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는 한국 혁신 경쟁력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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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는 한국 혁신 경쟁력의 본질이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5.07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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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신간_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를 경제학으로 밝히다』 (임정덕 지음, 흔들의자, 348쪽, 2022. 04)

 

한국은 가장 못살던 나라에서 단기에 고도의 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뤄 20세 후반 명실공히 열강의 반열에 들어간 세계 유일한 나라이다. 그런 빠른 성장이 유독 한국에만 가능케 된 이유는 한국(인)의 특유의 빠른 속도(K속도) 때문이다. 속도 경쟁력은 생존과 앞섬의 법칙이다. 

이 책은 한국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가를 찾고 또 그것을 어떻게 키우고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가를 탐구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한국의 경쟁력은 빨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경쟁력은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할 때 나온다. 한국 사람이나 기업, 조직 등이 확실히 잘할 수 있었고 지금도 잘하는 것은 모든 면에서의 빠름이다. 이 빠름을 경제와 경영에서, 기술에서, 배움에서, 생활에서 발휘한 결과가 지금까지의 성취와 기적이다. 나아가 스스로 단점의 측면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는 참지 못함이 민주화를 산업화와 거의 동시에 이루게 한 저력이라고도 생각한다.

▲ 저자 부산대 임정덕 명예교수<br>
        저자 부산대 임정덕 명예교수

한반도는 사회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이 속성의 비교 실험을 해본 유일한 실험장이다. 지난 70여 년간의 강요된 남과 북에 의한 실험에서 한국인의 속성인 속도가 빠른 성장의 필요조건이고 이 빠름을 허용하거나 장려하는 여건이 충분조건임을 입증하였다. 경제뿐 아니라 여러 다른 부문에서도 비등점에 다다르면 폭발적인 성과가 있음도 예를 들어 설명한다. 모든 개도국이 바라마지 않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동시 달성 가능성과 ‘그 선후 관계’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진다.

그동안 우리는 이 빠름을 오히려 단점으로 치부하고 사고 등, 빠름의 부작용에만 관심을 둔 측면도 있다. 즉 ‘빨리빨리’나 ‘대충대충’ 등이 그 대표적인 표현이다. 이것은 고치거나 개선해야 할 측면이지 무시하거나 부끄러움으로 여길 일은 아니다. 경쟁자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은 특별한 축복이고 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국과 한국인 경쟁력의 원천이 속도임을 인류학적, 역사적, 경제적, 비교 통계적, 학술적, 실증적으로 논의하면서 동시에 우리 경쟁력의 원천을 다시 살리는 길을 제시한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우리나라를 급성장하게 만들어준 원동력임을 새로운 시각에서 밝혀낸다. 키워드 ‘속도’를 중심으로 한 한국 경제 분석과 한국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이 책은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례를 K속도로 분석하고, 이후 우리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 및 부정적으로도 평가될 수 있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한 경제학자로서의 새로운 고찰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확실히 특별한 빠름의 특성과 능력을 가진 민족이다. 유전적 요소와 역사적 이유, 환경적 요인도 있는데 그것을 먼저 증명하고 논의한다. K속도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성과와 그 결과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소개하고 논의하며, 국제 비교에 의한 통계로도 확실히 증명한다. 

K속도는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역효과도, 부작용도 초래하기에 그 내용과 실상을 검토하고 정확하게 알리고자 하는 의도도 분명하다. K속도가 한국의 확실한 경쟁력인데 K속도를 방해하는 것들, 스스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현실적 고민도 담았다. 결론적으로 지속가능한 K속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기에 현재와 미래의 관점에서 K속도를 검토하고, 한계 없는 한국의 무한한 경쟁력을 모색한다.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OECD, World Economic Forum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최신 자료를 인용함으로써 신뢰성을 확보하였고, 미국·중국·러시아 등 저자가 직접 체험한 해외의 사례를 더해 생생함과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빠름에 대한 부작용도 고찰하면서 새로운 한국의 길도 모색한다. 속도를 어렵게 하는 법적·제도적·관행적 제약 요소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분석해 낸다. 끝으로 속도를 살리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고 ‘정직한 속도’를 만들어 한국 경제를 업그레이드하자고 제안한다. 

속도의 정의와 속성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작되는 1장에서는 인류의 과거와 현재, 변화의 모습을 살피고 사회, 경제 등 전 분야에서 속도의 역할과 속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하며, 속도에 관련한 경제, 기술, 지식, 생활 제도 등의 발전과정을 설명한다.

2장은 한국의 속도를 K속도로 명명하고 K속도가 한국경제와 사회 및 문화를 얼마나 빠르게 변화, 발전시켰는가를 일곱 분야로 나누어 다루고, 외국과의 비교를 통해 K속도를 입증한다.

3장에서는 속도가 기업경영, 산업경쟁력에서 또 우리의 생활에서 어떻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유통이나 소비생활 등의 사례를 중심으로 논의하며 4장은 가장 최근의 여러 분야에서 두드러진 문화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한류’를 설명한다.

5장은 유전적인 특성이나 민족성으로서 K속도의 존재를 인류·사회적 특징으로 입증하기 위해 사례를 중심으로 살피고 6장은 K속도의 실현조건과 그 일반화의 가능성을 논의한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선후관계에 대한 논의도 포함된다.

7장은 너무 빠른 속도의 역작용이 한국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는데 특히 급속한 인구감소와 노령화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부작용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8장은 K속도를 방해하고 억제하는 현상과 원인을 논의하면서 경쟁력을 억제하고 저하시키는 제도적 요인, 특히 각종 규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몇 가지 산업의 경우를 예로 설명한다.

9장은 한국이 되찾아야 하는 속도, 그러나 이제부터는 안전한, 신뢰할 수 있는, 정직한 속도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고 논의하며 마무리는 10장에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처음부터 한국(인)의 경쟁력이 무엇인가를 묻고 속도와 빠름이 경쟁력의 원천임을 알고 이를 살려나가는 것이 한국의 지속가능성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모든 것이 다 좋은 것은 없으므로 속도에도 부작용, 금단 현상, 피로감이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것을 감수하고 장점을 살려나가는 일이 우리 자신의 책무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산업화 초기와는 정반대로 이제 경제적 능력(자본), 유전적 요인(지능과 속도), 환경적 요인(디지털 생태계와 문화 생태계)을 갖춘 현재는 가만히 내버려만 두어도 자생력 있게 뻗어나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도 각종 명분과 이유를 가지고 혁신과 변화를 막는다면 더 이상의 빠른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저자에 의하면 경제와 산업을 직간접으로 통제하고 간여하는 정치의 역할과 기능은 어쩌면 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기술과 사회변화의 속도와 정치변화 속도의 괴리가 크다면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어야 함을 상기시키며 책을 마무리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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