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악하다는 진실
상태바
인간은 악하다는 진실
  • 김성규 동국대학교·심리학 
  • 승인 2022.03.27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책을 말하다_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 누구나 조금씩은 비정상』 (김성규 지음, 책이라는신화, 324쪽, 2022. 02)

 

▣ 인간의 악, 인간의 본성

퓰리처상에 빛나는 죽음심리학자 어네스트 베커(Ernest Becker)는 말했다. 생존하기 위해서 다른 생명체를 죽이고 섭취해야만 하는 생명체로 이루어진 자연을 만든 창조자는 정말이지 잔인한 심술꾼이라고. 그리고 그의 저서 『악으로부터의 탈출』(Escape from Evil)에서 인간이 악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악의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의 모든 동기들이 가진 하나의 거대한 역설을 포함한다. 선과 악은 불가분의 관계로 섞여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떼어낼 수 없다. 악은 선을 이끄는 듯하고, 선한 동기는 악을 이끌어낸다. ‘악은 인간이 영웅적으로 악을 처단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생성 된다’는 역설이 바로 그것이다. 
-  『악으로부터의 탈출』 136쪽

베커의 말처럼 인간이 선하고자 하는 노력, 살고자하는 욕망은 필연적으로 그를 악하게 만들고 만다. 누군가에게 선하고 영웅적인 일은 그 반대편에 서있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악이 된다.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의 집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2017년보다 2년 앞선 2015년의 어느 날.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집어든 베커의 저서는 내게 인간은 필연적으로 악을 행할 수밖에 없다는 잔혹한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렇기에 사실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는 사실 ‘인간의 본성에게 묻는다’와 다름없는 말이다. 


▣ 인간의 악에게 물어본 공존의 길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는 이처럼 악을 인간의 본성으로서 보는 관점을 견지하며, 인간은 자신이 처한 혹은 타고난 여러 환경적 요인에 의해 의도치 않게 악이 될 수도 있음을 알리고 그러한 상황을 보다 진솔하게 이해해야 함을 알리기 위해 집필한 책이다. 이를 위해, 나는 인간이 가진 여러 가지 근원적인 성향 중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직접 접하거나 우연히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13가지 흥미로운 성향을 선정했다. 이 13가지 인간의 성향 중에는 갑질과 차별, 공정과 평등, 복수심과 질투,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거짓말의 심리 등 우리를 괴롭게 하는 일상의 악에 대한 것들도 있고, 사이코패스나 다중인격장애, 정신분열증(조현병)처럼 일상에서는 거의 마주할 일이 없지만 과장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실상과 달리 많은 오해를 갖고 있는 것들도 있다.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에 수록된 각 장들의 기본적인 구성은 개념 설명, 사례 소개, 특정 악에 대한 이해와 공존의 삶에 대한 촉구로 이루어져있다. 인간을 악하게 만드는 성향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원인을 설명하여, 잘 모르고 있었거나 사실과 달리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밝힌다. 그렇게 개념적 토대를 다진 후에 유명한 작품(주로 영화)을 통해서 특정 악을 행하는 인물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여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특정한 악의 성향에 대한 개념적 이해와 사례 소개를 마친 후, 그것을 우리 삶에서 몰아낼 수 있는지와 몰아 낼 수 없다면 어떻게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식으로 모든 장을 서술했다. 그리고 각 장의 앞뒤에 실제 나의 경험이나 주장을 덧붙여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요즘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갑질과 차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2장을 예로 들어 보면, 2장의 앞뒤로는 내가 목도한 대학 사회에서 갑질을 일삼는 ‘악질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했다. 장이 시작되면 인간이 왜 다른 인간을 굴종시키려 하는지에 대한 본성에 대한 설명, 그 본성을 밝히기 위해 행해진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의 ‘복종 실험’과 같은 여러 사회 실험들에 대한 소개와 설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난 후,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를 통해 인류 역사상 가장 잔인한 갑질이라고 할 수 있는 나치 독일과 아우슈비츠(Auschwitz) 강제 수용소에 대한 이야기와 관련자들의 향후 대응 방식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갑질과 차별을 멀리하기 위한 방안을 서술했다.


▣ 학생들의 추천이 만들어 낸 책

 

나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동국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과 문학>이라는 강의를 했다. 그렇게 강의했던 것들 중 인간의 악과 관련한 심리에 대해 다룬 강의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 바로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이다. 처음에는 딱딱한 정신분석학 이론 강의보다는 학생들이 흥미로워하고 나 역시 궁금해 했던 여러 심리적 증상에 대한 실용심리학을 가르쳐보겠다는 시도에서 강의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그렇게 시작한 2017년의 첫 강의 시리즈는 그야말로 ‘성황리’에 끝났고, 책으로 써서 일반 시민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필을 시작했다. 동국대학교와 경기도 교육청에서 기획한 <경기 꿈의 대학>에서 같은 주제로 강의를 했고, 그중 반응이 좋았던 강의 주제들을 우선 선정해서 글을 썼다. 그리고 현재의 출판사 대표님을 만나 ‘인간이 지닌 악의 심리’를 특화시킨 책을 만들어보기로 했고, 마침내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길다면 긴 5년의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원고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이 보내온 찬사와 응원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책의 마지막에는 고집을 부려서라도 학생들의 진솔한 목소리였던 ‘수강생 후기’를 책 속에 담고자 했다. 그들의 후기가 이 책이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유이며, 이 책이 지닌 가치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는 나 혼자 쓴 책이 결코 아니다. 나와 시간을 보낸 대학생들이 함께 쓴, 그야말로 ‘대학(생의) 지성’이 만들어낸 책이 바로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이다.


김성규 동국대학교·심리학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 시절을 보냈고, 《다크 나이트 3부작》(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을 죽음심리학으로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 졸업 후에도 모교에서 전공과 교양 강의를 담당하는 시간강사 및 전임연구원 등으로 일하다가 2021년에 교수로 임용됐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기획/운영한 <경기 꿈의 대학> 강사를 비롯해 <길 위의 인문학> 강사, 지자체 강사 등 대학 밖에서의 강연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인공지능, 문학과 예술을 만나다』(공저, 2021)가 있으며, 동국대학교에서 최우수강의상과 최우수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교육과 연구,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