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 미·중 국제협력 논문 비약적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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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 미·중 국제협력 논문 비약적 증가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4.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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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보고서]
- KISTI, '과학기술 국제협력의 글로벌 패턴과 한국의 현황' 보고서 발간
- 한국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국제협력 논문 비중 낮음
- 한국, 국제협력 논문에서 미국 점유율 점차 감소, 일본 자리는 중국이 대체
- 미ㆍ중 기술패권 경쟁과 함께 미국과 중국은 상호 협력 의존도 심화

 

기술패권 시대에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국제협력 논문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다 점차 시들해지는 반면 중국과의 국제협력 논문은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년 사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과거 일본의 2위 자리는 중국이 차지했다.

또 미·중 간 기술다툼에도 양국의 국제협력 논문은 비약적으로 증가해 국제연구에서 상호간 협력의존도가 심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분석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과학기술분야 국제협력이 급속히 성장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대비키 위해 발간한 '과학기술 국제협력의 글로벌 패턴과 한국의 현황'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KISTI가 클래리베이트사(社)의 'Web of Science'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총 30년에 걸친 약 3000여만 건의 문헌데이터 분석을 통한 국제공동연구 패턴분석 결과를 담고 있다.

보고서는 하나의 논문에 표기된 국적이 다른 2개 이상의 기관이 포함된 경우는 '국제협력', 한 논문에 참여한 기관이 2개 이상이지만 국적이 1개인 경우는 '국내협력', 1개 국가의 1개 기관만 참여한 경우는 '단독'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대부분 국가는 단독 비중보다 국제협력이 크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협력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양국간 연구개발 분야에서 중요한 협력파트너임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2010년 이후 양국의 협력이 크게 늘었다. 다만 2020년 코로나19 발생으로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특이한 것은 중국은 국제협력보다 국내 협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 독일과 일본, 영국 등 국가의 국제 협력 구도도 미국에서 점차 중국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단독연구는 모든 국가에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과학기술 선진국의 경우 국제 협력 연구가 활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간 국제협력은 임상의학과 물리·천문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생명과학분야도 다른 분야보다 높아 이 세분야는 다국적 거대 프로젝트가 많이 수행되는 것으로 짐작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국제협력 논문의 비중이 낮지만 협력관계에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은 단독연구는 점차 줄고 있지만 국내협력과 국제협력 역시 제자리 걸음 상태다. 한국은 2010년대 초반에 들어서야 국내협력 비중이 단독을 추월했다. 국제 협력 비중은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단독 논문 비중을 추월한 상태다. 국내 연구진의 연구협력 문화가 국내외 모두 더딘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중국, 영국, 일본, 한국 등 5개 국가의 분야별 협력 유형에서도 한국의 국제협력 비중은 제자리 걸음이다. 물리·천문분야에서 국제협력이 증가한 것에 비해 다른 분야는 별다른 증가폭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국제 협력 국가는 미국의 점유율이 점차 감소하면서 일본과 중국이 대체하고 있다. 일본과 협력보다는 중국과 협력이 지속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연구진의 분야별 협력은 2010년 후반기부터 미국 의존도가 감소하고 있지만 미국과 협력이 여전히 가장 높다. 

□ 한국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국제협력 논문의 비중이 낮음

주요 선진국들이 2000년대 전후를 기점으로(미국은 2010년 초반) 국제협력 비중이 국내협력과 기관 단독 논문 비중을 모두 추월한 것에 비해 우리는 2010년대 초반 국내협력 비중이 단독 논문 비중을 추월했고 2010년대 후반 들어서야 국제협력 비중이 단독 논문 비중을 넘어섰다.

주목할 점은 중국의 위상이다. 중국은 학술논문의 양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도 국제협력보다는 자국 내 협력 비중이 증가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미국과의 국제협력도 최근까지 계속 확대됐다. 중국 과학계가 국내외로 급속히 팽창하는 '과학굴기'가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0년 간의 과학계 국제협력 추이를 분석해 보면, 주요 국가들의 협력국이 특정 국가에 쏠리지 않고 분산되는 등 전반적으로 국가 간 협력 관계의 다양성은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급성장과 함께,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과의 관계에 국제협력 노력이 쏠리는 현상도 더불어 나타났다. 미국이 대표적이며, 우리나라 역시 최근 3년 사이 미국과의 협력이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고 중국이 2위 협력 국가로 떠올랐다.

KISTI 글로벌R&D분석센터 이준영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보다 국제협력 논문의 비중이 작다"며 "국제협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의 국제협력 논문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점차 감소, 일본의 자리는 중국이 대체

또 우리는 1998~2000년 전체 국제협력 논문 중에서 38.66%가 미국과의 협력논문이었고 2018~2020년에도 미국의 협력비중이 여전히 1위지만 비중은 17.13%로 감소했다. 일본과의 협력 또한 꾸준히 감소추세다. 그 사이 3위였던 중국의 점유율이 늘면서 일본과 자리를 바꿨다.

중국과의 협력은 1998~2000년 4.55%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8~2020년 9.37%로 증가, 미국 다음으로 협력비중이 높았고 인도는 같은 기간 10위권 밖에서 4.73%로 일본 4.88%에 육박하면서 4위 협력국으로 부상했다.

 

□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함께 미국과 중국은 상호 협력 의존도가 심화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지정학적 다툼으로 번져가는 가운데서도, 두 나라 간의 상호 협력 의존도는 심화되고 두 나라 과학기술계의 국제협력은 줄곧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국제협력은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이에 대해 KISTI는 기술패권경쟁이라는 상반된 추세와 맞물려 전체 국제 연구협력 지형에 일정한 긴장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18~2020년 미국의 국제협력 논문 중 중국과의 협력논문이 15.51%, 중국의 국제협력 논문 중에서는 미국과의 협력논문이 26.59%로 미국과 중국은 서로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임이 확인된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각각 상위 10개 국가 간의 국제협력 비중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2010년을 기점으로 중국과의 협력이 큰 폭으로 증가하다가 2020년 중국과의 협력 비중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소가 COVID-19로 인한 국제협력 환경의 일시적인 변화로 인한 것인지 미・중 디커플링의 영향인지는 현재로서는 불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영 책임연구원은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기술패권주의적 일련의 조치들은 일차적으로 기술유출을 막는다는 목표가 있겠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최소 30여 년의 장기간 동안 국제협력 과정에서 고착화된 미중협력의 쏠림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정조치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국제협력관계의 재편이나 협력 대상의 다양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이런 연결 관계망을 구축해온 패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면서 "이번 보고서가 이에 대한 일정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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