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생쥐에게 빛 자극 줬더니 사회성 회복, 자폐 환자 치료에도 도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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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생쥐에게 빛 자극 줬더니 사회성 회복, 자폐 환자 치료에도 도움 될까?
  • 기초과학연구원
  • 승인 2022.03.2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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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리포트] 기초과학연구원(IBS)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이하 ASD)를 앓고 있는 아들을 둔 배우가, 아들과 함께 출연해 일일 식당 운영에 도전하면서 사회성을 기르는 모습을 공개해 연일 화제가 됐습니다. 특히 낯선 사람과 낯선 공간을 어려워하는 ASD인 친구가 단계적으로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입을 모아 ‘감동이었다’고 말했습니다.

 

▲TV에 소개된 ‘달팽이 식당’은 ASD를 앓고 있어 반응 속도가 조금 느린 아들을 기다려 달라는 취지에서 정한 이름으로, 식당 철학과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출처: Pixabay)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족 중에 ASD를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앞에서 소개한 한 배우의 소신 있는 활동 덕분에 대중들은 ASD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됐습니다. 흔히 ‘자폐증’으로 알려진 이 질환은 어떤 질환일까요?

먼저 ASD는 일종의 ‘신경발달장애’로 아동의 초기 발달 단계에서 증상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생후 33개월이 지나도 말하기를 어려워하거나 또래와 놀이에 잘 어울리지 못하고, 눈을 잘 맞추지 못하는 등 발달상의 차이점이 발생하면 이 질환을 의심합니다. ASD는 ①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 ② 의사소통 장애, ③ 행동이나 관심이 한정적이고, 특정 행동을 비정상적으로 반복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ASD를 ‘스펙트럼 장애’로 분류하는 이유는 같은 ASD를 앓고 있는 아이라도, 각각의 문제 행동이 다 다르고 그 범위도 꽤 넓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SD가 발병하면 뇌 발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 사회성, 언어, 인지, 정서 조절, 감각 통합 등 종합적인 이상 증세를 보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아이 중 68명에 한 명꼴로 ASD가 발생하고 있지만, 밖으로 나타나는 증상과 중증도(severity)가 매우 다양해 조기 진단과 치료 반응 모니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만큼이나 ASD의 발생 원인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ASD는 지금까지 어떤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하는지, 학문적으로 발병 원인과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에 의해 신경해부학적 연구, 뇌 영상 연구, 생리학적 연구, 생화학 연구 등 다각도에서 원인을 분석했지만, 이는 불특정한 신경생물학적 원인에서 기인하는 뇌 발달상의 장애로 인하여 발생하는 질환으로만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 연구팀이 동물 실험으로 자폐 생쥐의 ‘사회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자폐 생쥐의 사회성과 인지능력이 관련된 뇌 신경세포의 기능이 약해지는 조건을 찾고, 이 부위에 빛 자극을 줘서 사회성의 일부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고 2021년 8월에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습니다.

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은 이번 연구에서는 시냅스 수준의 문제가 사회성과 인지능력이 낮아지는 것으로 이어지는 원리를 알아냈습니다. 기존 연구를 통해 시냅스의 생성과 발달,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Shank2 단백질★’이 결손될 때 시냅스 및 뉴런 작동에 중요한 ‘NMDA 수용체’의 기능이 약해져 자폐가 유발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입니다. 그 결과, 정상 쥐의 뉴런은 대상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반응했으나 자폐 생쥐는 접촉 대상을 구분하지 못하며 비슷한 신경 패턴을 보였습니다. 다시 말해 Shank2 단백질이 결손되면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자세한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Shank2 단백질★이란, 뉴런의 흥분성 시냅스 중에서 후시냅스에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을 말합니다.

 

(출처: IBS 제공)

연구진은 뇌 변화와 행동 및 인지기능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Shank2 단백질 결손 자폐 생쥐를 움직이는 물체, 다른 생쥐 등 다양한 대상들과 접촉하도록 하고, 내측 전전두엽을 관찰했습니다. 대뇌 전두엽의 안쪽 부분인 내측 전전두엽은 주로 인지, 판단, 감정, 사고 능력과 관련된 부위입니다.

Shank2 단백질이 결손된 생쥐의 뉴런에서는 ‘NMDA 수용체’의 기능이 약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억제성 뉴런 중 ‘Pv 뉴런’에서는 전달받은 흥분성 신호를 증폭하는 역할을 하는 전기적 시냅스가 과도하게 강화된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전기적 시냅스가 강화되도, 이미 약화된 NMDA 수용체의 기능을 대신하진 못해서, 뉴런 사이의 상호작용이 긴밀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다발성 발화가 감소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자폐 생쥐는 사회적 상호작용 대상과 물체를 잘 구별하지 못하게 돼 사회성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특정 Pv 뉴런을 레이저 빛으로 자극해 활성화 시키면, 다시 강화된 전기적 스냅스로 인해 주변 Pv 뉴런들까지 충분한 흥분성 자극이 전달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빛 자극으로 다발성 발화가 증가하면서 사회성의 일부가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자폐 생쥐 모델로 단백질 사이의 관계를 밝히며 자폐와 뇌 발달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을 밝혀낸 것입니다.

물론 ASD는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치료법은 다르지만,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적, 언어적 발달을 돕고, 부적응 행동(과잉 활동, 상동 행동, 자해 행동, 공격성 등)을 최소화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능한 초기에 발견해서 충분한 시간 동안 특수 교육, 언어 치료, 행동 치료 등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적응 행동은 증상에 따라 약물 치료가 병행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치료 기간이 꽤 길고 오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능지수의 변화나, 사용하는 언어의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 등으로 치료 효과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김은준 단장은 “자폐의 주요 증상인 사회성 저하의 구체적 메커니즘은 물론 사회성을 회복시키는 데까지 성공했다”며 “자폐를 한층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의 주장대로 앞으로 이 연구를 더욱 발전시킨다면, 앞으로 ‘ASD를 앓고 있는 사람이 사회성이 떨어지는 원인과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자폐 환자 치료법까지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IBS(기초과학연구원) NAVER 포스트 | 2022.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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