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외길, 중국 역사쇄문류 작품 28종 출간한 연세대 김장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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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외길, 중국 역사쇄문류 작품 28종 출간한 연세대 김장환 교수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2.20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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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화제]

 

10년 넘게 국내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중국 고전을 꾸준히 번역해 소개하는 이가 있다.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김장환 교수다. 2008년 6월 ≪소림≫과 ≪어림≫의 출간을 시작으로 이번에 출간된 ≪개원천보유사≫까지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총 28작품 33권을 출간했다. 

그의 번역은 남다른 데가 있다. 번역하는 대상은 주로 역사쇄문류 필기 문헌과 지인지괴류 소설이다. 그중에는 ≪조야첨재≫, ≪개원천보유사≫처럼 중국 본토에서조차 현대어로 번역되지 않은 세계 초역 작품 7종이 있고, ≪위진세어≫처럼 일문(逸文, 원서가 망실되어 다른 전적에 흩어져 있는 문장)을 수합 교감해 최초로 정본을 확립한 작품도 있다. 대중적인 인기보다는 학문적인 중요성을 중시한 결과다. 그가 번역한 33권 중 총 21권이 국내 처음 번역되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연구의 근본이 되는 원전으로서 문학적, 역사적으로 의미 있을 뿐 아니라 어학적, 민속학적으로도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후학들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선행 번역이 없고 연구 자료가 드물어 일문을 찾아 수많은 자료들을 비교하고 교감을 거듭하는 지난한 작업이지만, 김 교수는 한 글자도 허투루 넘기는 일 없이 꼼꼼하고 정확하게 번역하고 교감주와 수백 개에 달하는 주석들을 달았으며 관련 자료들을 부록으로 함께 수록해 작품의 학술적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들이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해서 난해하고 딱딱하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김장환 교수가 소개한 작품들은 역사와 민담의 중간적인 위치에 있다. 그 내용이 여러 사서에 채택되는가 하면, 소설과 희곡 등 후대 문학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과 사건이 입체적이고 흥미롭게 펼쳐진다. 상세하고 친절한 주석, 해설과 함께 읽다 보면 재미 가운데 다채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번에 번역 출간하는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왕인유 저, 김장환 역, 지식을만드는지식, 2022년 02월 28일)는 당나라 현종(玄宗)의 치세 기간인 개원·천보 연간의 유문(遺聞 : 전해진 소문)과 일사(逸事: 숨겨진 일)라는 뜻으로, 오대(五代)의 문인 왕인유(王仁裕)가 찬한 역사 쇄문류(歷史瑣聞類) 필기 문헌이다. 오늘날 전해지는 판본에는 현종의 치세 기간 전반에 대한 다양한 고사 145조가 수록되어 있는데, 개원 연간 초기에 정사에 전념하고 간언을 채납하며 현신을 등용하는 현종의 성군으로서의 면모를 칭송하는 고사, 요숭·송경·장구령과 같은 현상(賢相)을 칭송하는 고사, 이임보·양국충과 같은 총신(寵臣)을 비판하는 고사, 양귀비의 총애와 그녀의 병증에 관련한 고사, 현종의 형제인 오왕(五王)과 양국충의 사치와 향락 행태에 대한 고사, 장안의 명기(名妓)와 부호에 관한 고사, 명사의 고상한 풍류에 관한 고사, 길조와 흉조에 관한 고사, 신비한 기물과 기이한 동식물에 대한 고사, 궁중과 민간의 상춘(賞春) 풍습과 절기에 따른 세시 풍습에 관한 고사,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측정하는 기구에 관한 고사, 괴이한 일을 기록한 고사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개원천보유사≫의 내용은 전해진 소문과 숨겨진 일이라는 뜻의 “유사”를 표방했지만, 일부 고사는 사실에 근거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당시 궁중과 민간의 다양한 사회생활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당나라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필기 문헌이라고 하겠다.

≪개원천보유사≫의 문헌적 가치는 첫째, ≪개원천보유사≫에는 후대 사서(史書) 편찬에 사료를 제공하거나 정사에 기술되어 있지 않은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자료들이 들어 있으므로, “보사지궐(補史之闕)”이라는 사료 필기의 가장 큰 특징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자료 취사 선택에 엄격했던 ≪자치통감≫에도 ≪개원천보유사≫의 여러 이야기가 채록된 사실은 ≪개원천보유사≫의 사료적 가치를 입증해 준다.

