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꾸자 대학교육…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과 윤석열 정부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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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꾸자 대학교육…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과 윤석열 정부의 역할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4.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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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교협, ‘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과 윤석열 정부의 역할’ 포럼 개최
- ‘대학 경쟁력 강화 위원회’ 신설 등 정책 패러다임 전환 주장
- 지역균형발전 위해 지역대학의 지역혁신 허브 역할 필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과 윤석열 정부의 역할’ 포럼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고등교육의 위기는 심각하다. 위기요인을 정리하면 다섯 가지가 골자다. 첫째, 인구절벽 가속화다. 한국의 출산율은 작년기준 0.81명으로 세계 최하위로 전락했다. 둘째, 지역소멸의 위기다. 전국 228개 시군구의 42%인 105개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셋째, 심각한 수도권 집중화다. 전체인구의 50.3%가 직업•교육•주거목적으로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넷째, 학령인구 감소가 날개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끝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미흡을 들 수 있다. 한국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66.1%에 불과하며 38개국 중 28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다.

이로 인해 교육생태계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혁신의 기로에 선 국내 대학들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교육부 관계자와 고등교육 정책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의 답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인수위 교육 홀대 등의 논란 속에 곧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공적투자와 국가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대학 경쟁력 강화 위원회’를 신설해 추진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또한 이들은 지역대학의 특성에 맞는 지원 정책으로 지역 소멸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주장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혁신의 허브로서의 지역대학의 역할을 강조하며 수도권 대학과의 경쟁 구도를 재편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1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국회 교육위원회 조해진 위원장, 김영식 의원과 함께 개최한 ‘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과 윤석열 정부의 역할’ 포럼에서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와 강원대 김헌영 총장이 주제발표를 맡아 이같이 주장했다.

배상훈 교수는 ‘미래 고등교육 트렌드와 대학정책’ 방향에 대해 발제를 했으며, 김헌영 총장은 ‘지역혁신 허브로서 대학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표를 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김우승 한양대 총장이 좌장을 맡고, 김석수 부산대 부총장, 정영길 건양대 전 부총장, 신하영 이데일리 교육전담 기자,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 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가 함께 대학 교육 혁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 대학·수요자 입장에서…포지티브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개정돼야 

배상훈 교수는 ‘미래 고등교육 트렌드와 대학정책의 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국가 경쟁력은 OECD 9위지만 대학 경쟁력은 말레이시아보다 밀린 현실 속에서 교육이 왜 국가 아젠다에서 멀어져 논의조차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대학과 고등교육 생태계의 위기를 방치하면 지식과 인재양성 기반이 잠식되고 지역쇠퇴를 가져와 국가 균형발전과 혁신 잠재력이 하락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현재 고등교육은 “온라인시대에 맞는 미래지향적인 다양한 고등교육 공급자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음에도 아날로그 시대 낡은 고등교육법령에 의해 경쟁력을 잃고 창의적인 대학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며 “고등교육법령이 포지티브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일괄규제·선택적 허용에서 일괄허용·선택적 규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가 ‘미래 고등교육 트렌드와 대학정책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대학설립, 운영규정의 4대 교육 요건 또한 개선해 설립은 엄격하게, 운영은 자율성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부가 공급자가 아닌 대학, 수요자의 입장에서 현행 규정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정책 패러다임을 “사적 투자 영역에서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한 공적 투자와 소극적 구조개혁에서 적극적 국가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또한 대학을 지역 혁신의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역대학과 지역 경제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공생관계임을 강조한 것이다. 배 교수는 “대학과 도시는 운명 공동체다. 지역 소멸은 가속화하고 있고 소멸 위기 지역은 대학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지역과 대학이 상생 혁신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새 정부가 대학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고등교육 해법으로 ▲아날로그 시대 규제 혁신 ▲대학의 목표, 전략,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대학평가 ▲대학원 경쟁력 강화를 통한 초일류 연구중심 대학 구축 ▲지역과 대학의 상생 도모하는 지역혁신 허브 대학 설립 ▲고등교육 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대학 재정 확보 등의 5가지를 제시했다.


