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으로 승부하는 작가주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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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성으로 승부하는 작가주의 영화들
  • 이태훈 경희대·영화학
  • 승인 2022.04.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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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다_ 『작가주의 감독 영화』 (이태훈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106쪽, 2022. 02)

 

현대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영화는 과연 예술일까? 저자는 삼십여 년 전 막연히 영화가 좋아 입학하게 된 미국 캘리포니아의 영화학교 아트센터 (Art center college of design in Pasadena)에서 영화가 가진 예술적 가치를 배우게 되면서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영화를 즐기는 다양한 기호(taste) 중 하나로 영화 속 예술적 가치를 연구하게 되었다. 다양한 시대에 다양한 국가, 민족적 배경 아래 배출된 많은 영화감독들이 저마다의 세계관과 사회 의제를 자신만의 영상문법을 통해 멋지게 표현한 영화작품들을 분석한다는 것은 영화 세계의 깊이를 체험하는 즐거운 탐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영화 콘텐츠는 오락적인 성향이 짙어지면서 영화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과 사회, 문화, 역사 등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예술적 사고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과거 영화예술은 문화, 정치, 역사, 철학 등을 소재로 문화적 소양을 함양케 하고, 계몽적 메시지로 시민의식을 고취해 왔으며 예술 체험을 통한 자아 성찰의 역할을 담당하는 등 과거 소수 고급예술의 격을 전승한 대중예술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중예술과 고급예술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예술의 전통적 장르의 붕괴 등과 같은 혼란기인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대중예술을 학습적으로 적절하게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격렬한 전쟁, 허무한 죽음이 난무하는 강렬한 오락물은 현대 사회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이상으로 보기에는 태생이 관객을 순간적으로 열광시키는 기능적인 소모성 콘텐츠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설계되고, 사용 후엔 폐기되며 기억 속에서 잊히는 소모품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예술성을 지닌 대중예술 콘텐츠는 그릇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이상향의 세계에 대한 갈망이 형상화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예술적 가치를 띤 콘텐츠는 관객에게 숭고한 태도로 수용되며 그 지속성에 대한 가치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예술적 가치의 지속은 삶에서 발효되어 문화가 되고, 굳어서 문명으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상적인 대중예술은 독창적이고 보편적이며 현대적인 문제를 다루고, 관객들의 이해와 공감을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어야 한다. 지극히 소시민적인 개인의 보잘것없는 삶을 조명하지만 이를 통해 인간과 사회, 더 나아가 세상의 보편적 진리와 본질 등에 사회 의제가 암시적으로 표현되면서 시대의 면모에 대한 감독의 시선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고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즉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삶의 밑바닥 속 평범한 개인의 삶의 모습을 통해 감독은 사회의식 형태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사랑과 관심의 능력을 회복시키며 인간의 삶에 큰 동기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지극히 상업적인 환경의 제한된 프레임 속에서 영화 속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영화를 작가주의 영화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작가주의 영화란 감독이 영화제작에 있어 주체적으로 일관된 세계관과 독창적인 스타일로 자신만의 창조적인 개성을 반영하여 감독의 개인적 관점의 역사, 문화, 정치관 등을 영화 속에서 다루는 영화를 지칭하는데 자신의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자기 생각을 전달하면서 영화 전반에 표현된 전체의 미를 예술적으로 잘 승화시킨 영화를 말한다. 대중과 비평가의 기호와 견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존의 틀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작품 제작에 있어 솔직하고 자신감으로 진부함을 탈피하려는 노력 등이 작가주의 감독들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 책자에서는 이와 같은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한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화의 예술적 가치와 영상화법을 분석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대중예술에 대한 정의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정립시키고 영화에 대한 지식 확대 및 예술적 안목을 넓혀주고자 한다. 본 책자에는 저자가 지난 이십여 년 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펴낸 연구 논문 중 작가주의 감독들의 독특한 영화 세계와 표현기법 등이 실려 있다. 시대와 대륙을 초월한 다양한 그들의 이야기와 영상 화풍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즐길 수 있길 바라며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영화를 보는 안목의 지평을 넓히고 나아가 예술적 가치에 대한 제고와 함께 세상에 관한 관심 또한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러시아의 화가 칸딘스키는 그의 저서 ‘예술에 있어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속에서 '정신의 3각형'이라는 비유를 통해 시대의 정신생활을 형성하는 3각형 속의 저변에는 광범위한 대중이 있고, 정점에는 고독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예술가가 있다고 하였으며 이 3각형 전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앞으로, 위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으며, 오늘 고독한 정점에 있는 예술가의 선구적 감성이 내일은 지식인의 관심사가 되고 모레는 대중의 취미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전위 예술의 선구적인 측면을 주장하면서 예술가는 시대의 통념과 절연하여 '정신의 내적 필연성'에 따름으로써 다음 시대를 창조해내는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본 책자를 통해 만나게 될 다양한 시대의 작가주의 감독들의 시대를 앞서간 영화작품의 비평을 음미하면서 산꼭대기에서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고독히 서 있는 선구적 감성의 작가주의 감독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조용히 혼자 웃고 있는 본인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비대면 시대에 지쳐버린 요즘, 이제는 이미 우리 모두의 취미가 되어버린 이 시대 작가주의 영화감독들의 넘치는 예술적인 감흥과 선구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이태훈 경희대·영화학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디지털 콘텐츠학과 교수.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서 예술학 학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 영화학과에서 예술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았다. 저자의 감독작품인 영화 〈스물아홉 다정이〉로 제4회 인도 국제영화제(4th Indian World Film Festival- 2020) 단편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 “현대 작가주의 영화 감독작품의 영상 스타일 분석연구” (2012), “블랙 코미디 장르 영화에 있어 아이러니 표현기법에 관한 연구”(2014), “꿈 시퀀스 이미지에 대한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적 연구”(2015), “롱테이크 촬영기법을 통한 장면전환 기법에 관한 연구”(2016), “영화 콘텐츠의 예술적 상징표현 분석연구”(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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