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교로 보는 한국인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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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비교로 보는 한국인의 행복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2.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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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앤포커스] ‘보건복지 ISSUE & FOCUS’ 제419호 (2022-4)

 

복지국가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민의 행복한 삶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경제성장 수준에 비해 국민들이 누리는 평균적인 행복 수준이 낮으며, 특히 행복의 불평등이 국민총행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담은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 제419호 ‘국제 비교로 보는 한국인의 행복’을 발간했다. 연구책임자는 복지국가연구단 김성아 부연구위원이다.

보고서는 국제 비교 관점에서 한국인의 행복에 주목하여 생애주기에 따라 중장년 및 노인의 취약성, 종사상 지위에 따라 자영업자의 취약성을 확인하였다. 또한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지 체계가 없는 사회적 고립은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서 새로운 사회적 위험의 등장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행복의 관점에서 취약한 계층을 발견하고 그들의 삶을 촘촘하게 지원함으로써 행복 불평등을 줄일 수 있도록 복지국가의 제도적 여건을 공고히 할 것을 제안했다.

 

【주요내용】

■ 들어가며

◆ [그림 1]에서는 현대 주요 선진국의 경제성장 수준과 행복1 수준을 비교하고 있음. 

회귀선을 기준으로 오른쪽 상단에 위치한 나라들은 전반적으로 높은 성장 수준과 높은 국민총행복 수준을 누리는 ‘고성장 고행복’ 집단임. 회귀선 위쪽에 있는 국가들은 성장 수준 대비 국민총행복 수준이 높은 ‘성장 대비 고행복’ 집단임.

회귀선 아래에 있는 국가들은 성장 수준에 비해 국민총행복 수준이 낮은 ‘성장 대비 저행복’ 집단임. 한국은 바로 이 ‘성장 대비 저행복’ 집단에 속함.

◆ [그림 2]에서는 주요 선진국 국민들의 평균적인 행복 수준인 국민총행복과 행복의 표준편차, 즉 행복 불평등 간 부적 관계를 보여 주고 있음.  

사회정책의 목적으로서 행복을 논할 때 직관적으로 바라는 지향은 숫자로 보거나 실제로 경험하는 행복 수준을 높이는 것인데, 이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행복 불평등임.

◆ 한국의 국내총생산은 세계 10위권 수준이며, 한국은 개발도상국이었지만 국제기구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세계 최초의 국가임. 하지만 [그림 1]에서 확인한 것과 같이,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누리는 삶의 행복 수준은 여전히 경제적 성취에 미치지 못함. 

국민이 행복한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하여 경제적 진보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행복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음. 이를 위해서는 전통적인 취약계층 외에 행복의 관점에서 취약한 행복 취약계층을 발견하고 누구나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 방안과 근거를 마련해야 함.

 

■ 생애주기와 행복

◆ 행복 연구에서 주요 선진국에서 행복은 연령에 따라 U자형을 보이는 이차함수로 알려져 있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실증 자료를 분석하면,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통제하여 추정한 행복의 기댓값이 연령에 따라 U자형을 보이는 것과 달리, 행복 수준의 실제 응답값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우하향 경향이 확인됨. 

◆ [그림 3]은 주요국 국민의 연령과 행복 간 관계를 도식화한 것임. 

기본 모형에서 보이는 행복의 실제 응답값은 연령에 따라 전반적으로 우하향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세히 보면 50대 후반 이후 삶에 대한 평가 수준이 다소 회복하다가 70대부터 다시 감소하는 S자형을 띰.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통제한 행복의 기댓값은 40대 후반에 최저점에 이르는 U자형과 함께 70대 이후에 다소 정체하는 경향을 나타내, 생애주기에 따라 중년의 위기, 그리고 후기노인의 2차 위기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과 실제값과 기댓값의 차이가 선진국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줌.

◆ 한국인의 연령에 따른 삶의 평가 수준 변화는 [그림 4]에서 제시하고 있음.

[그림 3]에서 확인한 주요국 국민의 연령별 행복 수준의 변화와 비교하면, 한국인의 1세별 행복의 등락이 다소 크게 나타남. 기본 모형의 삶의 평가 응답값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우하향 경향을 보이지만,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통제한 기댓값은 50대 후반까지 감소했다가 이후 증가하는 완만한 U자형을 보임.

◆ 연령에 따른 행복의 기댓값이 40대 후반에 최저점을 보이는 U자형 추세는 가족 부양, 경제적 성취와 같은 연령에 따른 생애과업의 부담을 방증하는 것임. 더욱이 한국인의 실제 행복의 응답값이 중년기 이후에도 일관되게 낮아지는 것은 생애과업 외에도 은퇴를 앞두고 행복한 노년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한국인 특유의 생애 부담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음. 그렇다면, 실제 삶의 평가 응답값의 감소 추세가 기댓값의 증가 추세에 미치지 못하는 중년층과 노년층이 행복의 관점에서 확인되는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음.

