의 지속가능에 두는 혁신이 요구된다. 30년 후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 되면, 지금 우리의 다른 노력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학과 지식인들이 먼저 깨어 있어야 하며, 우리 국민이 작은 실천을 모아갈 수 있는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분명히 다가오는 위기를 외면한 영화 'Don't look up'의 메시지를 기억해야 한다. 2021년 노벨물리학상이 지구온난화가 ‘인간 탓’임을 입증한 과학자에게 돌아간 것은 인간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기후변화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우리는 물론 다음 세대들이 ‘마스크 없이’ ‘살아가게’ 하는 일이다.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과실연 명예대표

연세대 수학과 명예교수로 연세대 대학원장, 대한수학회 회장, 국제퍼지시스템협회(IFSA) 집행이사,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과학기술분과 의장, 포스코청암재단 이사, 국무총리 소속 인사혁신추진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자문위원회(SAB) 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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