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아나키스트 8人의 장도를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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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아나키스트 8人의 장도를 따라 걷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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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한국의 아나키즘 : 인물편 (반양장) | 이호룡 지음 | 지식산업사 | 452쪽

 

이 책은 아나키스트사의 본보기이자 한국 아나키즘 시리즈의 결정판이다. 아나키즘 전문가인 저자가 옛 잡지, 신문, 증인신문조서 등 1차 사료와 연구 성과를 총동원해 아나키스트들의 체취와 족적을 되살렸다.

신채호, 이회영, 박렬, 류기석, 이홍근, 류자명, 이정규, 유림 등 아나키스트 8인에 대한 사상과 활동을 분석함으로써 전방위로 전개됐던 그들의 활약을 한눈에 모았다. 3·1운동을 계기로 아나키즘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신채호와 민족주의자로 출발해 일찍이 만주기지론을 선도했던 이회영은 중국에서 서로 교류하면서 아나키즘의 행동방략을 실천했다.

신채호는 다물단에서 테러활동에 주력하고, 이회영은 이정규와 함께 5·4운동 이후 혁명근거지 건설론에 입각해 이상 농촌 건설사업에 참가했다. 1924년 베이징에서 이회영, 이정규 등이 주축이 돼 결성된 재중국무정부주의자연맹은 혁명근거지 건설에 집중했다.

류기석은 1928년 상하이의 재중국조선공산주의자연맹에 참가해 이후 베이징, 상하이, 톈진을 오가며 테러활동, 군사활동에 가담하며 중국 아나키스트들과 국제적 연대도 도모했다. 류기석이 반중앙집권적 연맹체 형태의 동방무정부주의자연맹을 결성하는 등 아나키즘 본령에 충실했다면 일본에서 활동한 박렬은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에 경도됐다가 해방 이후 민족주의 입장에서 ‘세계는 하나’라는 세계관을 제시하면서 민족 독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저자는 한국 아나키스트들이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아나키즘을 받아들여 민족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니힐리즘과 달리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려는 진보에 대한 믿음'이라는 아나키즘의 속성에 힘입은 것으로도 보인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분석은 이처럼 입체적인 인물 연구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실을 바로잡으며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저자는 류자명에 대한 기존 연구의 오류를 수정하면서 최초로 아나르코생디칼리스트로서 이홍근의 활동과 사상을 다뤘다.

아나르코생디칼리슴은 일본과 국내에서 아나코코뮤니즘과 양대 흐름을 형성했음에도 이론적 부문을 담당했던 인물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에 건너가 흑우회, 흑색청년연맹에 가입하면서 아나코생디칼리슴을 접한 이홍근은 1927년 귀국해 관서흑우회를 결성, 파업과 같은 노동조합들의 경제적 직접행동을 지원했다. 아나키스트운동이 부진하자 조선공산무정부주의자동맹을 결성했으나 결국 구속돼 6년에 걸친 영어생활 끝에 사상전향을 하게 된다.

한국 아나키스트들은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 각지에서 당면 목표인 조국의 독립과 궁극의 과제인 개인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다. 저자는 이들이 이념적 지향점이나 운동의 궤도는 서로 다른 결을 보였지만 국내와 중국, 일본 각지에서 조국의 독립과 개인의 자유·해방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투쟁했다고 평가했다.

류기석이 아나키즘 본령에 충실했다면 류자명은 민족통일전선운동을 결행했으나 임시정부와 선을 그었다. 이정규와 유림은 각각 민주사회주의를 제창하고 단계혁명론적 입장에서 임시정부 세력과 함께 행동했다. 아나키즘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들 운동은 각기 다른 색채를 띠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빛깔을 모두 더하면 아나키즘을 상징하는 검정이 된다.

이 책은 총체적, 입체적 분석을 통해 한국 아나키스트들의 활동을 체계화한 '아나키스트사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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