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고등교육 재정확충 방안 강구해야”…‘지방대 정책 지자체 이관론’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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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 “고등교육 재정확충 방안 강구해야”…‘지방대 정책 지자체 이관론’ 부정적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4.2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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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정부 고등교육 정책 올바른 방향 모색' 국회 토론회
- 박정원 교수 "고등교육재정 OECD 수준으로 높여야"
- "尹정부 대학정책은 한마디로 '친기업'적이고 '천박'해"
- 토론자들 '고등교육 재정확보 우선' 한 목소리

 

차기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지방대 지원 정책과 재정지원 정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고등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구상하는 고등 교육 정책이 대학의 공공성을 약화하고 대학의 몰락을 가속화하리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근 학령인구 급감과 그로 인한 대학의 재정난·운영위기에 대한 대책 수립 문제에 있어 정부 고등교육재정의 확충과 안정적 지원방안 마련이 핵심 과제로 제기되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실효성 있는 대책의 수립 및 실행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차기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현재 고등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진단해 올바른 고등교육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이 4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으로 주관한 '차기 정부 고등교육 정책의 올바른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고등교육 정책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차기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올바른 방향 모색’ 토론회<br>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차기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올바른 방향 모색’ 토론회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는 대선 공약을 검토한 결과 차기 정부 고등교육 정책에 의구심이 든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윤 당선인의 고등교육 공약은 △지방 거점 대학 집중 투자 △기업대학 설립 △국가 장학금 확대 △대학 학위편성 자율화 등 자율성 확대 △재정 지원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지방대 문제 지자체 이관, 책임 떠넘기기일 뿐

▶ 우선 거론되는 건 지방대 육성 권한을 교육부에서 지자체로 넘겨 지자체와 지방대가 함께 지역 소멸 위기에 대처토록 한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을 지방대 중 비교적 건강한 지방 거점 대학에 집중 투자해 대학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윤 당선인 측 구상이다. 

지방대학 관련 정책을 지자체 주관으로 이전하는 안은 일단 진일보한 안으로 지역 대학의 특성화를 강화하는 등 고무적인 부분이 있으나, 당장 지원이 시급한 대학에 갈 지원까지 거점대에 집중함에 따라 "수많은 지방대의 파산"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으로는 중앙정부의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지방대의 위기는 육성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한다 해서 해결할 수 없다. 역대 정부에서도 지방대 육성 방안으로 지자체와 지방대를 연계한 산학협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덕원 연구원은 “지방대 육성정책은 국가균형발전과 연계한 범정부 차원의 계획으로 수립돼야 한다”며 “국내 100대 기업 중 91%가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으며 이를 1000대 기업으로 확대해도 수도권 소재 기업이 74%로, 지방대가 지역 기업체와 산학협력을 통해 성과를 얻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원과 학과 개편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것도 우려스럽다”며 “지방대 위기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영향이 큰데, 이전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정원감축 대부분을 지방대와 전문대에 집중해 지방대 위기를 더욱 부채질한 바 있으며 대학 서열화, 취업, 사회·문화적 인프라 등의 영향으로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택이 더욱 집중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좀 더 적극적이고 면밀한 정원정책이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도 “RIS 사업과 같이 기존 정부 정책에 편승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결국 고등교육 재정의 대폭적 확충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골치 아픈 고등교육 문제를 지방 정부에 떠넘기는 것에 불과한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 한편, 기업대학은 특히 대학 교육 차원에서 우려가 크다고  박정원 교수는 지적했다. 영리조직인 기업이 비영리조직인 대학을 설립하고 관리하게 하면 일반대학 졸업생이 취업처를 잃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다 근본적으로 기업이 아카데미즘에 끼칠 해가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기업대학이 학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비판정신이나 도전정신을 지닌 노동자"가 아니라 "체제에 순응하는 노동자만을 육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박 교수는 우려했다. 비판적 사고로부터 지성과 학문적 창의성이 꽃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대학은 사실상 학문에 가하는 자본의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 '대학의 자율성 강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나,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철학이나 여태 공약 성격을 볼 때 '자율성'이 "족벌경영의 자유" "사학 비리의 자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한국의 대학등록금을 더 인상할 자유"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또한 제기됐다. 

이 같은 공약을 두고 박정원 교수는 "한마디로 매우 친기업적이고 천박하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가 "대학을 그저 인력양성기관 정도로만 생각"하고 "학문 탐구를 통한 인류문명에의 기여, 민주사회 구성원 양성과 배출, 지역 사회 성장과 발전 기여, 중저소득계층 고등교육 기회 확대 등과 같은 대학의 보다 본질적 기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고등교육재정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여야 

▶ 우선 단기대책으로 줄도산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박 교수는 정부가 긴급재정을 투입해 지방대를 구원하고, 나아가 대학교육 질적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지방대학의 몰락은 지방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체를 붕괴시키고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이제는 대학을 인력공급처가 아닌 지역균형발전의 중심축으로 상정하고 지역대학을 소생시켜야 한다. 지역대학들이 함께 성장 발전하도록 하는 계획을 시행하지 않으면 차기 정부는 지방 몰락의 불명예를 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지방 소재 중소규모 대학의 재정난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상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2019년 10조4122억 원에 달했던 사립대학 등록금 총액은 2040년 6조8205억 원으로 약 3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감소폭 역시 대학(25.5%)보다는 전문대(63.6%)가 크고, 서울 소재 대학(16.2%)보다는 지방대(45.7%)가 크며 학생 수 2만명 이상의 대규모 대학(20.8%)보다는 5000명 이하의 중소규모대학(57.2~60.9%)에서 훨씬 크다”고 전했다.