둘째, ≪개원천보유사≫는 그 자체로 당나라 역사 쇄문류 필기 문헌의 대표작으로서 후대 소설과 희곡 창작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현종과 양귀비 관련 고사는 이후 ≪양태진외전≫·<오동우>·<장생전>의 창작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중국 문학사상 현종과 양귀비 애정 고사의 계승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그 외에도 풍몽룡(馮夢龍)의 화본 소설(話本小說) ≪성세항언(醒世恒言)≫, 청나라 무명씨의 전기 <문서대(文犀帶)> 등의 창작의 바탕이 되었다.

셋째, ≪개원천보유사≫에는 후대에 성어로 정착된 고사가 다수 실려 있으며, 당나라 때 새롭게 등장한 어휘 자료가 많이 들어 있어서, 중고 시기 한어(漢語)를 연구하는 데 참고 가치가 높다. 말등자를 끊고 말채찍을 붙든다는 뜻으로 선정을 베푼 관리의 이임을 백성이 애석해함을 말하는 절등유편(截鐙留鞭), 쉽게 무너질 권력에 의지한다는 뜻의 의빙산(依冰山), 한 이불 속의 남녀, 즉 부부를 뜻하는 피저원앙(被底鴛鴦) 등은 모두 ≪개원천보유사≫에서 비롯한 성어들이다. 또한 붉은 실로 묶는다는 뜻으로 결혼을 달리 이르는 말인 계홍사(繫紅絲), 앵무새의 별칭인 녹의사자(綠衣使者), 그네 타기의 별칭인 반선희(半仙戲), 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뜻으로 미인을 비유하는 해어화(解語花) 등은 모두 ≪개원천보유사≫에서 새롭게 등장한 어휘들이다. 이러한 성어와 어휘는 이후 문인들의 전고 활용과 수사 기교를 풍부하게 해 주었다. 

넷째, ≪개원천보유사≫에는 궁중과 민간의 세시 풍속에 관한 자료가 풍부히 들어 있어서 당나라의 생활 풍습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당시 장안 도성의 화려한 상춘(賞春) 풍습, 정월대보름의 벼슬길 점치기, 한식날의 그네 타기, 단옷날에 찹쌀로 만든 분단(紛團)과 각서(角黍) 먹기, 칠석날에 견우성·직녀성에 제사 지내고 바느질 솜씨 빌기, 추석날에 달구경하기 등 주요 절기마다 궁중과 민간에서 행하던 세시 풍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다섯째, ≪개원천보유사≫는 일찍이 13세기 이전인 고려 시대 때 한국에 전래되어 한국 한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예로 고려 시대의 대문호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권4에 연작시 <개원천보영사시(開元天寶詠史詩)> 43수가 실려 있는데, 개원·천보 연간의 고사를 기록한 여러 전적을 인용하고 그 내용을 각각 칠언 절구(七言絶句) 1수씩으로 묘사했다. 그 밖에 고려 시대와 조선시대의 문집에서도 ≪개원천보유사≫의 고사를 전고로 활용한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명대(明代) 건업(建業) 장씨(張氏) 동활자본(銅活字本) ≪개원천보유사≫를 저본으로 하고 일본 각본과 ≪고씨문방소설(顧氏文房小說)≫본·≪역대소사(歷代小史)≫본·≪사고전서(四庫全書)≫본·≪설부(說郛)≫본 ≪개원천보유사≫를 가지고 교감했으며, 베이징 중화서국(中華書局) 점교본(點校本)(2006)을 참고했다. 아울러 교감이 필요한 원문에 한해 해당 부분에 교감문을 붙였다. 또한 일본 각본에 수록된 왕인유의 자서(自序)를 보충해 실었고, <부록>에는 <왕인유전(王仁裕傳)>, <황비열(黃丕烈) 발문(跋文)>, <역대(歷代) 저록(著錄)>을 첨부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개원천보유사≫에 대한 번역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초역이자 완역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3,000여 종의 고전 완역본이 총서로 모아진다면 우리나라 학계에서 대단한 의미를 갖게 되리라 여겨진다”는 기대로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 번역에 동참한 김 교수는 본인이 말했던 대로 우리나라 학계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장환 교수가 출간한 책】

