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국형 오픈액세스 정책 및 지식공유 플랫폼 모델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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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국형 오픈액세스 정책 및 지식공유 플랫폼 모델의 모색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2.0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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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보고서]

■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연구총서_ 〈인문학과 지식공유: 시민 참여 모델의 개발〉

 

지식기반경제 및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의 부상 이후, 지식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단기적인 이윤창출에 기여하지 않는 인문(사회)학 분야의 기초학문들이 점점 더 소외되고 있다.

게다가 소수의 상용 DB업체들이 학술지식의 유통과정을 독과점하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에 지식에 대한 접근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장 내 독과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학술논문 가격의 결정권자의 위치를 점한 상용 DB업체들은 학술논문 구독 비용을 일방적으로 인상함으로써 대학들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아울러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연구자와 시민들이 분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과 학계에서는 공공성과는 무관한 ‘업적 쌓기용’ 지식이 다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지식으로는 시민들의 앎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시민들의 필요에 부응하는 공공적 지식의 생산과 공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자와 시민의 연결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식공유와 시민참여는 이제 인문학의 존립과 재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조건이다. 이에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독과점적 지식유통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와 오픈액세스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인문학과 지식공유의 근원적 관계를 검토하고, 또한 지식 커먼즈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ㆍ정책적 방안을 모색한 연구보고서 <인문학과 지식공유: 시민 참여 모델의 개발>(연구책임자: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을 지난 1월 7일 발간했다. 

이 보고서를 통해 연구진은 한국적 상황에 걸맞은 오픈액세스 정책 및 지식공유 플랫폼의 예시와 그 구축ㆍ관리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연구진은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 어떠한 플랫폼이 가능하며, 그러한 플랫폼의 구축과 관리를 위해서는 어떠한 지원과 민ㆍ관 협력이 필요한지를 제시한다. 결론으로 연구진은 국가적인 오픈액세스 선언, 디지털집현전 사업 그리고 블록체인ㆍNFT 기술 등의 출현 등 학술생산의 사회적ㆍ기술적 환경이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학문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식 생산의 조건과 유통에 대한 정책 연구는 지속적으로 계속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구 요약】

▶ 제1세부과제에서는 인문학적 지식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지식공유의 필요성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한다. 지식공유 플랫폼의 구축을 위해서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인식 변화와 결정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시민사회의 인식변화를 인문학의 의미와 가치의 새로운 존재 방식,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지식공유의 필요성, 인문학적 지식의 공동생산과 지식공유의 관계, 다성적 이야기로서의 인문학적 지식과 그 지식을 활성화하는 데 있어 시민과 인문학자 간 공동작업의 가능성 등의 맥락에서 논의한다.

시민이 참여하는 인문학 지식 공유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 공유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저 이러한 플랫폼이 있다고 시민이 인문지식의 공동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동생산에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인 디지털 인문학 문해력이 증진되지 않는다면 시민이 인문지식 공동생산의 주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주체됨은 공동생산의 토대가 되는 논문이 자유롭게 사용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용이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학술지식 공유 문화가 먼저 형성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지식을 소유할 수 있고 판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받아들이는 문화, 나아가 새로운 지식 생산에서 저자가 행한 기여를 지식 생산물에 대한 소유의 권리로 받아들이는 문화의 변혁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변혁 속에서 새로운 지식 공유 플랫폼을 지속적·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커먼즈와 국가의 협력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곧 (학술지식을 포함한) 지식의 인클로저를 통해, 사회적 협력으로 생산된 공통의 부, 커먼즈를 수탈하는 오늘날의 자본에 맞서 커먼즈를 우리 모두의 것으로 지키면서 시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지식공유 문화를 만들어가는 실천일 것이다.

▶ 제2세부과제에서는 학술 지식 오픈액세스라는 학계의 현안을 중심으로 지식공유 플랫폼의 조건을 검토한다. 오픈액세스 전환은 학술 지식에 대한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현재 오픈액세스 전환에 정부 및 공공기관의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 학계의 현실을 감안한 한국형 오픈액세스 모델의 개발 및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공공기관 오픈액세스 플랫폼의 발전과 유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 학회는 현실적으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RISS, 한국연구재단의 KCI 및 JAMS 등 공공기관 제공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으나, 그 플랫폼의 기능은 중복되거나 효율이 높지 못하다. 따라서 공공기관 제공 플랫폼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그 영향력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종 연구재단 지원 사업에서 오픈액세스를 보다 적극 장려해야한다.

