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중’ 정서, 어떤 징후로 읽어야 하는가
상태바
한국의 ‘반중’ 정서, 어떤 징후로 읽어야 하는가
  •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 승인 2022.05.17 1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왜, 얼마나 중국을 싫어하는가”라는 새로운 질문으로 바꾸어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우리는 왜, 얼마나 미국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시사IN』 심층 여론조사에 기반한 기사[“중국의 모든 것을 싫어하는 핵심 집단, 누굴까”(2021. 6. 17). “중국에 대한 반감, 그 반대편에 친미가 있다”(2021. 7. 12)] 내용 중 일부다. 좀 길지만 아래서 더 보자.

폭발하는 반중정서(20대-15.9%, 30대-21.8%) 반대편에 세 배가량 높은 친미정서(20대-57.7%, 30대-57.2%)가 있다. 진영별로 선호도는 진보(중-26.9%, 미-57.2%), 중도(중-26.7%, 미-54.4%), 보수(중-26.7%, 미-63.3%) 모두 중국보다 미국이 두배 이상 높다. 더 충격적인 것은 10년 뒤를 예측하는 데서도 중국과 미국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예컨대 10년 뒤 최고의 경제대국은 어느나라로 예상하느냐에서도 중국은 27.8%, 미국은 49.4%다. 중국 경제발전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에 대해서도 71.8%가 위협이 될 것이라 대답했다. 향후 10년간 한국의 국익실현에 중요한 나라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미국이 66.3%, 중국이 9.7%가 나왔다. 『시사IN』은 사드 사태 이후 2018년 미중무역전쟁이 변곡점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한국연구재단은 얼마 전 2019년에서 2021년까지 3년 동안 신청 과제 키워드 TOP 15를 발표했다. 그 중에서 중국은 각각 4위 5위 6위에 랭크되어 있다. 중국 앞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4차산업, 코로나19, 이 네 주제가 위치한다. 한국에서 반중 의식이 최고조에 달해 있지만, 학계에서 중국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장 관심이 많은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나라별로는 15위 안에 한국과 북한, 또 어쩌다 일본이 들어 있을 뿐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 학계에서 중국의 부상을 어쨌든 ‘문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사회의 ‘반중의식’, 어떤 징후로 읽어야 할까. 필자는 일단 21세기 새로운 조건이 펼쳐진 것에 대한 한국인의 새로운 반응 또는 새로운 인식으로 읽는다. 단순히 G2로 성장한 중국에 대한 ‘두려움’의 표출만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태’를 일으키게 된 심층의 변화를 피하지 말고 직시해야 하고 더 나아가 한국의 위상에 맞는 ‘세계인식’ 재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한국에서 반중 정서가 나타난 이유에는 사드보복, 문화기원 충돌 등 일련의 ‘사건’들이 있지만 이것과 더불어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한국의 글로벌 위상 변화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1년 7월 한국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 변경했다. 영국의 격월간지 ‘모노클’(Monocle)은 독일과 함께 한국을 소프트파워 2대강국이라 보도했다(2020년 12월호와 2021년 1월호). 위의 여론은 ‘선진국’ 한국이라는 객관적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 와중에 나타난 여론 향방의 ‘질적 전환’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특히 MZ 세대의 ‘중국 인식’을 주시해야 한다. 이들은 한국의 다른 세대와 달리 대학시절 중국 젊은이에 대한 구체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렇더라도 이들의 여론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對중국 비호감이 가장 높은 집단이라는 사실은 한국의 중국 인식에서 철저한 타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이 왜 이렇게 생각하는가를 다가가서 들어야 한다. 이들이 앞 세대와 다른 점은 한국이 경제발전의 토대 위에서 제도적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이룩한 이후, 인권과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경험하며 살아왔다는 점이다. 

셋째, 이참에 한국인의 뿌리 깊은 ‘변방주의’적 관성을 한번은 검토하고 넘어가야 한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감각 또한 세대별로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새로운 글로벌 주체로서 한국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21세기 시공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한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필자를 포함하여 7~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에 이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들에게는 변방주의적 ‘사대’(事大)가 - 그 대상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 아비투스로서 신체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세계인식은 “한국인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자각적 물음과 정체성을 묻는 자각적 과정을 거쳐야 획득될 수 있다.

한국의 문화계는 세계를 상대로 ‘새로운 보편’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중국은 그 뒤꽁무니에서 한복이, 김치가, 된장이 원래는 ‘우리의 것이니 너희의 것이니’ 하는 ‘점유자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구태는 사상과 언론통제의 정치 아래서는 교정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본 한국의 여론은 21세기 변화된 새로운 조건과 중국의 통치 시스템에 총체적으로 반응한 것이지 사건 하나하나에 반응한 것이라 보기 힘들다. 중국에 대한 인식에서 진보, 중도, 보수가 대동소이하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이에 맞는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고 새로운 중국인식이 필요하다. 신냉전이 형성되는 와중에 누구 편을 들 것인가에 반응한 것이기보다 자기의 역할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동아시아현대사상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에서 동아시아 현대사상과 중국 현대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홍콩 중문대학교 포닥, 북경대 초빙교수, 절강대학 방문학자, 중앙일보 ‘차이나 인사이트’, 주간동아 ‘조경란의 21세기 중국’ 고정란 칼럼니스트를 역임했으며, 2022년 5월 현재 경제 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있다. 『현대중국 지식인 지도』,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 『국가, 유학, 지식인』, 『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공저) 등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대한민국 학술원, 열암철학상을 수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