■ 종사상 지위와 행복

◆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5.9%로 만 15세 이상 인구 3명 중 2명 정도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66.3%에 비해 0.4%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임.

반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7%로 같은 시기 OECD 평균인 5.3%를 밑도는 수준임. OECD 회원국 중 자영업자 비율6)이 가장 높은 국가는 콜롬비아임(51.3%).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4.6%로 멕시코, 그리스, 터키, 코스타리카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은 수준임. 

◆ [그림 5]는 종사상 지위가 주요국 국민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도식화한 것임. 

풀타임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자발적 파트타임 근로자의 행복 수준이 유의하게 높은 양적 영향과 비자발적 파트타임 근로자의 행복 수준이 낮은 부적 영향을 확인할 수 있음. 하지만 영향력의 크기가 전체 비교 대상 국가의 평균적인 영향력 크기에 비해 크지 않음.

한국인의 행복과 관련해 특히 주목할 것은 자영업자에게서 나타나는 부적 영향인데,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영업자의 행복 수준이 풀타임 근로자에 비해 높은 경향과 대조됨.

실업자의 부적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고 다른 국가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비경제활동인구의 양적 영향은 전체 평균적인 영향력에 비해 크게 나타남.

◆ 국제 비교 관점에서 볼 때, 한국에서 종사상 지위에 따라 행복에 특히 취약한 집단은 자영업자라고 할 수 있음.

한국에서는 실업률이 높아지면 임금근로 기회가 적어지고 자영업을 비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밀어내기 가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논의가 있음. 또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노동 및 소득 수준 등 자영업자 내 집단 간 삶의 질 수준 격차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

■ 사회적 고립과 행복

◆ 사람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임. 허츠는 현대를 ‘고립의 시대’라고 부르며 사람들이 절감하는 외로움에 주목하면서 전 세계에서 1인 가구가 늘고 외로운 개인들의 ‘혼밥’(‘혼자 밥을 먹는 행위’의 줄임말)이 만연해지고 있다고 보았음.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은 누군가가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는 인터넷 방송 영상으로 혼밥 하는 외로운 개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누군가와 함께 먹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줌. [그림 6]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먹방은 2013년 즈음 우리나라에 등장한 이후 온라인을 통해 세계적으로 확대되었음.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고 주요 국가에서 도시 봉쇄가 이루어진 시점에 구글에서 ‘mukbang’ 검색어량은 최고점을 찍었음. 이런 맥락에서 2021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한국어 발음대로 표기한 ‘mukbang’이 추가된 것은 한국의 먹방이 한 문화권에서 나타난 단순한 사건과 유행을 넘어선 세계적인 현상으로서 만연한 사회적 고립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것임.

◆ [그림 7]은 주요국 국민의 행복과 사회적 고립의 부적 관계를 도식화한 것임. 여기에서 사회적 고립은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지지 체계가 없는 경우임.

주요 선진국에 비해 국민의 평균적인 행복 수준이 낮은 편인 한국은 사회적 지지 체계가 부족하여 고립된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이기도 함. 타인과 맺는 사회적 관계는 사적인 영역으로 정책을 통해 직접 개입할 만한 삶의 영역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음. 하지만 아파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정서적인 외로움 같은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면 최소한 공적 지지 체계가 작동할 수 있어야 함.

◆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적 지지 체계가 부족한 고립된 인구는 행복의 관점에서 확인되는 취약계층이라고 할 수 있음. 특히 2020년 기준 1인 가구가 10가구 중 3가구 수준으로 늘었고7) 노인이나 중장년뿐 아니라 청년 세대에서도 고독사가 늘어나는 등 사회적 고립이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등장하고 있음.

■ 나가며

◆ 사회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한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국가 정책의 지향과 목표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음.

이탈리아에서는 2016년 예산법을 개정하여 정부 예산 계획 수립 시 정책 효과성을 평가하는 성과지표로 삶의 질 지표를 공식적으로 활용하고 있음.

2019년부터 뉴질랜드에서도 웰빙예산(well-being budget)을 발표하여, 정부 예산 결정 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함께 사회·경제·환경·문화적 측면의 중장기적 웰빙 지표를 고려하고 있음.

◆ 행복의 불균등한 분배가 한국인의 행복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는 행복의 관점에서 취약한 계층을 발굴하고 삶의 면면을 촘촘하게 지원하여 행복 불평등을 줄일 수 있도록 복지국가의 제도적 여건을 공고히 하는 것임.

이 글에서는 국제 비교 관점에서 한국인의 행복에 주목하여 생애주기에 따라서는 중장년 및 노인의 취약성, 종사상 지위에 따라서는 자영업자의 취약성을 확인하였음. 그리고 행복 수준이 낮은 취약계층으로서 곤란한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지 체계 없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인구의 존재를 확인하였음.

우리 국민의 행복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향후 하위 인구집단의 행복과 삶의 질에 대한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종합적인 사회정책 설계와 집행, 평가와 개선의 정책 프로세스에서 삶의 다차원성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공식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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