▪ ≪곽자(郭子)≫(곽징지 지음, 2008, 160쪽, 국내 초역) 
동진(東晉) 말에 지어진 지인류(志人類) 필기 문헌이다. ≪어림≫과 마찬가지로 위진(魏晉) 시대 명사들의 청담(淸談)의 산물로, 주로 문인 명사들의 언어 응대·일화·인물 품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당시 사회의 여러 측면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 ≪속설(俗說)≫(심약 지음, 2008, 128쪽, 국내 초역) 
당(唐)대 이후 망실되어 유문(遺文)으로 전하던 ≪속설(俗說)≫을 다시 하나로 묶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개한다. 동진(東晉)과 유송(劉宋) 시대 상류층 문인 명사들의 언행과 일화를 기록한 것으로, 당시 유행하던 청담(淸談)과 인물 품평의 풍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 ≪세설신어보(世說新語補)≫(왕세정 지음, 전 4권, 2010, 각 권 500쪽 내외, 세계 초역) 
인물의 독특한 언행과 일화를 수록한 일종의 인물 고사집으로, 한대에서 원대까지 1500년간 실존했던 700여 명의 인물 정보와 역사 지식을 수록했다. 인간 생활의 전반적인 면모를 담은 방대한 내용으로 중국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귀중한 작품이다. 

▪ ≪신선전(神仙傳) 천줄읽기≫(갈홍 지음, 2010, 248쪽, 50% 발췌) 
신선의 행적과 장생불사를 다룬 신선 설화집이자 신선 전기집이다. 도교의 주요 경전으로 중국의 철학, 문학, 민간신앙, 자연과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존하는 10권에서 신선 고사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고 문학성이 비교적 뛰어난 46편을 선별했다. 

▪ ≪옥호빙(玉壺氷)≫(도목 지음, 2010, 146쪽, 국내 초역) 
한나라부터 명나라 초까지의 여러 전적 중에서 속진에 물들지 않은 고상한 운치를 지녔다고 여겨지는 문장이나 고사를 선별해 총 72조의 짤막한 문장들로 엮은 중국 고전 필기집이다. 은사(隱士)를 지향하던 명나라 말, 당시 문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 ≪세설신어보(世說新語補) 천줄읽기≫(왕세정 지음, 2010, 246쪽, 20% 발췌) 
≪세설신어≫와 ≪하씨어림≫의 일부분을 삭제해 합쳐 놓은 형태로 산정한, 중국 한대에서 원대까지 실존했던 문인이나 관료 등 인물의 언행과 일화를 담은 고사집이다. 짧은 편폭 안에서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중국의 문화와 인간 생활의 전반적인 면모를 담았다. 

▪ ≪열이전(列異傳)≫(조비 지음, 2011, 120쪽, 국내 초역) 
위진 남북조 최초의 지괴 소설이다. 귀신, 요괴, 신선, 도술, 저승, 유혼, 기이한 물건, 재생, 변신, 민간 전설 등은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위진 남북조 지괴 소설의 전형적인 내용이 된다. 부록 ‘한빙 부부’와 ‘장숙고’ 고사까지 총 51조의 괴이한 고사들을 소개한다. 

▪ ≪열선전(列仙傳)≫(유향 지음, 2009/2011, 205쪽) 
현존하는 중국 최초의 신선 설화집이자 신선 전기집. 총 70명의 선인 전기가 실려 있으며, 각 전기마다 4언 8구로 된 ‘찬(贊)’이 붙어 있고 전편의 말미에는 ‘총찬(總讚)’이 있다. 도교의 주요 경전 가운데 하나로, 이로써 우리는 중국의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 ≪세설신어(世說新語) 천줄읽기≫(유의경 지음, 2012, 188쪽, 12% 발췌) 
‘제2의 백가쟁명 시대’였던 위진 남북조 시기 실존했던 다양한 인물들의 독특한 언행과 일화를 36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평가한 인간백과. 중국 중고시대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필독서. 우리나라에도 통일신라 때 전해져 널리 읽혔다. 

▪ ≪제해기/속제해기(齊諧記/續齊諧記)≫(동양무의/오균 지음, 2012, 166쪽, 국내 초역) 
‘제해기’는 위진 남북조 시대 동양무의가 찬한, 기괴한 일들을 적은 짧은 이야기인 지괴 소설집이다. 또 ‘속제해기’는 ‘제해기’의 속작으로, 남조 양나라의 오균이 찬한 지괴 소설집이다. 이 두 작품은 이후 각종 전고의 바탕이 되는 등, 후대에 미친 영향이 자못 크다. 

