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자이자 아나키스트였던 우리 근대문학의 시금석, 단재 신채호
상태바
민족주의자이자 아나키스트였던 우리 근대문학의 시금석, 단재 신채호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5.08 0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채호 작품집: 백세 노승의 미인담(외) | 신채호 지음 | 김주현 엮음 | 종합출판범우 | 365쪽

 

단재 신채호는 역사연구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문학인으로서도 근대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논설과 시, 전기, 우화 등 다방면에 걸쳐 문필 활동을 했다. 신문사에 근무하던 그는 논설과 같은 계몽적인 글쓰기로 문필 활동을 시작되었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에서 언론인, 민족주의적 독립운동가, 문학인, 역사연구가, 무정부주의적 혁명가로서 여러 활동을 전개하며 다양한 글을 썼다. 

이 책은 크게 제3부로 나눠 각각 단재의 소설, 시, 비평 기타 글을 묶었다. 신채호의 문학은 시대 상황과 결부된다. 초기 영웅 중심의 구국 계몽사상에서 민중 직접 혁명 사상으로의 변이는 한일합방이라는 시대적 사건에 기인한다. 한일합방 이후 대동청년단, 대한독립청년단, 신간회, 무정부주의 동방연맹에 가담하여 국권 회복 운동을 펼친다. 이러한 신념은 그의 문학에서도 드러난다.

1900년대의 논설이나 〈이순신전〉 〈을지문덕전〉과 같은 영웅전기는 영웅의 출현을 통한 위난의 극복과 민족의 계도라는 계몽적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 신채호는 역사소설의 한 형식인 영웅전기를 통해 민중을 계도하고 국가를 구원하고자 했다. 그러나 한일합방 이후 〈백세 노승의 미인담〉과 같은 연의 소설에서는 노예의식의 극복과 저항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참된 주체의 정립을 강조하고 있다. 1920년대에 〈용과 용의 대격전〉에 이르러서는 현실 전복 이데올로기를 통해 민중 직접 혁명을 고취하고 있다. 또한 양식적인 측면에서 단계적으로 사실 중심의 영웅전기와 사실과 허구가 적절히 결합된 연의 소설, 허구적 성격이 강한 알레고리로 변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웅전기보다 후기의 알레고리를 통해 당대의 현실을 보다 깊게 드러내고 있다.

그의 문학관 역시 애국계몽기에는 국민을 강하고 바른 데로 이끌 전범으로서 인도주의적 문학에서, 현 조선의 민중을 그리는 사실주의적 문학으로 옮겨온다. 영웅 대망론과 자주권 수호라는 계몽적인 세계에서 저항과 비판을 통한 참된 주체 정립의 세계관으로 ― 그리고 더 나아가 사유와 가치의 전복이라는 민중 직접 혁명 세계관으로 나아간다. 

신채호의 텍스트는 열려 있다. 역사연구가로서 주요 업적과 역사 인식은 그의 문학적인 글쓰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서로 공유된다. 그의 문학은 애국계몽기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국난의 시기에 문학가의 임무와 문학의 역할을 분명하게 해주었고, 또한 문학의 참된 방향을 모색해보려고 했다. 단재 신채호는 몸소 실천하고 신념대로 행동했다. 그의 주체적이고 실천적인 사상과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커다란 귀감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