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의 근원에 대한 탐구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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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의 근원에 대한 탐구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 김태훈 공주교육대학교·윤리교육
  • 승인 2022.03.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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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에게 듣는다_ 『선이 좋은 이유: 도덕성의 근원』 (로버트 오브리 하인드 지음, 김태훈 옮김, 글로벌콘텐츠, 416쪽, 2022. 01)

 

선과 악, 혹은 옳음과 그름을 구별하는 일이 항상 쉬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그것들의 차이점을 상당히 알게 되지만 막상 실제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그런 차이가 그렇게 선명하게 인식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서로 갈등하는 ‘당위’ 가운데 어떤 하나를 결정해야 하고, ‘의무’를 추상적인 가치와 견주어보아야 하며, 서로 상치하는 ‘권리’를 비교해서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구분해야 하는, 혹은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기준의 문제인가, 아니면 우리가 단순히 그 문제에 대해 갖는 견해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옳은 행동에는 어떤 공통적인 특징이 존재하는가? 있다면, 그 기준은 또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이 책의 저자인 동물학자이자 윤리학자이며 심리학자였던 로버트 하인드(Robert Aubrey Hinde)(1923∽2016)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가 밝힌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소회를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는 도덕성의 주요 근원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종교가 도덕성의 주요 원천이었다. 많은 사회에서 도덕성은 초월적인 존재로부터 부여된 것으로 인식되었으며, 도덕적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은 목사 등 종교 관계자들로부터 그에 대한 답을 구했다. 하지만, 세속화가 진행되면서 종교적 도덕성은 그의 권위와 더불어 구속력을 잃어가고 있다. 영향력 있는 일부 세계 종교 지도자들조차 종교적 믿음 없이도 도덕적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둘째는 개인들의 이동이 증가함에 따라 여러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웃들이 서로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지구촌이 대부분 다문화 사회이다. 전통적인 도덕적 관념으로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수용해내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리하여 도덕적 문제와 관련하여 철학적, 종교적 전통이 다른 사람들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학문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한다. 도덕성과 같은 추상적인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실제 일상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개인 심리학, 발달 심리학, 사회 인지 심리학, 생물학, 인류학 및 사회학, 역사, 철학, 심지어는 ‘흔히 겪는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정보는 도덕성에 대한 이해를 보다 정확하고 풍부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생물학자였던 저자는 진화론적 관점의 생물학적 접근 방식을 심리학적, 사회과학적 접근 방식과 통합하여 접근함으로써 주로 친사회성에 관심을 두던 생물학자들의 연구 범위를 확장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자신의 논점을 풀어가기 위해 우리에게 심층적인 질문 몇 가지를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이 좋은 까닭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선에, 그리고 도덕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인간에게 도덕성은 어떤 의미인가?’ 그는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인 도덕성의 본질과 관련한 이해에 이르는 길임을 암시한다. 이 책은 우리가 도덕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우리에게 밀려오는 다양한 도덕적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디에서부터 그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를 성찰하게 해준다.

저자는 도덕성의 근원을 초자연적인 권위나 오로지 문화의 산물로 보는 관점을 부정하고 동물학자이자 윤리학자였던 자신의 이력에 걸맞게 인간의 본성에 주목하였다. 그는 사실상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범문화적인 심리적 잠재력이나 특성을 인간의 본성으로 언급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성향이 광범위하게 인정되기는 하지만 여러 증거는 협력적인 친사회적 행동을 보여주는 그와 똑같은 유력한 성향에 의해 제한되는 방식으로 자연 선택이 작동해 왔다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증거를 통해 범문화적 도덕 원리가 그러한 성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특정한 사회의 도덕계율과 관습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마땅히 해야 할 일과 실제로 하는 일 간의 조율을 통해 나름의 형식을 갖추고 정교화의 과정을 겪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사회마다 나름의 특정한 도덕률을 갖추고 있지만, 그런 것들의 저변에는 보편적 인간의 본성이 자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오늘날 복잡한 다원 사회에 등장하는 다양한 도덕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이러한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적 특성에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을 이해하고 그것이 어떻게 도덕계율로 드러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다양한 도덕계율 간에 빚어지는 갈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과학의 발전으로 제기된 도덕적 도전을 해결하는 데, 그리고 심지어 그러한 변화를 유익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인드는 결론적으로 선이 좋은 이유를 세 가지 요건, 즉 자연 선택,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문화적 요소 사이의 상호 영향, 그리고 각 개인이 삶의 과정에서 맺는 관계로부터 추론하고,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들어 이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선이 우리에게서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고, 앞으로도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엄연히 존재할 가능성이 큰 이유는 우리가 이 세 가지를 천착해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자연 선택의 정보에는 인간의 생존과 생식에 선이 필요함이 담겨 있고, 범문화적으로 본성에 내재하는 이타성과 이기성의 심리적 특성이 문화적 요소와의 상호작용에서 이타성이 우위를 보여주며, 집단에서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이어갈 때 선이 필요 요건임을 누구나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1994년 은퇴한 이후 수년 전 타계하기 전까지도 종교와 도덕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글을 발표해왔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집단 구성원들에게서 유발되는 다양한 갈등이 일반적으로 도덕성이라 불리는 것에 의해 관리되어왔고, 또한 그래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정치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배경 지식을 소개한다. 1장은 학문 분야 간의 불일치로 인해 오랫동안 논란이 있어 온 도덕성의 한계 문제를 규정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2장에서는 이 책에서 취하는 접근 방식의 개요를 설명한다. 여기에는 하인드가 의미하는 ‘인간 본성’과 도덕성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이는 ‘범문화적 심리적 특성’에 대한 간략한 논의가 포함된다. 3장에서는 인간에게 도덕감이란 것이 선천적으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성장 과정을 통해 구성하는가의 물음을 중심으로 도덕성의 일반적인 특성을 다루고, 4장에서는 도덕률이 절대적이며 불변적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5장에서는 자기 체계의 의미에 대해 간략히 논의하고, 도덕률은 자기 체계에 통합됨으로써 회복 탄력성의 일부 특징을 공유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2부에서는 도덕성의 근원과 관련한 중심적인 논거가 제시된다. 6장은 개인의 도덕성 발달을 검토하고, 7장부터 11장에서는 도덕성의 궁극적인 원천을 범문화적인 심리적 성향에 두고, 친족과의 관계, 비친족과의 관계, 지위 및 권리, 성과 관련된 논점, 그리고 사회 및 종교 체계의 유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어 12장에서는 불가피하게 추리에 근거한 사변적인 논의를 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고, 그를 통해 도덕 체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검토한다.

제3부는 도덕성에 대한 이전 논의와 관련된 일반적인 논점을 다루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3장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도덕적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에 초점을 맞춘다. 14장에서는 생물학적 결정론과 자유 의지의 문제를 논의하며 자신의 양립 가능성 견해를 설명한다. 끝으로, 마무리 장에서는 이 전의 장들로부터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한다. 특히, 도덕성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도덕적 결정을 내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논의한다. 


김태훈 공주교육대학교·윤리교육

서울대학교 대학원 윤리교육과에서 도덕교육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조지아 대학교와 중국 북경사범대학에서 방문학자 자격으로 연구 활동을 했고, 한국초등도덕교육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덕 교육론』, 『도덕성 발달이론과 교육』, 『도덕적 정서와 미덕』, 『인성과 교육』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인간의 품성: 우리는 얼마나 선량한가?』, 『인격교육의 실제』(공역), 『새로운 시대의 인격교육』(공역), 『도덕성 발달 핸드북 1, 2』, 『죄의식』, 『스포츠 윤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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