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대비 ‘국립노화연구기관’ 설립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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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대비 ‘국립노화연구기관’ 설립 필요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4.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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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S 이슈와 논점]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불과 3년 앞두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75세 이상의 초고령 노인도 증가하여, 2040년에 이르면 65세 이상 전체 노인 중 75세 이상 초고령 노인이 51.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노화(Aging)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물의 신체 기능이 퇴화하는 현상으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여겨졌으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8년 6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을 발표하면서, 노화에 질병코드(Code MG2A: Old Age)를 부여 했고, 올해부터 공식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노화는 불가역적인 현상이 아니라 진단·예방·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면서 어떻게 노화라는 질병에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국회입법사무처는 ‘초고령사회 대비 국립노화연구기관 설치 필요성과 과제’란 주제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지난 18일 발간했다. 국회입법사무처 원시연 입법조사관은 이 보고서에서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화와 노인성 질병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새로운 정책개발과 연계시킴으로써 만성 퇴행성 질환을 줄여나가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한국인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다학제적인 장기연구가 수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가칭) 국립노화연구소」 설립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 노화연구의 범위와 방향

노화가 질병으로 인식되는 변화에 맞추어, 노화 인자와 질병인자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노인성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또한 노화의 매커니즘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만성질환 중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의학적·생물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적 노화까지를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노화 전(全)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는 노화연구는 노화 세포에 초점을 맞춘 기초연구, 치매나 퇴행성 신경질환, 안질환 등에 관한 연구, 근골격계를 중심으로 하는 운동기관의 기능과 관련된 질병 연구, 생활 기능을 활성화함으로써 장수에 이르도록 하는 의료 공학적 연구, 4차 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사회과학적 연구 등을 포괄한다. 

다양한 연구의 결과로 산출된 정보와 자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장기적으로 축적되어야 항 노화치료제 개발 등 첨단기술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 노인성 질병의 종류와 특징

▶ 노인성 질병의 종류

법령에 명시된 노인성 질병을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로 구분해 살펴보면, 치매·뇌졸중·파킨슨병 등 뇌 관련 질환이 대다수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노인복지법 시행령」에서는 노인성 질환의 범위를 안질환, 무릎관절증, 전립선 질환으로 명시하고 있다.

 

▶ 노인성 질병의 특징

노인성 질병은 대체로 원인이 상세불명이거나 다른 질환에서 파생된 다양한 증상의 형태로 드러 나기도 한다. 

노인성 질병의 특징을 살펴보면, 한 노인에게 여러 가지 질병이 동시에 존재하며, 질병의 양상이나 치료에 대한 반응에 있어서 개인차가 크다보니 증상이 비전형적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수분 및 전해질 조절 기능의 이상이 많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완치되지 않는 만성질환이 많다. 노인은 생체 방어 능력이 저하되어 있어 치료가 어렵고, 합병증의 발생도 빈번하다. 더구나 노인 개개인의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양하므로, 처방 시 해당 약물에 관한 의료인의 충분한 지식과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고, 환자의 예후는 의학적인 면뿐만 아니라 심리적·사회 경제적 요인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노인성 질병은 한 인간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형성된 종합적 결과물이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조절과 관리에 입각한 접근도 중요하다.

해외 각국도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노인성 질병에 대응하고자 노화의 원인을 연구하면서 노화 현상을 지연시키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국·공립노화연구소를 설치하여 운영해 나가고 있다. 만성질환을 장기적 관점에서 조절하고 관리해 나가려면 노화에 대한 전문적이고 다학제적인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사례

미국의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A)는 노화에 대한 종적(longitudinal) 관찰 연구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NIA는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산하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이 거느린 27개의 연구소 및 센터 중 하나로서, 연방의회 주도로 1974년에 설립되었다.

 

「노화연구법 1974」(Research on Aging Act of 1974)로 명명된 「공법(Public Law) 93-296」에 따르면, NIA의 설치 목적과 기능 및 업무는 노화와 관련된 생의학, 사회 및 행태 연구, 훈련, 건강 정보 보급, 노화 프로세스와 질병 및 기타 특수 문제와 노인의 욕구에 관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NIA의 연구는 노화가 개체마다 그리고 개체에서는 장기별로 차이가 있음을 밝힘으로써 노화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전환하였고, 노화가 향후 가져오게 될 사회변화와 그 결과에 대한 규모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노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요인과 위험요인을 탐구하여 다양한 조건에 따른 과학적이고 역학적인 결정요인을 선별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에서 그 대표적인 성과를 찾을 수 있다.

NIA는 보건·교육·복지 관련 사항을 조정하기 위한 국가 종합 계획을 마련하고, NIH 내에서 알츠 하이머병 등 치매 연구를 주도하도록 지정되었다. 의학과 임상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 분과가 함께 포진되어 있고, 내부 연구진이 수행하는 연구뿐만 아니라 외부의 노화 전문가들이 수행하는 장기과제 연구에도 상당한 예산과 기금 등이 배정되어 있다.

 

■ 향후 과제

우리나라에서도 (가칭) 국립노화연구소 설치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 1990년 5월 정부가 미국의 NIA 등을 사례로 들어 (가칭) 한국노인연구원 설립을 추진했던 적이 있고, 2007년에는 보건복지부가 국립노화연구원 설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련 부지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했던 사례도 발견된다. 

그러나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예비타당성 조사사업 대상 신청이 설립 근거 법령 미비 등의 이유로 아예 심의 초반에 제외 되거나 대상사업으로 선정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나 사업추진이 불발된 가장 큰 이유는 지자체간의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업추진 결정이 유보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국립보건 연구원 산하에 국립노화연구소를 설치하는 방안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 중이다.

현시점에서 노화에 대한 다학제적 연구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국립노화연구소의 설립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가 콘트롤 타워의 기능을 통해 노화 관련 정책 아젠다를 설정하고, 민·관에서 수행되는 다양한 연구를 총괄·기획·지원하며, 이를 정책과 연계하는 공식 체계가 서둘러 갖추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노화연구자 대부분은 실험실과 연구비 및 연구인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고, 노화 관련 R&D에 대한 정부 사업도 단발성, 분절적으로 이루어지며, 특정 질병의 기초연구 중심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노화에 대한 종적 관찰 연구를 통해 소기의 결과를 얻고 있지만, 문제는 인간의 노화가 인종, 생활습관, 환경 등에 따라 상이하므로 외국의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인의 노화 연구는 우리가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데 있다.

해외의 국·공립 노화연구소들은 인구구조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여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첨단의 연구 결과를 도출하거나 관련 연구를 촉진·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이를 근거로 노인건강 정보를 도출 하고 보급하며, 건강관리 정책을 제시하는 권위 있는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노화에 대한 종적 관찰 연구를 통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의학, 공학, 생태학, 인문학 등이 함께 지역의 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고령 사회의 만성 퇴행성 질환을 줄여나가야 한다. 노인성 질병과 환자 및 가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들은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관리가 가능한 제도적 방안들과 연계됨으로써, 노인의 의료비 저하 효과와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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