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생명정치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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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생명정치와 민주주의
  • 이하준 편집기획위원/한남대 탈메이지교양대학·독일현대철학
  • 승인 202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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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사색]

중국 정부 위생위는 2020년 1월 30일 현지시각 0시 기준으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망자 수 170명, 의심환자 1만2167명, 관찰대상자 8만1947명이라고 발표했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여당 원내대표는 ‘진정한 우정론’을 설파했고 이에 앞서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 정부 관계자는 ‘호들갑 금지령’을 발동시켰다. 도덕주의와 실천적 덕목을 제시한 셈이다. 정부는 중국에 마스크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교민 수송, 격리장소 선정, 격리 보호·치료 조치를 취했다. 또 대 중국 관계를 고려해 중국인 입국을 허용했다. 이것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정부의 생명정치 행위이다. 정부의 생명정치는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는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를 긴급상황으로 간주하고 ‘예외상태’를 선포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예외상태를 결정하고 법질서 안에서나 법질서 밖(법의 효력 정지)에서 규칙을 만드는 주체가 주권이다. 이 사태에서 주권 권력인 정부는 예외상태의 생명정치를 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한 민주주의는 생명정치의 구체적 행위들에 관한 정당성과 타당성을 묻도록 허용하는 정치체제이다. 생명정치 공간에서 민주주의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보편적 요구와 그것이 반영된 법령화, 가령 기본권 보장 관련 법률,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생명정치에 관한 시민의 비판적 담론은 ‘사태의 긴급성’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정부 당국의 도덕적 훈계로 틀어막아서도 안 되며 마땅히 환영받아야 한다.

현 정부는 과거 정부의 감염병(메르스 사태) 대응보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얼마나 더 대처를 잘했는지에 대한 홍보에 힘을 쏟는다. 야당은 대처의 혼란과 미흡함을 지적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이 현상은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 생명정치인가’에 관한 다툼이며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와 야라는 정치세력 사이와 진영논리에 기초한 생명정치 현상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양자 모두 생명정치의 주체이며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은 여당의 입장에서, 야당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생명정치에 대한 다툼의 논리를 각 진영이 활용 가능한 공식 매체와 비공식 매체를 통해 준 정치인, 유사 정치인의 정치마케팅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시키며,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시민의 판단’을 진영논리의 틀 안에 가둬버리려는 비가시적 강제력의 행사이다. 양 진영에서 상호 간에 행해지는 비난과 도덕적 심판의 언술 자체는 공공선이나 공공성, 정의나 민주주의와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우한 사태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담론을 저해하는 반민주적인 당파적 생명정치 행위일 뿐이다.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정한 생명정치는 긴급상황의 대처 과정에서 시민의 자유와 권리 제한에 대한 포괄적 비판을 포함해 내용과 색깔에 관계없이 시민적 담론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담론의 쟁점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1) 여타의 나라에서 하는 중국인 전면적 입국 통제나 부분통제 문제 2) 국내 입국한 우한인 추방문제 3) 예방적 차원의 신학기 시작 연기문제 4) 중국 유학생과 기숙사를 함께 쓰는 문제 5) 마스크 등의 중국 지원 전에 국내의 자력 예방 약자에 대한 보호조치의 우선성 문제 6) 격리장소 결정문제, 왜 천안에서 아산·진천인지, 정부가 내세운 공항과의 거리 등의 근거의 타당성 문제 7) 격리장소로 선택한 지역 주민에 대한 정부의 보상문제 8) 격리된 의심환자의 격리 기간에 따르는 보상문제 9) 2주간 격리과정에서 방호복 등의 안전조치 하에서의 가족 면담문제 10) 감염인지 상태 혹은 감영의 위험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광범위한 지역사회 활동자에 대한 법률적 처벌 문제 11) 감염의 대유행이 공인된 기관의 의료적 판단에 근거해 공지된 상태에서 마스크 등과 같은 최소 보호장치 판매에서 폭리를 취한 행위의 처벌과 법률적 강제 12) 예방과 감염자 치료과정에서 관련자들의 공과 평가와 그에 따른 인사상의 보상과 처벌 문제 13)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모든 형태의 감정적 의사 표현, 가령 중국인 혐오나 그러한 혐오에 대한 대응 혐오문제 등….

다시 말하지만,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긴급상황으로 인한 정부의 예외상태 선포와 생명정치적 활동에 따른 시민 권리 제한의 불가피에서도 그 불가피성의 타당성과 효력 범위에 대한 담론은 100%로 보장되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정책에 성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추동된 인종민족주의든 세계시민주의와 인류애적 차원에서 제기된 주장들이든 아니면 중국과의 정치·경제적 관계에 기초한 전략적 관점에서 제기된 주장들이든 이와 같은 담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시민적 차원의 하위 생명정치적 활동이다.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담론 민주주의는 예외상태를 선포한 정부의 생명정치 활동과 그와 경쟁하는 야당의 생명정치 활동에 대한 분별력 있는 판단과 정치적 선택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바이러스 민주주의 한복판에 있다. 이 민주주의가 어디로 갈지는 소위 정치엘리트 집단의 상위 생명정치와 시민적 차원의 하위 생명정치 활동의 긴장과 건강성에 달려있다.


이하준 편집기획위원/한남대 탈메이지교양대학·독일현대철학

한남대 탈메이지교양대학 철학교수로 베를린 자유대에서 아도르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유럽철학 편집위원,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대전인문예술포럼 부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사회철학, 사회이론, 문화예술철학, 고전교육 등이다. 저서로는 『부정과 유토피아』, 『아도르노: 고통의 해석학』, 『아도르노의 문화철학』, 『호르크하이머의 비판이론』, 『호르크하이머: 도구적 이성비판』, 『역사철학, 21세기와 대화하다』(공저) 등이 있으며, 그 외 고전교육 및 예술 관련 책도 다수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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