이어 “긴급 재정투입은 지방대 살리기를 위해서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대학 교육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정부가 초중등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대학교 인건비도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대학진학률이 84%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부의 인건비 지원은 대학 운영비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이는 결국 대학 수요자인 국민의 등록금 부담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박 교수는 밝혔다. 

관련 예산으로 박 교수는 약 7조7000억 원이 매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전임교원 인건비와 각종 수당 및 시간강의료, 조교인건비 6조150억 원에 직원 보수와 임시직 노임, 퇴직금 1조7000억 원을 합산한 수치다.

한국 대학의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고등교육재정을 충실히 확보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학생 일인당 교육비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대학생의 교육비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교육계로부터 제기된 화두다. 

박 교수는 OECD 등 자료를 바탕으로 2017년 기준 한국 4년제 대학생의 연간 일인당 교육비는 1만1948달러다. 이는 OECD 평균인 1만7566달러의 68% 수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미국(3만3000달러)의 36%, 영국의 41%, 캐나다의 42%, 스웨덴의 44% 수준에 그친다. 세계 10대 경제선진국이라는 자찬이 부끄러운 수준이다.

박 교수는 "대학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없이 대학과 학문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공짜나 요행을 바라는 심리"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OECD 주요 회원국의 경우 노르웨이 1.8%, 스웨덴 1.3% 등 고등교육비의 공공부담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1.2~1.8% 수준에 달하지만 한국은 0.6% 수준에 그친다"며 "한국의 대학진학률이 다른 회원국보다 크게 높음을 고려하면 한국의 GDP 대비 고등교육비 비중이 최소 1.2~1.5%는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비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차별화된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시 대부분을 해당 지역 대학 출신자로 채용하도록 법률로 규정 △지역인재 채용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지방대학에 대한 지방정부의 행‧재정적 지원 규정 조례로 제정 △학생 등록금과 주거비용 등에 대한 지방정부의 추가 지원 등의 정책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국 정책실장은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더욱 늘려서 서울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학생 1인당 고등교육재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을 통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법률로서 안정적이고 충분한 고등교육재정 확보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한국교육의 당면한 핵심 문제인 대학 위기대책과 고등교육재정의 구체적 확충방안이나 목표와 관련된 공약은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매년 GDP 0.1% 대비 이상씩 고등교육재정 확충과 같은 구체적인 방향 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방대 육성을 위해서는 거점 국립대뿐 아니라 모든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지방 국립대가 교육과 연구에 있어 경쟁력을 갖고 지역 대학과 상생하는 고등교육 체제를 세워야 하고, 국립대 무상교육을 통해 경제적 능력에 따른 대학 진입 장벽을 최소화해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학에 대한 직접적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김병국 정책실장은 “대학들이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운영비 부족에 의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비로 지원하는 정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비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 있고 재정적 어려움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대학에 대한 직접적 재정 교부를 생각해야할 때”라고 조언했다.

대학무상교육·서열화 해체 필요 

▶ 또한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박 교수는 "최근 사례를 보면 사립학교법 위반은 다반사고 인사비리, 재정비리, 건설비리, 학사비리, 학생 자치활동 탄압, 교수와 직원의 노동권 탄압, 교권침해, 족벌운영 등 수많은 형태의 비리가 되풀이" 되는 게 오늘날 한국 사학의 현실이라며 사정이 그럼에도 "감독기관인 교육부는 여전히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피아 퇴출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박 교수는 단언했다. "100명 이상의 교피아가 비리사학을 위해 활동하면서 문제를 위장하고 오히려 교육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며 박 교수는 "대학은 영리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연구도 교육도 하지 않는 교피아들이 교육부 퇴직 후 비리사학의 총장, 부총장, 산학협력단장, 일반교수 등으로 초빙돼 부당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박 교수는 아울러 비정년계열 교수(논 테뉴어 트랙 교수)의 불안정한 신분을 안정화하고 임금 수준을 연구자로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충분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 역시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당장 필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한편 이 같은 비상 과제와는 별개로 장기 안목에서 근본적인 대학 교육 혁신을 위한 과제 역시 마련하고 관련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대학무상교육을 도입하고 대학서열화를 해체하며 인문학과 기초과학 지원을 강화해 대학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대학이 부의 대물림 수단이 아닌,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연구 활동을 이어나가는 국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제역할을 하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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