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하이킹 행동의 분자 기전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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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킹 행동의 분자 기전을 밝히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4.18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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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웨덴 공동연구 10년의 결실, 신경세포의 특성 결정 기전 규명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 카롤린스카 연구소 Peter Swoboda 교수,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안승엽 박사후연구원

단일 뉴런 고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분화 유전자 조절 체계가 최초로 규명됐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팀과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의 공동연구 10년의 결실로 예쁜꼬마선충의 히치하이킹 행동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IL2 신경세포의 특성을 결정해 주는 조절인자를 규명함으로써 특정 신경 세포의 특성을 결정짓는 과정의 이해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신경세포들이 제각각 특별한 성질을 가지는 것이 신경계의 원활한 작동에 아주 중요하다. 지금까지 다양한 신경세포들, 특히 같은 종류로 보이는 신경세포들 간에 각각 독특한 성질을 가지게 되는 기전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였다.

인간을 비롯한 진핵생물들은 외부 환경을 인지하고 상호작용하기 위해서 섬모라는 세포기관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경우, 시각, 후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에서 외부의 자극을 수용할 때 섬모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섬모를 가진 다양한 세포 중에 섬모성 신경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며, 섬모성 신경세포의 이상으로 인한 다양한 질병들 (ciliopathy)에 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약 10년 전에 예쁜꼬마선충의 종 보존을 위한 특이 행동인 ’닉테이션 (nictation)‘의 기전을 연구해 발표했다. 예쁜꼬마선충이 개체수 증가와 먹이 부족 등으로 인해 생존에 열악한 환경이 되면 기존의 발생 단계를 대체하는 ’다우어 (dauer)‘라는 유충이 되는데, 이 다우어는 자신의 몸을 세운 상태에서 흔드는 행동을 한다. 이때 선충은 주변의 다른 동물들에 옮겨탈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충은 번식을 위한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다. 즉, 닉테이션 행동은 예쁜꼬마선충이 새로운 환경을 찾기 위한 ’히치하이킹 (hitchhiking)‘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선행 연구에서는 닉테이션 행동을 위해 예쁜꼬마선충의 섬모성 신경세포인 IL2 신경세포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IL2의 어떤 특징이 닉테이션 행동에 결정적인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닉테이션 행동을 위한 IL2 신경세포 고유의 특징을 찾기 위해, 연구진은 IL2 신경세포의 특징을 부여하는 원인 유전자를 조사하는 유전학적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예쁜꼬마선충에서 모든 섬모성 신경세포의 발생에 관여하는 조절 유전자 daf-19의 새로운 유전자 동형 (isoform)인 daf-19m을 발견했다. 

 

원래 daf-19m은 IL2 신경세포가 아닌 남성 특이적 신경세포에서 유전자들을 조절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IL2 신경세포에서 daf-19m과 그 조절 유전자들이 모듈을 이루어 IL2 신경세포에 기능을 부여한다는 사실과 daf-19m이 하위의 조절 유전자들을 조절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한, daf-19m과 그 조절 유전자들이 닉테이션 행동에 중요한 사실 역시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체의 단일 신경세포가 어떻게 정체성을 획득하며 또 그것이 어떻게 개체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해, 연구진은 개별적인 신경세포의 발생 체계를 연구해 체계적으로 규명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인체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섬모성 신경세포들이 고유한 정체성과 기능을 가지는 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특정 세포의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유전자의 일부만 수정한 채 생명체가 기존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진화적 관점에서 살펴봤을 때 개체가 새로 유전자를 탄생시켜 기능을 부여하는 것 보다 기존의 유전자와 그 조절 기전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라 해석할 수 있고, 이른바 ’진화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뒷받침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이러한 뉴런 특이적인 조절 기전은 예쁜꼬마선충 뿐 아니라 인체의 다양한 기능을 하는 섬모성 뉴런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얻는지, 뉴런 특이적인 유전자들을 어떻게 전사하는지 그 조절 기전 규명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섬모성 뉴런에서의 이상으로 인한 다양한 질병들 (ciliopathy)에 대한 이해 수준을 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의 성과는 생명과학 연구 분야의 세계적 국제 학술지 Cell의 자매지인 Cell Reports에 2022년 4월 12일 게재됐다.

* 논문명: The C. elegans Regulatory Factor X (RFX) DAF-19M module: a shift from general ciliogenesis to cell-specific ciliary and behavioral speci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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