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시대와 네 개의 관점으로 그려낸 사회학 이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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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시대와 네 개의 관점으로 그려낸 사회학 이론의 풍경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5.23 0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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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학 이론: 시대와 관점으로 본 근현대 이야기 | 하르트무트 로자·다비드 슈트렉커·안드레아 콧트만 지음 | 최영돈·이남복 외 3명 옮김 | 한울아카데미 | 408쪽

 

이 책은 맑스와 베버부터 하버마스와 푸코까지 근현대 13명의 사회학 이론가들을 중심으로 사회학 이론의 탄생과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했다. 이론을 모아서 나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분류의 첫 번째 기준인 ‘시대’는 세 단계로 나눴다. 초기 근대, 발전된 근대, 후기 근대의 순서로 읽으면 근대사회와 모습과 사회학 이론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관점’이다. 각각의 시대는 자연, 문화, 구조, 인성의 관점에서 다른 방식으로 서술된다. 길들이기, 합리화, 분화, 개인화의 관점별로 묶어서 읽으면 근대사회와 사회학 이론을 깊이 있게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이 이론을 들려주는 첫 번째 방식은 시대 구분이다. 사회학 이론은 “근대화 경험에 대한 반응”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초기 근대’는 과거의 것이 사라지는데도 아직 새로운 것이 들어서지 못했던 19세기의 산업화 시기다. 당시를 살아간 맑스, 베버, 뒤르켐, 짐멜은 기존의 제도와 전통이 파괴된 현실을 사유하면서 이전과 다른 세계로서 ‘사회’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발전된 근대’는 20세기 중반이다. 국민국가 체제가 세워지면서 삶과 사회는 예측 가능한 것이 된 듯했지만, 이를 관찰한 아도르노, 하버마스, 파슨스, 루만, 엘리아스는 개성과 창의, 관계들의 활기 없음에 주목한다. 여기에는 개별적인 합리화 추구가 비합리적인 전체를 낳는 역설적 상황을 마주했던 이론가들의 절박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후기 근대’는 냉전 이후의 세계화 시대다. 과학 기술은 혁신을 거듭했지만 해체는 지속되고 있으며, 불안은 여전히 오래된 화두다. 라투르, 하트와 네그리, 푸코의 인식에서는 이러한 후기 근대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세 단계를 따라 이론을 읽으면 근대의 풍경을 생생히 그려볼 수 있다.

이론을 들려주는 두 번째 방식인 관점[길들이기(자연), 합리화(문화), 분화(구조), 개인화(인성)]은 이 책의 백미다. 예컨대 ‘길들이기’ 즉, 자연에 대한 관점에 비중을 둔 이론가는 맑스, 아도르노, 라투르였다. 그들은 같은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봤지만, 그들이 처한 시대 상황과 문제의식에 따라 이론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었다. 맑스는 ‘노동’을 통해 외적 자연을 길들이는 것에 주목한 반면, 아도르노는 내적 자연이 지배되면서 자본주의가 비로소 뿌리내린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둘에게 길들이기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면, 라투르는 자연을 길들일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환경위기를 비롯해 유전자 연구와 같은 자연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합리화’에서는 문화적 관점, ‘분화’에서는 구조적 관점, ‘개인화’에서는 인성 유형의 변화에 대한 관점을 바탕으로 사회학적 문제의식의 변화를 추적한다. 각 이론가들은 사회의 새로운 측면을 관찰하고 감탄했지만, 그 시선의 끝은 언제나 근대사회의 병리적 측면을 향했다. 네 가지 관점 모두 결국은 출발할 때의 전제와 다른 결과를 낳게 되는데, 이는 ‘폭로’하고 ‘부정하는’ 사회학의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관점별 읽기를 통해 우리는 근대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면서 오늘날의 사회로까지 이어지는 문제의식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회학 이론은 고전과 비슷하다. 대부분 알고는 있지만 직접 부딪혀본 적이 없다. 실용성이 낮아 보이고 제대로 알려면 시간도 많이 든다. 그러나 사회학 이론은 정신적 ‘기초체력’을 길러준다. 오늘날 우리의 손 안에 차고 넘치는 개인과 사회에 관한 정보를 각자의 삶에 유익한 지식으로 꿰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사회학의 대가들을 선별해 그들 간 독특한 지형을 세밀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 책의 각 장이 ‘핵심 문제’, ‘방법적 기본 구상’, ‘분석’, ‘진단’, ‘요약’이라는 똑같은 절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는 이론을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적·형식적 균형을 맞추려 한 저자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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