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초학술기본법’ 제정이 절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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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초학술기본법’ 제정이 절실한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3.2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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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고등교육 현안 학술토론회’
- 대학공공성강화 공동대책위원회, 인문사회학술개혁포럼 공동 주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국회의원은 17일 오후에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왜  기초학술기본법 제정이 절실한가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강득구 의원실)

「기초학술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고, 인문사회분야 학술진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제2차 고등교육 현안 학술토론회’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과학기술입국을 넘어 성숙한 학문 선진국으로: 왜 ‘기초학술기본법’ 제정이 절실한가’를 대주제로 한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김한정·강득구·강민정·권인숙·윤영덕 의원과 국회의원연구단체 약자의눈이 공동 주최하고,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인문사회학술개혁포럼이 공동 주관했다. 

토론회를 통해 참가자들은 성숙한 학문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기초학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기초학술기본법(이하 기본법)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수정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토론이 이뤄진 가운데 인문사회 학술정책 거버넌스 수립안, 기초학술진흥 재원 확보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과)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고등교육 현안 학술토론회에서 ‘기초학술기본법’ 제정에 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강득구TV’ 캡처

▶ 이날 토론회에서 강성호 교수(전국대학중점연구소협의회회장, 순천대)의 사회로 발제에 나선 김명환 서울대 교수는 <“과학입국을 넘어 학문 선진국”을 향한 법적 기반의 모색 ‘기초학술기본법’의 쟁점들> 이라는 주제를 통해 기초학술기본법안의 주요 내용을 함께 살피고, ▲국가기초학술자문회의 설치 방안, ▲정책기구의 명칭과 위상, ▲학술진흥법과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 체계 정비 등의 쟁점을 짚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김명환 교수는 “현재 우리 헌법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진흥을 국민경제 발전의 하위에 협소하게 위치시킴으로써 개발도상국 시절에나 어울릴법한 낡은 발상을 담고 있다”며 “헌법 제 22조가 규정하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와 연결하여 차기 개헌 때 본격적인 논의를 거쳐 반드시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이 법은 과학기술혁신이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자연환경 및 사회윤리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고 경제ㆍ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며 과학기술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존중받도록 하고, 자연과학과 인문ㆍ사회과학이 균형적인 발전을 요구하지만, 인간과 인간사회의 모든 문제를 과학기술의 입장에서 포괄하고 해결하려드는 ‘과학기술주의’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한 쪽으로 치우친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문사회과학 분야와 자연과학·공학 분야 간의 지원 편중과 격차는 지난 20여 년 동안 급속도로 악화돼 왔으며, 법률로도 이공계는 ‘과학기술기본법’ 제정 이전부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법’(1991년 3월) 등 촘촘한 법률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조직상으로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연구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STEPI),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KISTEP)  등 다양한 조직이 설치됐지만, 반면에 인문사회 분야는 허술하고 낡은 1979년 학술진흥법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며 조직상으로도 인문사회 분야를 총괄하는 정책기구나 평가기구가 부재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처럼 심각한 불균형과 편중, 공백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기초학술기본법’ 제정이 절실하다”며 “이번 발제는 현재 정청래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상정돼 있는 기초학술기본법안을 검토하면서 다음과 같이 새로운 법안의 틀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국회에 상정된 기초학술기본법이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한국연구재단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를 관리할 부서를 새로 정비하고 예산도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대학이 감당할 수 없는 인문사회 연구인력 확보와 양성 문제 때문이다.

