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패권을 잡는 나라가 미래를 지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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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패권을 잡는 나라가 미래를 지배하리라!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5.0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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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디지털 패권경쟁: 기술·안보·권력의 복합지정학 | 김상배 지음 | 한울아카데미 | 352쪽

 

디지털 패권을 잡을 나라는 어디일까?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기술 분야를 시작으로 플랫폼, 체제, 첨단 군사기술까지 아우르는 지정학적 갈등의 문제로 진화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된 국면을 맞았다. 비대면 생활로 인해 경쟁의 무대가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가면서 사이버 공간에서도 국가와 진영의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급진적이고 복합적으로 진행 중인 미중 경쟁의 현실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가까운 미래를 전망한다. 미중 경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문제뿐 아니라 탈지정학적인 문제까지도 포괄하는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복합지정학’의 시각을 원용했다. 복합지정학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미중 경쟁은 ‘신흥기술 경쟁’인 동시에, 기술과 안보가 만나는 지점에서 진행되는 ‘신흥안보 갈등’이고, 권력의 성격과 권력 주체, 권력 구조의 변동까지 수반하는 ‘신흥권력 경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 책은 기술, 안보, 권력의 3부로 나누어 최근 몇 년간 미중 경쟁의 주요 이슈를 분석했다. 이 치열한 경쟁에 무엇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경쟁의 방향이 어디를 향할 것인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했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세계질서의 재편을 논할 정도로 성장 중이다. 대체적으로 중국이 약진하면 미국이 제재하고, 이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양국이 맞불 정책을 놓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웨이 사태’이다. 화웨이의 기술적 공세에 대해서 미국은 사이버 안보를 문제 삼아 제재를 가했고, 이에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국들에게 5G 네트워크 장비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공세에 대응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중 경쟁은 어떤 국면을 맞을 것인가? 저자는 미중 경쟁의 최근 몇 년간 주요 이슈를 면밀히 분석하여 주목해야 할 몇 가지를 제시한다.

먼저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국의 방대한 내수시장,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와 강한 국산화 의지 등을 고려하면, 중국의 기술개발 의욕을 높이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의 중국 시장 철수에 영향을 받아 개발된 샤오미의 자체 OS는 지메일, 구글 플레이, 크롬과 같은 구글 생태계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역으로 샤오미 마켓, 투더우 등 중국 내 독자적인 모바일 서비스 생태계를 형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처럼 중국은 인공지능, 플랫폼 등 다른 분야에서도 미국이 구축한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방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이 ‘디지털 화폐’라는 우회적인 방식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행보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저자는 미중 관계에서 ‘상호 의존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미 미중의 많은 기업은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상호 의존 관계는 과거 지구화 시대에서부터 국제협력을 통해 구축해 온 질서를 토대로 한다. 이미 구조화된 양국의 상호 의존 관계를 무시하고 제로섬 경쟁의 시각에서만 양국의 네트워크 권력게임을 상정할 수만은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치열한 경쟁의 결과가 단순한 권력이동과 수평적인 세력전이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즉, 분야별로 주도권이 교차되면서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진행되는, ‘공생적 경쟁’의 세력망이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쟁와 협력의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한국의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저자는 우선 각 경쟁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취하는 전략이 상이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략이 다를 뿐 아니라 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도 다르며, 여기에 한국이 독자적 생태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협력을 기본 방향으로 하되, 한국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여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협력하되 의존하지 않는 태도로 한국만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때 한쪽과의 협력이 다른 한쪽과의 대립으로 기울지 않도록 하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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