■ "지역균형발전 위해 지역대학의 지역혁신 허브 역할 필요"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지역혁신 허브로서 대학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지역 내 문제와 제반 요소를 가장 잘 이해하는 지역대학이 지식·기술과 인적자본을 활용해 지역발전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며 “지역의 현안·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공동 해결을 위해 노력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역혁신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이 ‘지역혁신 허브로서 대학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 총장은 ▲인구절벽 가속화 ▲지역소멸 위기 ▲수도권 집중화 ▲학령인구 감소 ▲고등교육 투자 미흡이라는 위기 요인 속에서 지역대학이 데이터, 빅3 산업(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그린, 로보틱스 등의 미래 신성장 산업을 이끌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일본의 소규모 강소대학, 독일 드레스덴 공대 산학협력 등을 예로 들며 현 지역대학을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교육 연구 인프라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이를 위해 ▲지역과 대학 협력 인프라 구축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 강조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글로벌하다는 글로컬라이제이션과 히든챔피언 육성 ▲인문·사회과학적 성찰 및 담론의 활성화 ▲지역대학 혁신 플랫폼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에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학 역할 따라 ‘리그(League)’로 구분, 재정지원‧평가 체제 다원화해야"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정영길 건양대 전 부총장이 대학을 소재지와 역할에 따라 ‘리그(League)’로 나눠 재정지원과 평가체제를 다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는 4차 산업혁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다양한 형태를 갖춘 대학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변화에 발맞춰 지원과 평가체제를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대학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주목 받는다.

정 교수는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초일류 대학, 지역 고등교육의 허브 역할을 하는 지역거점대학,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하는 지역중심대학 등 다양한 형태의 대학이 곳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들이 속한 소위 리그에서의 역할이 각각 다르므로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고 같은 잣대로 평가 받아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하는 리그를 택할 것인가는 중장기발전계획을 통해 대학 스스로 정하도록 하면 된다"며 "모든 대학이 리그에 속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이에 따른 리그 맞춤형 재정지원체계와 평가체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와 산학협력 등 목표별로 사업을 분류하고, 대학 평가에서 미비한 대학을 제외하는 현행 정부 재정지원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모든 대학이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쓰며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며 “특정 목적 사업형태가 아닌 대학의 리그에 맞는 포괄적 지원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각 리그에 속한 대학들만 참여할 수 있는 (가칭)세계적 연구중심대학 지원사업, 지역거점대학 지원사업, 한국형 지역중심대학 지원사업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평가방식도 교원확보율, 취업률, 충원율 등을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대학 역할에 따른 연구비, 연구여건, 학부교육, 취업, 산학협력, 평생교육 등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형 지역중심대학(Communiversity)’은 지역의 교육과 문화, 예술, 체육, 산학협력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지원해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대학을 의미한다. 그는 “지역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대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한국형 지역중심대학을 곳곳에 만들기 위해선 기본적인 대학평가 기준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한국형 지역중심대학을 통해 지역과 지역대학의 공생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앞줄 가운데), 권성동 원내대표(앞줄 왼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과 윤석열 정부의 역할’ 국회포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 확대해 우수 신입생 유치 도와야”

김석수 부산대 부총장은 지역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혁신도시법에 따라 지역에 이전한 공공기관이 채용을 진행할 때 의무적으로 지역인재를 채용하게 돼 있는데 이 비율을 확대하자는 것의 주장의 골자다. 현행법으로는 30%를 지역인재로 채용하면 되지만, 이에 더해 기관이 이전한 지역 외 비수도권 소재 대학 출신 인재를 20% 의무 채용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총장은 “학생들의 선호 취업기관인 공공기관에 대한 취업 가능성이 확대되면 지역 대학은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고 대학경쟁력을 제고하기 수월해질 것”이라며 “지역이전 공공기관이 목표 채용비율 30% 이상을 달성하는 데 전제조건이 되는 우수한 다양한 인재풀이 불충분하다는 단점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교육부, “대학 맞춤평가, 안정직 재정지원, 4대 요건 개선 등 하겠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고등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배분하는 틀을 만들고 획일적 평가를 대학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평가로 개선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최 실장은 “대학이 혁신의 주체이고 정부는 촉진하고 지원하는 관계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며 “그동안 교육부가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보다 틀 안에서 재정을 확보하고 배분하는 재정지원 방식을 고수해 노력에 비해 효과가 미미했다”고 말했다.

이에 “평가가 그동안 재정지원을 하기 위한 평가로 진행돼 대학에는 견디기 어려운 규제로 작용했다”며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위해 획일적인 평가를 중단하고 대학의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성과평가를 하겠다”고 했다.

대학 설립 4대 요건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4대 요건이 구시대적이라는 의견에 공감해 개선하겠다”며 “설립과 운영 규정을 분리해 운영의 자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게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 대학,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운영해 대학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 포럼을 주최한 조해진 의원은 “지역균형발전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새 정부에 지역대학 대책은 핵심 현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역균형발전이 중요한 국정과제인 만큼 거점국립대의 연구중심대학의 조속한 전환과 지역대학의 협력 체계인 지역혁신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상임자문위원인 김영식 의원도 “현 대학 교육 시스템이 인재 육성에 적합한 시스템인지 의문”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어울리는 고등 인재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이번 포럼 내용을 국정 과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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