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새 정부 ‘교육홀대' 우려…인수위 교육전문가 없고, 교육부 축소‧통합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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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새 정부 ‘교육홀대' 우려…인수위 교육전문가 없고, 교육부 축소‧통합설까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3.2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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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교육’이 후순위로 밀려나자 교육계가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 역할 축소·폐지까지 거론되면서 교육계에선 진영을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새 정부가 교육 정책을 홀대한다”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교육 분야 인사가 전혀 포함되지 않으면서 교육이 차기 정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이 아니냐는 ‘교육 패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7개 분과 중 과학기술교육 분과에서는 인수위원 3명이 모두 과학기술분야 전문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과 간사로 발탁된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인수위원으로 임명된 김창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과학기술 담당인 2차관을 지냈다. 또 다른 인수위원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역시 2018년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한 과학자다.

과학기술'교육' 분과인데도 인수위원 3명 중 교육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자 "현장 교육 전문가들이 인수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해온 교육계에서는 '교육 홀대가 우려된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진보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한 목소리를 내고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선서 교육 공약이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왔던 만큼 새 정부 밑그림에서 교육정책이 빠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교총은 18일 "인수위 인선과 조직개편 논의는 교육을 홀대하고 약화시키는 처사이며 교육을 국정의 중심에 놓고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교육 책무를 강화할 수 있는 조직 운영·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총은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양성은 교육이 밑거름이 돼야한다"며 "정부 수립 이후 정부 부처명에서 교육이 제외된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교육에 대한 당선인과 새 정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교육 무시에 유감을 표한다"고 꼬집은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인수위원에 교육계 인사가 한 명도 없는 만큼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관리형으로 예상된다"며 "AI 교육 정책 이외에는 입시와 고교체제 등 현안 위주의 접근이 점쳐진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전교조도 성명서를 내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와 공교육정상화 등 산적한 교육과제들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교육부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합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인선이 추후 교육부 역할 축소·폐지와 7월에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 강화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의 통합은 이미 과거 정부에서 시도된 바 있다. 소관 업무는 물론이고, 부처 명칭이나 부총리 부처-장관 부처로서의 위상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교육정책 부처는 '문교부'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1990년 노태우 정부 때 '교육부'로 바뀌었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교육부총리가 이끄는 '교육인적자원부'가 됐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과학기술부'로 과학기술과 통합되고 장관 부처가 됐다.

그러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다시 '교육부' 명칭을 되찾고 교육뿐 아니라 노동, 복지, 법무 등 사회 분야 부처들을 총괄하는 '사회부총리' 부처로 위상이 높아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교육개혁 의제를 논의하고,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관련 기능을 시도교육청으로 대폭 이양한다고 밝혀 교육부의 기능을 대폭 축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는 차기 정부 출범 직후인 오는 7월에야 탄생하며, 교육부 기능은 정권 내 유지됐다.

교육계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오는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교육정책 결정권을 넘기겠다는 공약도 우려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장기적인 정책과 교육정책 의견 수렴·조정 역할을 하는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정책 집행을 맡는 부처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총은 "국가교육위는 미래 교육의 큰 비전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수립하는 의사결정기구이지 행정집행 업무까지 하는 기구가 아니다"라며 "국가교육위 결정을 정책으로 구안하고 안착시키는 집행기구로서 교육부가 제 기능과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와 공교육정상화 등 산적한 교육과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교육부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전문성을 침해하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합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보탰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속한 ‘K-정책플랫폼’은 총리실에 고등교육 업무를 이관하고 가칭 ‘과학기술혁신전략부’를 만들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교육부는 500만 명이 넘는 학생과 40만이 넘는 교사를 총괄하는 부처이고 정책을 책임지는 조직을 없앴을 때 얻을 이익보다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라며 "국교위도 합의제 위원회일 뿐이고 정책을 책임질 수 있는 기관은 아니다"고 말했다.

교육부 역할에 어떤 식이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생각만큼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대적인 개편이 있으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회에서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의 기능이 복지부나 과기부로 일부 이동하거나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부의 역할을 담당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 정국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부도 큰 틀에서 변화를 줄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이후 교육격차 극복과 미래교육을 제대로 준비한다는 입장에서 정부조직 개편은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부 폐지에 대해서는 2007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도 주장한 바 있었으나, 교과부와 과기부가 통합되고 다시 교육부로 분리되면서 실패한 정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올해 7월에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더라도 현재로서는 교육부의 기능을 온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인다. 교육부를 격하시키거나 폐지시키는 것에 대해서 신중검토가 필요하다.

 

▶ 교수노조, 교육 분야 TF 구성 강력 요구

-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대학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등교육 정책을 그려나가야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역시 21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차기 정권의 교육 분야 홀대를 엄중히 경고했다. 교수노조는 대학 서열화, 입시 불평등, 사학비리, 학령인구 급감 등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지금 당장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지 않으면 회복 불가능한 파국으로 치달을 위기에 처해 있기에 새 정부에 고등교육 관련 올바른 정책기조를 제시해야 하는 인수위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당선자는 후보시절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대학 무상화’, ‘비정년트랙 철폐’, ‘대입자격고사 도입’ 등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 및 대학의 민주화를 위한 핵심 정책에 모두 반대의견을 표명한 바 있으며, ‘기업대학 설립’과 ‘대학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기에 차기 정부는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고등교육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학을 이윤 추구가 유일한 목적인 기업과 동일시하는 천박함과 무지함에서 벗어나, 고등교육은 “돈 있는” 사람의 특권이 아닌 모든 국민이 능력과 적성에 따라 균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권’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수노조는 인수위에 지금 즉시 고등교육 전문가가 포함된 교육 분야 대책위원회(TF)의 구성을 강력히 요구했다.

 

강득구 의원 기자회견

▶ 강득구 의원 설문조사, 교육부 폐지·기능축소 교육구성원 65.6% 부정적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양만안)은 3월 21일(월) 국회 소통관에서 <교육분야 정부조직 개편 교육주체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월 5일부터 14일까지 학생, 학부모, 교직원 총 9,233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교육부 폐지나 기능 축소에 대해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65.6%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특히, ‘매우 찬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4.1%에 그쳤다. 교육구성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여러 혼선이 있었지만, 교육부의 중앙 컨트롤 기능 자체를 원하는 경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교육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고등교육 정책을 교육부에서 빼서 대학 자율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전체 52.5%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기존 대학사업의 내용과 방식은 물론 정부조직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상황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직업교육을 교육부에서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체의 50.3%가 긍정적으로 응답했고, 그 찬반 여부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통합으로 교육-직업 연계 논의에 대해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64.1%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직업교육의 대전환은 물론 유·초·중·고 교육과 대학교육, 평생교육의 실질적인 연계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평생교육 정책 확대에 대해서는 전체의 79.4%가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부 대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체의 63.8%, 즉, 과반 이상이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출범 전이라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이 불명확한 상태이므로 향후 방향성을 갖추고 자리를 잡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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