김 교수는 예산을 증액해 최소 2천 명, 최대 4천 명까지 국가가 인문사회연구교수를 뽑아 지원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연구자 개인 또는 지역별 연구자 집단의 자율성과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고 지원해 학문의 정상적 발전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 교수는 ‘기초학술기본법(이하 기본법)’에 기초학문, 기초학술, 인문, 인문향유권 등 주요 개념을 분명히 밝힌 뒤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나가야 한다며 법안 수정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인문’을 “인간, 사회, 문화, 자연에 대한 진리 탐구를 바탕으로 이룩한 인간다움과 그 정신적·물리적 활동의 총화"라고 규정하는 걸 말한다. '인문'이 인문학 분야에 국한된 게 아니라 기초학문, 기초학술을 바탕으로 함을 분명히 하자는 뜻이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기초학술기본법’에는 정책기구로 ‘국가기초학술진흥원’으로 명시했다. 이전 학술포럼에서 논의됐던 수많은 정책기구 이름들이 있지만, 김 교수는 ‘인문’ 개념을 명시한 본인의 새 법안이 수용될 경우, ‘인문정책연구원’으로 규정하자고 주장했다. 또, 기존 국무총리 직속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기초학술자문회의(또는 국가기초학술심의회)를 두어 자문회의 산하에 정책기구를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직속으로 두는 데 우려하는 이유는 안정되고 일관된 인문사회정책 추진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 산하로 둘 경우,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인사연) 안에 정책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둘 수 있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연구회도 있고, 경인사연에 인문사회정책연구원이 없는 만큼 명분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인사연 산하 연구기관들이 기재부 지정 공공기관으로서 PBS(Project-based Salary) 제도를 통해 급여를 받고 있고, 매년 성과 평가도 있어 장기적인 인문사회정책에 난항이 생길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법 제정 논의를 통해 학문의 균형 발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탄탄하게 형성되고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과거의 낡은 추격형 모델에서 새롭고 창의적인 선도형 모델로 하루바삐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밝히며 “이 법의 제정, 시행으로 현실적으로는 인문사회 분야의 지원과 육성에 집중하게 될 것이며, 한걸음 더 나아가 인문학에서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과 의학, 새로운 융복합 학문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문과 학술활동을 선진국다운 선도형 모델 위에 올려놓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어진 토론에서 강태경 전국대학원생노조 정책위원장은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제를 강력히 도입하자는 김 교수의 취지에 동의했다. 강 위원장은 인문사회 학술연구교수 제도가 연구자들의 연구기회를 확보하고, 우리 사회의 인문사회적 학술 역량을 보호 및 육성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법안 명칭에 대한 고민과 인문사회 관련 법령 및 조직의 부재, 대학 연구개발 관리의 제도적 공백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기본법 명칭 고수에는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에게 적합한 지원이 제공되고, 연구자들이 학문적 필요성에 따라 자연과학과 공학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지원된 자원을 활용하는 것만 제한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 문병효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문사회분야가 황폐화 되고 있는 가운데, 학문연구 지원체계의 취약성과 열악한 고등교육재정지원 수준, 교원의 보수체계 등을 지적하며, 기초학술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기초학술진흥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법안의 예산과 재정 등에 관한 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 교수는 과학기술기본법과의 충돌을 우려했다. 기본법안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기초학술에 관해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명시돼 있다. 제3문항은 “국가기초학술진흥사업의 추진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함을 규정하고 있다. 문 교수는 기본법도 ‘법률’이라며 “다른 법이 제정되더라도 기본법이 당연히 상위법으로서 우선 적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기본법 의미에 대한 법률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김귀옥 한성대 교양학부 교수는 현대 한국 정부의 학문 지원 정책이 과학기술 연구 지원과 인문사회 기초분야 지원이 1:99의 수준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며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대학원은 현직 교수의 조교, 비정규직 교수연구자를 생산하는 공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본법 도입이 강력히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인문사회 학술정책 거버넌스 수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국가기초학술진흥원과 같은 정책기구인 인문사회 학술정책연구원(가칭)과 국가학술연구교수 제도의 결합안을 제시했다.

▶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전략연구본부장은 대한민국 과학기술 정부투자를 이끈 핵심 조직이 정부조직이었다는 점과 정부조직의 규모가 곧 그 분야의 예산 규모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초학술기본법 제정과 기초학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부 내 ‘국’ 수준 이상의 예산기획 조직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 이우창 전 서울대 대학원총학생회 고등교육전문위원은 법안의 정신을 이루는 기본 개념과 주요 기구의 인적 구성, 예산 배분 등에 있어 인문사회 분야의 재생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를 설정하고 기초학술기본법안이 인문사회 전공자 및 관련 분야 후속세대 지원을 위한 충분한 지원기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개최한 강득구 더불어민주장 국회의원

마무리 발언에 나선 강득구 의원은 “실용적 관점에서 과학기술이 큰 의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바탕에 인문학적 관점이 없다면 과학기술에도 비전이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기초학술기본법안 제정과 인문사회분야 학술 진흥을 위한 방향성을 서로 맞춰가고 인문학의 토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함께 대안을 만들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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