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 속 국가에 의해 이루어진 질병 관리의 다양한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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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 속 국가에 의해 이루어진 질병 관리의 다양한 모습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5.15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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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의 질병 관리 역사: 질병 통제에서 보건 의료까지 | 이방원·김대기·김성수·신명주·신지혜 외 4명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368쪽

 

코로나19와 더불어 팬데믹 시대의 질병 관리, 특히 국가 주도의 관리 능력이 국제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그간 세계 각국에서는 방역 정책과 보건복지 정책 등 질병 관리 방법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저마다 관련 제도 및 정책들을 수립해 나갔지만 그 내용과 방향성은 강제 봉쇄 혹은 자율 위생 등으로 상이했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질병에 맞닥뜨린 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대처하는 모습은 자선과 시혜의 형태로, 구성원의 신체에 대한 통제의 형태로, 또 국민 보건과 관련된 제도 실험의 형태로 국가사에서 그 양상을 달리하며 반복되어왔다. 즉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여러 국가와 그 구성원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리라는 공통된 믿음을 가졌고, 그러한 믿음이 질병을 대하는 그들의 시선과 태도, 보편 정서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질병 관리와 관련된 법ㆍ제도ㆍ정책들에 반영되어온 것이다.

이 책은 전근대와 근현대를 망라하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국가 및 공동체가 수행한 질병 관리의 노력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향후 국가 차원의 질병 관리에 시사점을 제시한 연구서이다. 특히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동서양의 역사에서 각 국가 및 공동체가 구성원의 질병을 예방ㆍ치료ㆍ관리하려 한 의도와 목적,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실현하고자 했는지, 그와 관련된 고민과 실천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총 3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에서는 의료환경에서 소외되어 있던 사람들을 위한 의료기관을 설치하여 자선, 구제, 구료, 시혜 등의 이름으로 질병을 치료한 국가들의 다양한 명분과 의도를, 그리고 행정적 효과를 가지고 시행된 의료기관의 모습을 확인한다. 1장에서는 조선 전기 조선인들이 질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한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일상의 질병을 담당한 혜민서와 유민의 질병ㆍ전염병을 치료한 활인서가 조선을 건국한 사대부들의 정치철학과 그 실천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였음을 밝힌다. 

2장에서는 12세기 초반 송대 의료 구제 기구로서 기능한 안제방의 모습을 확인하고, 12세기 중반 재해로 유이민 수가 폭증한 시기에 기존 빈민 수양기구였던 거양원과 병자 수양 치료 기구였던 안제방의 기능이 양제원으로 수렴ㆍ통합된 양상을 추적한다. 3장은 일제 시기 도립의원에 관한 연구로, 도립의원 관련법, 진료 분과와 의무 직원, 세입ㆍ세출 양상을 분석하여 당시 조선총독부의 도립의원에 대한 평가와 식민지 조선인이 경험한 근대 의료의 질적ㆍ양적 수준에 괴리가 있었음을 밝힌다.

 

2부에서는 특정 시기의 국가가 특정 대상에 주목하고 그들의 질병을 관리함으로써 그들 자신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사례, 그리고 특정 대상을 격리함으로써 그들의 이동을 통제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4장에서는 고대 로마 시기 군대의 규모가 커지고 장거리 원정이 일반화됨에 따라 군대 내에 구축된 전문 의료체제와 다양한 전공 출신 군의의 복무 양상, 대규모 군단이 장기 주둔하는 지역에 군병원이 지어진 상황 등을 유물ㆍ유적을 통해 복원한다. 

5장에서는 1900년대 초 미연방정부가 인디언의 질병 통제에 직접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캔튼 인디언 정신병원을 중심으로, 당시 미국 사회가 정신질환과 인디언의 이동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정의했는지 논한다. 6장에서는 1900년대 초ㆍ중반의 일본 전매 연초 공장을 대상으로 고용 구조와 노동 환경, 특정 질병의 발생 빈도, 전매 당국 내부 의료시스템과 공제조합에 대해 고찰하고, 직공의 신체가 국가 자본에 의해 관리됨으로써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하고 국가 재정을 지탱했음을 밝힌다.

3부에서는 근현대의 주요 정치 세력 및 국가가 보편 및 평등의 개념 아래 질병 치료와 건강 관리를 위해 설립한 의료정책ㆍ제도에 관한 내용을 그 시작과 발전, 그 안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을 중심으로 중국, 한국, 영국의 사례를 통해 확인한다. 7장에서는 1927~1949년 중국 공산당 근거지 시기 중국 공산당의 협력 대상에 대해 공산당 정권이 위생 및 의료와 관련된 모든 것을 혁명으로 귀결시키며 민중의 신체와 의료진 등을 관리함으로써 위생에 입각한 의료제도를 실천했던 양상을 살핀다. 

8장에서는 1977년 한국에서 시행된 의료보험을 낮은 수준의 보편적 평등의 기원으로 규정하고, 당시의 정치 상황과 그 내용을 확인한 후 이 제도가 낮은 수준의 복지를 보충하는 새로운 정책 과제를 남겼으며 의료보장, 사회보험, 그리고 사회보장을 형성하는 기준이 됐음을 밝힌다. 9장에서는 1948년 설립 시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이주 노동력에 대한 높은 의존성을 살피고, 시대와 출신 국가, 인종과 종교, 담당 업무의 성격에 따른 NHS 구성원의 경험 변화 양상, 또 이를 통해 NHS 안에서 노출되는 불평등과 그 의미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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