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대 중국 역사학과 세계사 … 일국사와 세계사의 잘못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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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대 중국 역사학과 세계사 … 일국사와 세계사의 잘못된 만남
  • 이정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 승인 2022.05.14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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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포커스] 동북아역사재단 2022년 05월호 뉴스레터

 

2021년은 ‘두 개의 백년’ 중 ‘첫 번째 백년’(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로 중국 정부는 소강사회(小康社會)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였음을 선포했다. 그리고 2021년은 ‘두 번째 백년’(신중국 성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해이기도 하였다. 이에 동북아역사재단은 2021년 하반기 중국 언론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중국의 정치, 역사, 문화, 한국전쟁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일환으로 발간된 동북아역사재단 2022년 05월호 뉴스레터에 게재된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 이정일 연구위원의 ‘신시대 중국 역사학과 세계사 - 일국사와 세계사의 잘못된 만남’을 아래 소개한다.


중국사를 위한 세계사로

21세기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 간 긴장이 동북아 정세 변화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중국 역사학계는 중국식 사회주의역사관과 중화민족 부흥의 당위성을 확립하고 중국문명의 세계적 수준을 부각시키는 역사학, 즉 ‘신시대 중국 역사학’을 제창하며 중국사와 세계사의 융합을 하나의 실천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신시대 중국 역사학’의 구체적 내용은 크게 사회주의 역사이론과 현대 학문 간 긴밀한 소통 그리고 사회주의 역사이론과 중국 전통 간 체계적 조화라는 두 방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데 모두 중국사와 세계사의 융합을 주장하는 이론적 근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최근 중국학계의 세계사 관련 도서들

먼저, 사회주의 역사이론과 현대 학문의 긴밀한 소통이라는 내용은 서구학계의 선진 이론과 중국학계의 사료 연구·축적 간 상보적 협업을 통해 비교 연구를 활성화함으로써 중국사와 서구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나아가 중국식 역사 이론·모델을 개발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러한 취지는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을 만큼 발전했고 학문적으로도 성장했기에 서구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사회주의 역사관을 완성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중국학계는 보다 정교하게 서구중심주의를 비판하고자 서구학계의 글로벌 히스토리(global history), 즉 지구사를 인용한다. 

주지하듯이 지구사의 큰 특징은 서구중심주의 세계사 서술을 반대하고 상호작용성을 중심으로 학제 간 그리고 분야 간 통섭을 기반으로 하는 비교연구로의 지향이다. 지구사는 비서구 지역의 역사적 경험, 특히 중국과 인도 등 몇몇 국가들의 역사를 통해서 서구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세계의 역사를 비서구적 관점에서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바로 관점의 다각화가 사회주의 역사이론과 현대 학문 간 긴밀한 소통의 동력이자 중국사와 세계사의 융합을 위한 하나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것이다.

한편, 사회주의 역사이론과 중국 전통의 체계적 조화라는 내용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중국 사회에서 시대정신이 어떻게 표출돼 왔는가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이 사회주의 역사학임을 재확인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러한 취지는 전통시대 중국 역사와 문화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정합적으로 사회주의 역사학의 틀 속에서 재해석하고, 보다 유기적으로 중국식 사회주의 역사학의 일부로 흡수해야 한다는 신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중국 학계는 중국의 과거와 전통 그리고 중화문명이 차지하는 세계사적 위상을 재평가하고 중국사 전체를 세계사의 상위(上位)에 올려놓고자 세계문명과 중화문명 그리고 세계사와 중국사 비교 연구를 새롭게 진행할 필요성을 인식한다. 바로 전통과 문화의 재발견을 통한 사회주의 역사로서의 중국사의 정체성 재확립이 사회주의 역사이론과 중국 전통 간 체계적인 조화의 동력이자 중국사와 세계사의 융합을 위한 또 하나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것이다.

 

중국사만의 세계사?

그런데, 이와 같은 방식의 자국사와 세계사 간 융합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기존 서구학계의 차별과 편견에 맞서 탈서구중심주의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중국식 사회주의 역사이론의 중요성에만 집중하고 중국사와 세계사의 융합만을 강조할 뿐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함께 존재해 온 동북아시아·동아시아 속 이웃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세계사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연 이러한 배제와 침묵 속에서 얼마나 온전하게 탈서구중심의 중국사 그리고 탈서구중심의 세계사를 추구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차원의 차별과 편견으로 오로지 홀로 세계사적인 수준으로 격상된 중국사 아래 이웃 국가들의 역사를 평가절하하려는 중국 중심의 팽창주의적 역사의식이 내재돼 있지는 않을까? 

만약, 그러한 의도적 불균형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중국사와 세계사의 융합은 역사 왜곡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다. 일국사 속 각양각색의 역사 행위자 간 상호작용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한편 지역사 속 무수한 정체(政體)들의 상호작용과 다양성도 함께 존중함으로써 나·우리·남(타자)의 의미를 보다 뜻깊게 새길 수 있는 역사의식이 중국사와 세계사의 소통에 더 필요하지 않을까?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사연구소

중국의 역사와 문명이 가진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차별과 배제로 무장한 예외주의가 아니라 일국사와 지역사의 소통을 인정하고 일국사의 특수성과 세계사의 보편성 간 균형을 추구할 때 각국의 역사, 지역의 역사, 전 인류의 역사가 함께 어우러지는 열린 세계사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수평적 시각의 세계사가 지닌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필자: 이정일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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