오픈액세스를 계기로 연구자의 요청, 정부의 지원, 시민의 참여를 조건으로 하는 지식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기존의 상용학술정보업체 중심의 학술정보 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 공공성을 모색해야 한다. 지식 공공성의 구축을 위해 ‘연구자-정부-시민’의 거버넌스 및 학회지 편집인 및 학술정보 공유 협의회를 결성이 필요하다. 나아가 새로운 지식공유 플랫폼은 오픈액세스 전환 및 학술정보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 전주기 투고-출판 플랫폼, 학술지식을 다양한 형식으로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플랫폼과 새로운 학술지식 공유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새로운 지식공유 플랫폼의 구축은 기존 플랫폼의 불편함을 보완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연구자 문화의 개혁을 유도하고 연구자와 시민이 함께 학술지식의 공공성을 모색하는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지식공유 플랫폼의 구축과 동시에 학회 현실을 반영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학회 및 학술지의 보다 현실적 필요를 반영한 지원 정책, 양적 평가와 영어중심주의 극복을 위한 정책, 그리고 학술활동의 공공성과 연구자의 공적 책임 제고를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 제3세부과제는 인문사회 논문공유 플랫폼의 구축 및 운영 방안을 제안한다. 이 연구가 제안하는 지식공유 플랫폼은 학회들, 연구자들, 교사 및 기자들, 학생들, 일반 시민들, 사회적 기업, 출판사, 그리고 대학 및 연구소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맥락에서 그것은 현재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준)정부기관 주도적 오픈액세스와 차이를 갖는다. 한편, 그것은 현재 한국연구재단이 주도하고 있는 학술지인용서비스와 연동될 것이지만 그러한 서비스가 제공하는 기능들 이상의 기능들을 제공한다. 나아가 이러한 플랫폼의 구축은 단계적으로 실현될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현재 남겨진 과제는 자립화 이전 초기의 플랫폼 구축 및 확산 등에 필요한 자원의 확보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상적 방안 중 하나는 정부의 지원이다. 즉, 이 연구가 제안하는 사업에서 정부의 역할을 오픈액세스를 위한 서비스 전반을 제공하고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지원하고 운영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인문사회 지식공유 플랫폼의 필요성과 취지에 동의하는 민간분야의 지원이다. 즉, 이윤의 창출이 아니라 가치의 창출을 지향하는 본 사업에 동조하는 이들로부터 마중물에 해당하는 자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일단 초기 사업 자금을 확보해야 그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오픈액세스를 추진하는 복수의 연구자 단체들이나 학회들에 의해 이러한 초기 사업 자금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민간 분야에서 먼저 사업 자금이 확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사업 자금의 확보와 관련하여 민간과 공공의 지원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이에 정부나 준정부기관의 차원에서도 인문사회 지식공유 플랫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한다.

▶ 제4세부과제에서는 디지털 기반의 지식공유 플랫폼의 모델을 제안하고, 그 가능성을 이론적·기술적으로 설계한다. 인문지식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입장에서 서 있는 연구자들은 대부분 글쓰기 형식이 익숙하다. 디지털 환경에서 지식을 효과적으로 ‘유통’하기 위해서는 편찬된 지식을 데이터화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대중들이 지식을 ‘소비’하는 형식은 점차 선택과 조립에 기초한 모듈화 형식이 자리 잡아 갈 것이다. 전문가로서 연구자들이 지식을 생산하고 생산된 지식이 디지털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유통되고, 유통된 지식이 대중에게 자유롭게 소비되는 선순환 시스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해당 시스템은 연구자들이 생산한 지식으로서의 플레인 텍스트(plain text) 데이터가 대중이 소비하는 모듈화된 지식으로서의 시맨틱 데이터(semantic data)로 연계 가능하게끔 구축되어야 하며, 그에 최적화된 여러 가지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어야 하고 그것을 다루는 여러 주체(연구자, 일반대중)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학계는 분과 학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편찬된 지식의 공적인(official) 측면을 공공(公共)의 기준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러한 학술활동이 온전한 ‘공공’이 아니라 제한된 ‘권위’의 차원에서 수용되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더욱 빈번하며, 그로 인해 인문학술의 외연은 점차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公共) 개념을 구성하는 여타 요소로서 ‘공동체적(common)’, ‘공동적(public)’, ‘공개적(open)’ 측면이 현실에서 제대로 기능하고 그 영향력이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을 위해서는 디지털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학술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날로그 환경에서 분과 단위의 학회 및 학술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지식 편찬 및 유통 체계가 ‘시민을 위한 지식 제공’의 일방적 프로세스였다면,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로 편찬되고 공유되는 지식의 공론장은 ‘시민에 의한 지식 확산’의 쌍방향적 프로세스로서 공공성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책 제안】

1. 오픈액세스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한 정책 실천

▪ 한국연구재단ㆍ국립중앙도서관 등 2021년 8월의 정부 기관 등의 선언의 현실화ㆍ구체화
▪ 디지털집현전 사업 등과의 적실한 연계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인문사회과학자의 참여
▪ 학문분야별 자발적 오픈액세스 전환의 적극적인 지원책의 마련

2. 기존 오픈액세스 플랫폼의 발전과 유지를 위한 정책 실천

▪ RISS, KCI, JAMS 등 공공기관 제공 플랫폼의 효율성 제고 및 영향력 확장
▪ 연구재단 지원 사업 관련성과의 오픈액세스화

3. 새로운 지식공유 플랫폼의 구축을 위한 정책 실천

▪ ‘연구자-정부-시민’의 거버넌스 및 학회지 편집인 및 학술정보 공유 협의회 구축
▪ ‘연구자 주도 + 시민 참여’의 새로운 지식공유 플랫폼의 구축 지원
▪ 정부기관 플랫폼과 ‘연구자 주도 + 시민참여’ 플랫폼의 안정적 연결책 마련

4. 연구자 문화 개혁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 실천

▪ 학회 및 학술지의 현실적 필요를 반영한 지원 정책 마련
▪ 양적 평가와 영어중심주의 극복을 위한 정책 마련
▪ 학술활동의 공공성과 연구자의 공적 책임 제고를 위한 정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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