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R&D 연구 인력, 출신학교·학점·어학점수 모두 업무성과와 관련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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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R&D 연구 인력, 출신학교·학점·어학점수 모두 업무성과와 관련성 낮아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2.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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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특집]

 

대기업 R&D 연구 인력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입사자의 출신학교와 어학성적이 업무성과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자의 학점 역시 2년 차 이후에는 업무성과와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여주지 않았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학벌·스펙과 기업 내 성과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2차례 심포지엄(2/15, 2/22)을 기획한 가운데 1차 심포지엄(2/15)의 결과 이처럼 ‘출신학교,’ ‘학점,’ ‘영어점수’는 기업의 성과와 관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직무중심의 채용이 확산되면서 학벌·스펙의 영향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국내 기업들은 채용에 있어서 아직도 학벌과 스펙을 중요한 평가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학벌‧스펙이 지원자의 역량, 즉 일 잘하는 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오래된 믿음 때문이다. 

(재)교육의봄은 이러한 통념을 객관적이고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22년 2월 15일(화)과 22일(화), 두 차례에 걸쳐 기업 재직자의 학벌·스펙과 입사 후 업무성과의 관계를 밝히는 심포지엄을 교육의봄 세미나실에서 개최한다.

지난 15일 열린 제1차 심포지엄의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반가운 박사(한국직업능력연구원)는 고(高)역량자보다 고(高)학력자를 선호하는 한국 노동시장의 왜곡된 현실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두 번째 발표자이자 이날의 메인 발표자로 반준석(LG 마그나 인사팀) 책임연구원이‘ R&D 연구 인력 800명을 대상으로 학벌·스펙과 재직 중 업무성과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학벌·스펙과 업무성과의 관련성을 객관적이고 실증적으로 조사한 국내 최초의 시도이다. 

이번 연구에서 반준석 연구원은 2005년 제조업 A 기업에 연구개발 분야로 입사한 정규직 792명을 대상으로 5년간(2006년~2010년)의 업무성과를 분석했고, 이를 입사 당시의 학벌·스펙과 비교했다. 경력직은 제외하고, R&D 직무 신입사원만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 결과, 출신학교, 학점, 영어성적이 입사 후 업무성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연구 결과1 : R&D 연구 인력 800명의 출신학교를 3개 군으로 나누어, 입사 후 5년간의 성과와 비교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음. 

출신학교와 업무성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반준석 책임 연구원은 수능 배치표를 기준으로 3개 학교군으로 나누어 분류했다. 

이미지 출처: 교육의봄, 학벌·스펙과 업무성과 관계 연구 결과 발표 심포지엄 1차 자료집, 29

1, 2, 3군에 속해 있는 직원들의 성과를 총 5년간 살펴보았지만, 집단 간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입사 후 1년부터 4년까지는, 학교 1군에 속해 있는 재직자들의 성과가 미미하게 2군, 3군보다 높게 나왔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5년째에는 오히려 2군(3.81), 3군(3.81)의 성과는 동일했고, 모두 1군(3.81)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 연구 결과2 : 학점은 입사 후 첫해에만 업무성과와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을 뿐, 나머지 4년간은 업무성과와 관련이 없었음. 

대학 학점과 업무성과의 관련성 확인을 위해서 재직자의 학점 수준을 3개 군으로 나누었다. 

이미지 출처: 교육의봄, 학벌·스펙과 업무성과 관계 연구 결과 발표 심포지엄 1차 자료집, 29

위의 3개 군의 5년간의 업무성과를 분석한 결과, 입사 후 1년(2006년도)의 결과에서만 학점 1군이 학점 2군과 학점 3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성과를 보였다. 나머지 4년 동안(2007~2010년)에는 학점 군 간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구글(google)이 재직자들을 자체 조사했을 때와 비슷한 결과여서 주목할만하다. 구글의 최고인적자원책임자였던 라즐로 복(Laszolo Bock)은 2015년 한 컨퍼런스에서 대학 성적은 약 2년 정도의 성과 예측력을 보였으나, 2년이 지나면 성과와 관련이 없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준석(LG 마그나 인사팀) 책임연구원

❏ 연구 결과3 : 어학(TOEIC) 점수는 재직자의 업무성과와 관련이 없었음.
 
반준석 연구원은 TOEIC 점수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수준별 3개 군으로 나누어 5년간 업무성과를 분석했으나, 둘 간에 유의미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교육의봄, 학벌·스펙과 업무성과 관계 연구 결과 발표 심포지엄 1차 자료집, 29

❏ 반준석의 연구는 ‘학벌·스펙이 높으면 업무성과가 높을 것’이라는 통념을 깸으로써 역량 중심 채용을 앞당기고, ‘좋은 대학 입학 = 좋은 기업 입사’라는 공식을 무너뜨려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역량교육을 정착하는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음. 

출신학교, 학점, 어학 점수가 업무성과와 관련이 없다는 반준석 연구원의 결과는 기업이 학벌·스펙 중심 채용에서 과감히 벗어나 직무역량 중심 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채용시장에 보내주는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최근 많은 기업이 채용에서 직무역량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전통적으로 강조되어왔던 학벌·스펙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학벌과 여러 스펙이 높은 사람이 실제 일을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믿음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실증적인 데이터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이 연구는 또한 교육계에도 학교 간판을 따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한국처럼 입시경쟁이 치열하고 사교육이 과열된 국가는 매우 드물다. 이는 ‘좋은 대학 입학 = 좋은 기업 입사’라는 공식이 학부모, 학생들의 머리에 자리를 잡고 쉽게 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신학교가 기업의 채용에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화되고 확산된다면, 오랜 병목현상처럼 꽉 막혀 있던 입시경쟁, 사교육 등의 고질적 교육 문제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출신학교와 기업 성과가 관련 없다는 반준석의 연구는 학벌 중심 채용에 균열을 일으켜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역량 중심 교육이 자리 잡기 위한 중요한 기초 자료로서 그 활용 가치가 크다 할 것이다.

 

❏ 1차 심포지엄의 연구는 R&D 연구원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2차 심포지엄의 발표는 다양한 업종을 포함한 11개 기업의 2,416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표할 예정. 

이 연구는 한 기업(제조업)의 R&D 연구원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일반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업종에 따라서 학벌·스펙과 업무성과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확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점은 오는 22일(화) 열리는 2차 심포지엄에서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AI 채용 솔루션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마이다스 아이티가 회원사 11개 기업의 2,416명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벌·스펙과 업무성과의 관련성에 대하여 발표할 예정이다. IT 기업, 제조업, 도/소매업, 엔지니어링,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번 2차 심포지엄은 학벌·스펙과 업무성과와의 관계에 대한 진실을 더욱 객관적이고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차 심포지엄에는 이현주 마이다스아이티 역량검사 기회‧개발 총괄이 발제자로 참여하여 ‘학벌‧스펙과 실제성과와의 상관관계 연구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정토론자로는 ▲박지성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류지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특임교수), ▲이진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HRD학과 교수), ▲윤지희 (교육의봄 공동대표)가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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