▪ ≪고사전(高士傳) 천줄읽기≫(황보밀 지음, 2012, 172쪽, 47% 발췌) 
‘고사(高士)’는 ‘품행이 고상한 선비’ 또는 ‘재야의 은군자’를 뜻하는 말이다. 이 책은 중국 고대 필기류 인물 전기집 가운데 하나로 총 91조의 짤막한 고사로 이루어져 있다. 현존하는 최초의 ‘은일 전집’으로 후대 중국의 은일문학(隱逸文學)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 ≪담수(談藪)≫(양개송 지음, 2012, 231쪽, 국내 초역) 
북조를 포함한 8대 문사들의 언행을 기록한 지인 소설이다. 북조의 인물들에 관한 고사가 대량으로 실려 있어 남조 인물에 편중되어 있던 위진남북조 지인 소설의 영역을 확대했다. 실제 문인 명사들의 일화를 중점적으로 수록하고 있으며, 다양한 묘사 수법을 구사한다. 

▪ ≪서경잡기(西京雜記) 천줄읽기≫(유흠 지음, 2012, 214쪽, 76% 발췌) 
한(漢)나라 유흠(劉歆)이 짓고 진(晉)나라 갈홍(葛洪)이 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전형적인 잡록식의 필기 저작이다. 총 6권 132조의 고사 중 각 권의 주요 고사를 중심으로 100조를 뽑아 전체 내용을 균형 있게 소개했다. 

▪ ≪선험기(宣驗記)≫(유의경 지음, 2013, 122쪽, 국내 초역) 
‘선험기’는 ‘불교의 영험함을 선양하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위진 남북조에서 최초로 전문적으로 불교를 선양하기 위해 지은 불교류지괴소설집(佛敎類志怪小說集)이다. 원서는 13권이었으나 중간에 망실됐고 일문 형태로 전해진 37조를 모두 옮겨 소개한다. 

▪ ≪봉신연의(封神演義) 천줄읽기≫(허중림 지음, 2013, 191쪽, 7% 발췌) 
중국 고전 소설의 신마 소설(神魔小說)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히는 장편 소설. 우리나라에도 일찍이 전래되어 여러 판본이 유행했다. 모두 100회에 달하는 분량인데 이 책에선 문학 예술성이 잘 드러나 있다고 여겨지는 일곱 회목을 실었다. 

▪ ≪술이기(述異記)≫(조충지 지음, 2014, 194쪽, 국내 초역) 
위진 남북조 남제 때의 대표적인 지괴 소설이다. 귀신·요괴·이물·몽환·요징(謠徵)·점복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통적인 귀괴류 지괴 소설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원전은 망실되었으나 전해지는 일문 95조를 모두 옮겼다. 

▪ ≪어림(語林)≫(배계 지음, 2008/2016, 270쪽, 국내 초역) 
‘이야기의 숲’이라는 뜻으로, 한위에서 동진 시대의 여러 계층 인물들의 인품과 재능을 그들의 언어응대를 통해 묘사하고 품평한 책이다. 당시 유행한 청담 기풍이 잘 반영되어 있으며 언어 묘사가 정채롭다. 또한 광범위한 주제를 통해 당시 사회상도 살펴볼 수 있다. 

▪ ≪소림/투기(笑林/妬記)≫(한단순/우통지 지음, 2008/2016, 126쪽, 국내 초역) 
<소림>은 중국 최초의 지인 소설집이자 소화 전집으로, 루쉰은 이 글을 “후대 해학문의 시조”라 평했다. 한편 부녀자들의 투기 사례 일곱 가지를 엮은 <투기>는 축첩 제도가 인정되던 당시 부인들의 사랑 다툼이 어땠는지 실감나는 묘사로 소개한다. 

▪ ≪고금주(古今注)≫(최표 지음, 2017, 468쪽, 국내 초역) 
위진 남북조 시대의 백과사전. 말 그대로 고금의 온갖 문물에 대해 고증하고 해석한 고거 변증류(考據辨證類) 필기 문헌이다. 우리나라 고대 가요인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도 있어 국문학적으로도 중요한 자료다. 

▪ ≪원혼지(寃魂志)≫(안지추 지음, 2018, 288쪽, 국내 초역) 
남북조 시대의 필기 소설집으로, 위진 남북조 불교류(佛敎類) 지괴 소설(志怪小說)의 대표 작품 가운데 하나다.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의 다양한 복수 이야기로, 누구라도 남의 원한을 사면 반드시 그 값을 치른다는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중화고금주(中華古今注)≫(마호 지음, 2018, 476쪽, 세계 초역) 
중국 고대 백과사전인 ≪고금주≫의 증보 확장판이다. 당나라 때까지의 다양한 명물과 제도를 보다 더 구체적이고 폭넓게 다루었다. 특히 당나라 때의 기물과 복식, 머리 모양, 장식에 대한 설명을 대폭 증보했고, 옛 전적을 이용해 근거를 밝혀 신빙성을 강화했다. 

