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신자유주의 시대의 정치적 실천과 신국가주의 정치의 새로운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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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신자유주의 시대의 정치적 실천과 신국가주의 정치의 새로운 담론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5.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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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반격: 포퓰리즘과 팬데믹 이후의 정치 | 파올로 제르바우도 지음 | 남상백 옮김 | 다른백년 | 496쪽

 

위기의 시기는 변화의 시기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국가의 역할에 관한 논쟁과 함께 국가의 귀환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의 저자 파올로 제르바우도는 기후, 보건, 경제 위기라는 삼중의 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현 정세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 변화와 대안을 모색한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그림자인 포퓰리즘이 좌우에서 출현해 극심한 갈등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포퓰리즘이 계급간 사회적 블록을 형성해 ‘주권-보호-통제’를 삼항으로 하는 신국가주의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저자는 서구에서 전후 노동-자본 간 타협에 기반해 향유된 이른바 ‘영광의 30년’ 이후 새롭게 등장한 이데올로기 질서로서의 신자유주의, 이 같은 질서가 초래한 극심한 불평등과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 반발해 출현한 좌우 포퓰리즘, 그리고 이런 배경 속에서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새롭게 전망되고 있는 신국가주의로 대표되는 각 시대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구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현 시기를 신자유주의가 쇠락하고 그 자리를 대신할 헤게모니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는 ‘포스트 신자유주의’ 국면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저자는 신자유주의 이후 출현한 포퓰리즘 현상을 단순히 ‘텅 빈 기표’를 지닌 인민담론의 추구로 파악하는 형식주의적 접근을 넘어, 이런 현상에서 실질적인 내용과 그것이 지닌 정치적 전망에 주목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이런 태도는 포퓰리즘 현상에 담긴 계급적대와 계급연합의 잠재력을 포착하려는 관점을 의미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포퓰리즘뿐만 아니라 팬데믹 이후 새롭게 전망되고 있는 신국가주의를 포함해,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대한 반격’에 담긴 핵심 내용은 다름 아닌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민족국가로부터 빼앗아간 주권, 보호, 통제라는 주권국가의 세 가지 핵심요소의 회복에 대한 요구이다.

1장은 신자유주의의 쇠락과 포퓰리즘의 도전, 그리고 포스트 팬데믹 국가주의의 발흥을 특징으로 하는 거대한 반격의 이데올로기적 지평을 논의한다. 이 장은 2010년대에 나타난 포퓰리즘 물결과 이런 물결이 제기한 몇 가지 이론적, 실천적 딜레마에 관한 논의로 시작한다. 뒤이어 현대정치 갈등을 규정하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행위자들의 윤곽을 그린다. 이 장은 신국가주의 이데올로기의 중심에 자리한 주권-보호-통제라는 세 가지 요소를 소개하면서 끝맺는다.

2장은 세계화의 위기와 이런 위기가 국가주의로 회귀를 초래하는 과정을 고찰한다. 이 장은 어떻게 세계화가 외향압력, 곧 외주화, 해외이전, 수출 중점 등의 관행을 뒷받침하는 원리로서 개방성과 외부화에 관한 강조와 연관됐는지를 재구성한다. 이런 과정의 결과는 탈구 경향, 지역으로부터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이 분리되는 현상, 글로벌 도시와 빈곤한 주변부 사이의 균열의 확대였다.

3장은 현대 신국가주의의 핵심 개념인 주권의 문제를 검토한다. 이 장은 주권을 둘러싼 논쟁의 부활이 억압된 것의 회귀라고 강조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현한 질서와 서로 다른 글로벌 질서를 구상했던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이 주권을 특별한 공격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4장은 신국가주의 정치 담론에서 주목받고 있는 보호에 관한 다양한 관심을 다룬다. 플라톤, 마키아벨리, 홉스 등의 정치철학에서 명료하게 정의 내렸듯이, 정치의 주된 기능이 외부와 내부의 위협 모두에 대항해 데모스(demos)를 지키고 이런 공동체의 생존과 재생산을 보장하는 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보호는 국가론의 핵심에 자리하는 용어다.

5장은 국가주권 개념의 핵심 귀결로서 통제라는 문제를 탐구한다. 통제 개념은 정부가 인구와 영토에 대해 자신의 권력을 구체적으로 행사하는 수단을 의미한다. 통제라는 말은 집단검사, 감시에 대한 공포, 민주적 책임, 국가의 경제 통제 능력 강화에 대한 점증하는 요구 등 다양한 주제의 논쟁들을 아우르면서 정치영역과 경제영역 모두에서 폭넓게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6장은 거대한 반격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계급갈등과 계급동맹을 탐구한다. 이 장은 ‘계급은 중요하지 않다’는 논란 많은 현대적 해석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현대 정치갈등의 성패가 달린 이해관계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사회주의 좌파와 민족주의 우파가, 계속해서 중간계급과 상층계급 부문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자유주의 중도파와 경쟁하는 한편, 새로운 사회적 블록을 건설하려고 힘쓰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7장은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겨냥하는 적들이라는 문제로 논의의 방향을 전환한다. 현대의 사회적 블록의 특성인 사회적 다양성과, 좌파와 우파를 통해 동원된 연합 내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적의 구성은 현재 정세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다. 민족주의 우파가 택한 적들은 정치체의 응집과 생존을 위협하는 이질적인 요소로 묘사되는 이민자들이다. 대신에 사회주의 좌파에게 주범은 대규모 빈곤에 책임이 있는 행위자로 간주되고 또한 사실상의 과두정치권력을 그들에게 부여하는 경제권력을 소유한 부유층이다. 포퓰리즘 국면에 등장한 다른 적들은 일반인의 이해관계와 동떨어진 이해관계를 추구한다고 비난받는 문화 엘리트와 정치계급을 포함한다. 이 장은 왜 지금까지 반이주자 레토릭이 부자와 권력자를 공격하는 일보다 더 효과적인 일로 증명됐는지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다.

8장은 거대한 반격의 결정적 경향으로서 새로운 국가 개입주의를 논의한다. 이런 경향의 배경에는 시민들이 재앙적 위기가 낳은 정치적, 경제적 혼돈을 인식하게 되면서 국가의 보호와 통제를 요구하게 된 과정이 자리한다. 9장은 세계화의 흥망성쇠와 관련해 민족이라는 문제에 접근한다. 여러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의 예측이 틀렸음을 입증하며, 민족정체성은 대다수의 시민에게 계속해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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