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이러스’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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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이러스’를 생각한다
  • 김재호 서평위원/과학전문기자
  • 승인 202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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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칼럼]

동네 마을회관이 오늘 아침 부로 폐쇄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다. 기침과 호흡기 관련 증상과 폐렴이 주요한 증상이다. 2.5일 09시 기준, 국내엔 18명이 확진환자다. 전 세계적으론 24,506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질성 피막을 지녀 왕관을 두른 것처럼 보인다. 즉 태양을 둘러싼 외곽의 빛(코로나)처럼 생겼다. 그래서 '코로나'라고 불린다. 유전체구조는 한 분자, 즉 단일가닥의 RNA라고 미생물학 개론서를 찾아보면 나온다.

곰팡이, 박테리아, 바이러스가 미생물이다. 그런데 모든 미생물이 병을 불러오는 건 아니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천 번 이상 접촉하는 미생물들 중에 1% 정도가 인간에게 위험하다. 그중 바이러스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꼭 숙주가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바이러스엔 핵이 없고 유전물질만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와 숙주의 운명은 기생(寄生) 관계인 것이다.

인간이 알고 있는 바이러스는 약 5000만 개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바이러스가 지구에 인간 혹은 생물들과 함께 기생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일반화해서 규정할 순 없지만, 바이러스의 속성 자체는 짐작할 수 있다. 끊임없이 돌연변이로 진화하고 증식하려는 게 바로 바이러스다. 이 때문에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인류는 언제나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잉카제국이 사라진 이유는 바로 바이러스 때문이다. 스페인 군대 280명은 천연두와 홍역 바이러스로 300만 명이 넘는 잉카제국의 군대를 궤멸시켰다. 현재 인간이 극복한 바이러스는 천연두 하나뿐이다. 감기만 하더라도 최소 약 200가지의 각각 다른 바이러스 때문에 걸린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약 5년을 감기로 고생을 한다. 감기 바이러스에는 피코르나 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까지 총 5개 과(family)가 있다. 겨울철에 많이 걸리는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우한 폐렴과 사스, 메르스 등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숙주에 기생해야만 살 수 있는 바이러스의 운명

그동안 사람 간 감염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스, 메르스를 포함해 총 6종류가 발견되었다. 감기는 추운 날씨나 건조한 공기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어야 걸린다. 그래서 의사들은 손 씻기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평상시 면역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메커니즘이 우리 몸의 세포 내에서 활발히 일어나야만 감기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면역력이 있는 동물에게선 질병이 안 나타나지만 다른 동물에게선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면역력이 있다면, 특히 집단 면역력이 있다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한 사회의 면역력을 높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공중 보건에 많은 투자를 해야 사회적 질병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원인으로 박쥐가 지목되었다. 박쥐는 바이러스의 저수지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바이러스를 전염시켰다. 사스와 메르스가 터졌을 때도 박쥐가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박쥐의 몸에는 137종의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사람과 공통된 바이러스는 61종이다. 습한 곳에 서식하는 박쥐는 온갖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박쥐는 집단생활을 하며 바이러스를 서로 공유한다. 하지만 박쥐는 강한 면역력을 키워왔다. 박쥐는 포유류로서 유일하게 날 수 있다. 박쥐는 비행할 때 체온이 40도까지 오를 정도로 높아져, 바이러스 저항성을 띠며 생존한다. 고온에서 바이러스는 주춤하며 세포 안의 백혈구는 활발히 움직인다.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여러 분석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건 보건 환경의 낙후화이다. 또한 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식량 문제는 인류를 더 낙후된 보건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결국, 더 많은 바이러스 감염경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기후 변화 역시 바이러스 확산의 한 원인이다. 박쥐는 기후 변화로 인해 곤충인 먹이가 사라지거나 이동하면 함께 따라간다. 바이러스가 퍼질 지역이 넓어지는 셈이다. 모기 역시 기온이 상승하면 살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난다. 모기 안의 바이러스는 거침없이 숙주 안에 침투한다.

바이러스와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때이다. 인류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특히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에만 급급하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보이지 않게, 지속적으로 돌연변이를 만들어가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인류는 해마다 바이러스에 의한 공격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좀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김재호 서평위원/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과학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교수신문> 학술 객원기자를 역임했고 현재는 ‘학술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과학과 기술, 철학, 문화 등에 대한 비평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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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현 2020-02-10 18:46:41
바이러스 발생 원인과 대응방안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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