▪ ≪원서발췌 태평광기(太平廣記)≫(이방 지음, 2012/2019, 200쪽, 0.3% 발췌) 
‘세상의 모든 것을 비춰 보이는 이야기 거울’이라는 부제가 말해 주는 것처럼 사람의 주변에 있는 것, 상상력이 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루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책. 전체 6965편의 이야기 중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20편의 작품을 골라 소개한다. 

▪ ≪이원(異苑)≫(유경숙 지음, 2019, 702쪽, 세계 초역) 
‘기이한 이야기 동산’이라는 뜻으로, 위진 남북조 시대의 대표적인 지괴 소설집이다. 후대의 지괴 소설에 큰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백과사전류 문헌이나 역사 사적에도 널리 인용되었다. 세계 최초로 총 10권 383조의 이야기를 모두 옮기고 교감했다. 

▪ ≪원화기(原化記)≫(황보씨 지음, 2019, 320쪽, 세계 초역) 
위진 남북조 시대의 지괴 소설과 당나라 때 유행한 전기 소설을 함께 엮은 문언 소설집이다. “원화(原化)”란 세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괴이한 변화 현상에 근거해 그 근원을 탐구하고 나아가 그 변화의 규율을 파악해 낸다는 뜻이다. 신비롭고도 놀라운 여러 이야기를 통해 변화의 이치를 생각하게 한다. 원전은 망실되었으나 김장환 교수가 일문을 모으고 교감해 세계 최초로 정본을 확립했다. 

▪ ≪위진세어(魏晉世語)≫(곽반 지음, 2020, 374쪽, 세계 초역) 
위나라와 진나라의 유명한 역사 인물에 대한 소문을 기록한 책이다. ≪삼국지≫와 ≪진서(晉書)≫의 바탕이 되었으며, ≪세설신어≫를 비롯한 수많은 소설과 희곡의 모티프가 된, 역사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중요한 작품이다. 원본이 망실되어 그간 연구가 부족했으나 김장환 교수가 각 문헌의 일문을 집일, 교감해 세계 최초로 정본을 확립했다. 

▪ ≪조야첨재(朝野僉載)≫(장작 지음, 전 2권, 2020, 각 권 500쪽 내외, 세계 초역) 
당나라의 문인 장작(張鷟)이 지은 역사쇄문류 필기문헌이다. ‘조야에서 보고 들은 것을 모두 기록했다’는 서명처럼 수나라 말부터 당나라 현종 개원 연간 초기까지, 조정과 재야의 고사를 두루 수록했다. 총 6권 371조를 모두 옮겼다. 

▪ ≪계안록(啓顔錄)≫(후백 지음, 2009/2021, 300쪽, 국내 초역) 
≪소림(笑林)≫을 직접적으로 계승한 소화서(笑話書)다. 온갖 종류의 고사를 간결한 문장 형식과 소박한 언어로 묘사해 현실 사회의 각종 모순을 신랄하게 풍자함으로써,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깊은 생각에 젖게 한다. 

▪ ≪소설(小說)≫(은운 지음, 2009/2021, 332쪽, 국내 초역) 
≪세설신어≫의 뒤를 이어 나온 지인류 필기 문헌이다. 지인 고사는 물론이고 민간 전설과 지괴 고사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료적 가치도 높을뿐더러 문학 작품으로서 읽는 재미도 주는 책이다. 

▪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왕인유 지음, 2022, 258쪽, 세계 초역) 
 ‘당나라 현종 개원 · 천보 연간의 전해진 이야기’라는 뜻의 역사 쇄문류(歷史瑣聞類) 필기 문헌이다. 수많은 문학에 자취를 남긴 현종과 양귀비 고사를 중심으로 당 현종 치세의 궁중과 민간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다양한 이야기 146조를 수록했다. 


김장환(金長煥) 교수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지인소설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 미국 하버드 대학교 옌칭 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2004∼2005), 같은 대학교 페어뱅크 센터(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객원교수(2011∼2012)를 지냈다. 전공 분야는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이다. 그동안 쓴 책으로 ≪중국 문학의 흐름≫, ≪중국 문학의 향기≫, ≪중국 문학의 향연≫, ≪중국 문언 단편 소설선≫, ≪유의경(劉義慶)과 세설신어(世說新語)≫, ≪위진세어 집석 연구(魏晉世語輯釋硏究)≫, ≪동아시아 이야기 보고의 탄생−태평광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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