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기’라는 숙명을 극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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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기’라는 숙명을 극복하는 법
  • 김정우 고려대·문화콘텐츠학
  • 승인 2022.03.20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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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문화콘텐츠와 선택의 동기』 (김정우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126쪽, 2022. 01)

 

1. 프롤로그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를 다녔다. 재학 중에는 소설가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나름 열심히 썼다. 그러나 열심히 쓰기만 했던 모양이었다. 소설가는 되지 못 했다. 졸업을 앞두고 생각하니, 대학교 4년 동안 한 일이라고는 비록 성과는 없었으나 열심히 쓴 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뭔가를 써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았다. 그리고 어설펐던 문학청년은 그 알량한 솜씨로 덜커덕 카피라이터가 되었다. 

쓰는 것이 직업이라는 면에서는 같았으나, 소설은 내가 만든 내 이야기를 내가 쓰는 것이고, 광고 카피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쓰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소설을 쓸 때는 독자를 연구하지 않았는데, 광고 카피를 쓰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연구해야 했다. 그렇게 한 걸음씩 광고를 향해, 마케팅을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인생의 명언을 만났다.

“이성은 결론을 낳고, 감성은 행동을 낳는다.”(Emotion leads to action while reason leads to conclusions) - Donald Brian Calne


2. 시작

회사에서 광고를 열심히 만들다가, 기회가 닿아 학교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는 광고 언어였는데, 그와 연관시켜 학과에서 내게 배정한 과목은 문화콘텐츠 관련 과목들이었다. 광고도 문화콘텐츠의 일부라서 크게 다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강의준비를 위해 해야 할 것들이 적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문화콘텐츠의 향유자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광고를 만들 때는 소비자를 늘 생각하게 마련이었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그들을 설득시킬 수가 있을까 하는 것이 고민거리였다. Donald Brian Calne의 말처럼, 이성적인 접근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데는 감성적인 공감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다면 문화콘텐츠의 향유자는?

그 생각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이 사회에서 문화콘텐츠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문화콘텐츠는 향유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전달한다. 그 경험은 재미를 바탕으로 향유자들이 문화콘텐츠에 몰입하게 만든다. 몰입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향유자들의 행복감은 커진다. 결국 장르와 관계없이 모든 문화콘텐츠는 좋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향유자들을 행복하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2018년에 <문화콘텐츠와 경험의 교환>이라는 책을 썼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화콘텐츠의 숙명’을 생각하게 되었다. 바로, ‘선택받기’였다. 세상의 어떤 문화콘텐츠도, 향유자들이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것은 없다. 더군다나 레거시 미디어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미디어는 물론, OTT와 플랫폼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수많은 문화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향유자들이 강력한 선택권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Buyer’s Market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콘텐츠는 도대체 어떻게 ‘선택받기’라는 숙명을 극복해야 할까. 그러한 문제를 생각해보기 위해 쓴 책이 오늘 소개하는 <문화콘텐츠와 선택의 동기>이다.

 

3. 구성

잘 알려져 있다시피, 커뮤니케이션북스의 ‘커뮤니케이션 이해 총서’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머리말과 10개의 키워드에 대한 서술로 이루어져 있다. 그에 따라 <문화콘텐츠와 선택의 동기>는 머리말에서 ‘선택하기와 선택받기, 그 미묘한 존재의 이중주’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삶에서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반드시 선택받아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콘텐츠의 ‘선택받기’라는 숙명과 그것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의 변화, 향유자의 속성 등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첫 번째 키워드인 ‘선택의 유형’과 두 번째 키워드인 ‘선택의 목적’은 문화콘텐츠의 선택에 대한 개론의 역할을 한다. 첫 번째 키워드인 ‘선택의 유형’에서는 인간의 선택 유형에 대해 살펴보고, 문화콘텐츠의 선택은 개인의 취향에 기반한 직감에 의한 선택임을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인 ‘선택의 목적’에서는 향유자들의 선택은 궁극적으로 행복감을 얻기 위해서임을 보여주고 있다.

3~5번째 키워드인 ‘선택의 제안’과 ‘선택의 준거’, ‘선택의 공유’는 선택의 과정과 그 활용과 관련된 내용을 담았다. ‘선택의 제안’에 대해서는 큐레이션에 대해, ‘선택의 준거’에서는 향유자 개인이 가장 신뢰하는 친구의 추천에 대해, ‘선택의 공유’에서는 문화콘텐츠의 선택이 단순한 향유 수준을 넘어 다양한 활동을 확산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6~8번째 키워드인 ‘선택의 장벽’과 ‘선택의 독점’, 그리고 ‘선택의 변화’에서는 선택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에 대해 서술한다. ‘선택의 장벽’에서는 타 문화권 향유자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문화적 할인율에 대해, ‘선택의 독점’에서는 큐레이션 과정에서 일어나는 향유자 독점 문제를, 마지막으로 ‘선택의 변화’에서는 특히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의해 야기되는 선택받기 전략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내용들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9~10번째 키워드인 ‘선택의 의외성’과 ‘선택의 왜곡’에서는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돌발적인 요인들에 관해 설명하였다. ‘선택의 의외성’은 콘텐츠 외적인 상황에 의한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선택의 왜곡’에서는 큐레이션의 편향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4. 에필로그

책 속에서도 이야기하지만, 문화콘텐츠의 선택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 문화콘텐츠를 비교 분석한 결과로 이루어지는 행동은 아니다. 문득 눈에 들어왔든, 아니면 입소문을 통해 듣고 있었든 간에 ‘그냥’ 좋으면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을 받아야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콘텐츠는 이러한 불분명한 선택의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해야 한다. 그 어려운 돌파를 해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보기 위해 문화콘텐츠의 선택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생각해본 책이 바로 <문화콘텐츠와 선택의 동기>이다. 그리고 앞서 발간한 바 있는 <문화콘텐츠와 경험의 교환>의 키워드 중 하나인 ‘경험의 선택’을 확대시킨 책이기도 하다.

향후 <문화콘텐츠와 ooo>라는 제목으로 몇 권의 커뮤니케이션 이해 총서를 더 생각해볼 예정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문화콘텐츠를 바라보는 좀 더 다른 시각들을 정리해보고 싶다. 


김정우 고려대·문화콘텐츠학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문화창의학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광고 언어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Ad(현 HSAd)에서 카피라이터로, ㈜NOCA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2005년부터 한성대학교 한국어문학부에서 근무, 2016년부터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로 옮겨 근무 중이다. 저서로 <광고 언어(2015)>, <광고의 스토리텔링 기법(2016)>, <문화콘텐츠와 경험의 교환(2018)>,  <자기소개서 레벨업(2019> 등 다수가 있으며, 문화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그리고 브랜드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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