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학소문』…사화기 9대 사화를 다룬 조선 유일의 사화기 사화 전문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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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학소문』…사화기 9대 사화를 다룬 조선 유일의 사화기 사화 전문 저술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5.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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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화기 사화 기록 『설학소문(雪壑謏聞)』 | 오승환 지음 |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 362쪽

 

이 책은 저자인 남명학파(南冥學派) 중북(中北)의 선비 설학(雪壑) 이대기(李大期, 1551∼1628)의 생애·학문·사상을 연구하고, 그의 저술로서 학술적 의의와 가치가 높은 『설학소문』을 교감·표점·번역하고, 연구한 학술 도서이다.

조선 역사에서 단종조부터 명종조까지를 사화기(士禍期)로 보는데 이 시기에 발생한 첫 사화를 무오사화(戊午士禍)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무오사화는 세조의 불의한 찬위(簒位)를 비유적으로 드러낸 점필재 김종직(金宗直)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을 그의 문인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이 사초에 실은 일이 빌미가 되어 발생하였다. 단종이 12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하자 숙부였던 수양대군(首陽大君)은 단종 원년(1453)에 신권의 강대를 빌미로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일으킨 다음 단종 3년에 양위(讓位)의 형식을 빌려 왕위를 찬탈하였다. 세조는 쿠데타를 일으킨 뒤에 자신을 성현으로 추앙받는 주공(周公)에 견주곤 했으나 실상 그의 행위는 정치적 야욕에 의한 것이었다. 세조의 불의(不義)는 유교정치에 있어 명분·정통과 도덕성에 큰 흠이 되었고, 이에 반발한 사육신(死六臣)이 단종의 복위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참혹한 화를 당하였다.

세조의 불의한 찬탈이 중심에 있는 계유정난과 단종복위운동 이 두 사건이 갖는 상징성은 의(義)·선(善)·충(忠)이 불의·불선(不善)·불충(不忠)에 의해 짓밟힌 것에 있다. 이 때문에 세조의 찬위가 그 중심에 있는 사화기 동안 의·선·충에 해당하는 의사(義士)·제현(諸賢) 또는 사림관료(士林官僚)들이 불의·불선·불충에 해당하는 익대삼신(翊戴三臣)·흉(兇)·간(奸)·사(邪) 또는 척신(戚臣)·간신(奸臣)·권신(權臣)에 의해 화를 당하는 양상이 지속되게 된다. 따라서 계유정난과 단종복위운동을 사화와 유기적 연결성을 갖는 가치가 개입되어 있는 시각으로 보면 각각 계유사화(癸酉士禍)와 병자사화(丙子士禍)로 칭할 수 있다. 세조는 불의하였지만 신민의 입장에서 군왕의 비리(非理)와 불의를 드러내는 것도 불의이자 불충이었고 또 화를 당할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당대는 물론 이후에도 세조와 관련된 사실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거나 기술(記述)로 드러내지 못하게 되는데 이것이 사화기 역사 기술의 한계로 작용하게 된다. 

 

조선조는 물론 현재에도 사대사화(四大士禍)를 다루거나 사대사화를 개별적으로 다룬 저술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고 사화기를 세조의 불의한 찬위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파악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룬 저술은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남명학파(南冥學派) 중북(中北)의 선비 설학(雪壑) 이대기(李大期, 1551∼1628)는 사화기를 세조의 불의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파악하여 이 시기에 발생한 계유사화(계유정난), 병자사화(단종복위운동·사육신사건), 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신사사화(신사무옥), 을사사화, 정미사화(양재역벽서사건), 기유사화(기유옥사) 9대 사화를 다룬 사화록(士禍錄) 『설학소문(雪壑謏聞)』을 1623년경에 완성했다. 저자는 사화기 역사 기술의 한계를 정의(精義)·우의(寓意)·포폄(褒貶)·찬주(贊誅)·감계(鑑戒)·권선징악(勸善懲惡)이 가미된 공교로운 기술 방법과 성리학 이기론(理氣論)의 접목 및 응용으로 극복하였다. 『설학소문』은 세조조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부담 때문이었는지 대개 서문과 발문이 없는 상태로 저자가 누구인지도 알려지지 않은 채 수백 년간 필사본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설학소문』은 사화기 9대 사화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룬 조선 유일의 사화기 사화 전문 저술이라는 점에서, 세조의 불의한 찬위를 중심으로 사화기를 유기적으로 파악하여 짜임새 있게 집필된 저술이라는 점에서, 사화기 역사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여 집필된 저술이라는 점에서, 성리학 이기론의 응용 및 접목을 확인할 수 있는 저술이라는 점에서, 중정하고 정대한 역사 인식과 통찰이 녹아 있는 저술이라는 점에서, 정의·우의·포폄·찬주·직필·권선징악·감계(鑑戒)의 성격적 특징을 갖는 『춘추』와 『자치통감강목』의 맥을 잇는 저술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고 특수한 위상과 의의 및 가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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