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평가 피로도 극심…평가정책 재설계 및 평가 간 역할분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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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평가 피로도 극심…평가정책 재설계 및 평가 간 역할분담 필요하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1.25 07: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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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구조개혁평가·대학기본역량진단 실질적 정책 목표는 정원 감축
- 유사 평가내용 반복으로 대학의 평가 피로도 극심
- 현장 확인 없는 보고서 기반 평가 의문
- 포스코로나19,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 재설계 필요
- 대학의 평가 부담 완화를 위한 평가 간 역할 분담 필요

 

대학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대학구조개혁평가뿐 아니라 대학기본역량진단 역시 실질적 정책 목표는 정원 감축이었으며, 유사한 평가 내용의 반복으로 대학의 평가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현장 확인 없는 보고서 기반의 대학기본역량진단의 평가 충실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2014년 1월, 정부는 대학교육의 질 제고와 학령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2023학년도까지 학생정원 16만명 감축을 목표로 대학을 평가하여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차등적 정원 감축을 위해 3주기로 구분한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정부는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적 정원 감축을 실시하고, 2017년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개선하여 재정지원과 연계하는 것으로 정책을 수정하여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수행했다.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일반재정지원 대학 선정으로 재정립하고 주요 정량지표를 활용하여 별도 재정지원 제한대학을 우선 지정하고, 재정지원대학으로 지정되지 않은 대학은 대학기본역량진단의 참여 여부를 선택하는 형태로 운영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대학기본역량진단은 2021년을 끝으로 총 3주기의 평가가 마무리되어야 하나 정부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최종 결과 안내 시 차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지속하겠다하여 향후에도 대학의 평가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후 “대교협”)는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대학기본역량진단의 쟁점을 확인하고 향후 정부 대학평가에 대한 제언을 제시한 2022년 제1호 <고등교육 이슈> 보고서 ‘정부 대학평가의 쟁점과 과제: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중심으로’(작성자: 서지영 선임연구원)를 발행했다.

보고서는 ‘△포스트 코로나-19,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 재설계 필요 △대학의 평가 부담 완화를 위한 평가 간 역할 분담 필요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반재정지원으로의 전환을 동반한 대학 적정 규모화 정책 추진 필요’를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대학구조개혁평가와 대학기본역량진단의 쟁점

▶ 표면적 정책 목표는 재정 지원 대학 선정으로 변경되었으나 실질적 정책 목표는 정원 감축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는 평가 결과를 정원 감축에 활용하는 것이었고, 2018,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의 평가 결과는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지원하는 재정지원에 활용하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에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평가 결과 활용의 주안점이 학령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원 감축 범위 설정에서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지원하는 재정지원으로
변경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가 평가결과에 따라 등급별 감축 범위를 적용하는 강제적 사후 감축이었다면 2018년,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신입생 충원율 배점을 상향 조정하여 대학이 평가 전에 사전 감축을 하는 방식으로 전후관계가 조정되었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평가 결과의 적용 주안점이 정원 감축에서 재정 지원을 위한 대학 선정으로 변경되었다 보여지나, 평가내용의 적용에 있어서는 신입생 충원율 배점 상향을 통해 정원 감축을 지속, 강화한 것이었다.

▶ 유사 평가 내용의 반복으로 대학의 평가 피로도 극심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지표 초안이 발표될 당시에도 평가내용이 현행 실시되고 있는 대학기관평가인증 지표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후 교육부에서도 대학에 과도한 평가 부담을 인식하고 향후에는 평가인증과 중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대학 평가나 심사지표는 3분의 1이상 줄이는 형태로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대교협에서는 대학의 평가부담 완화를 위해 대학기관평가인증과 대학기본역량진단(대학구조개혁평가)의 연계를 지속 건의하였다. 그럼에도 큰 변화가 없어 2019년 교육부와 대교협은 공동 TF를 구성하여 평가제도 일원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교육부-대교협 TF를 진행하였다. 교육부-대교협 TF를 통해 기본역량진단과 기관평가인증의 공통되거나 유사한 지표를 연계하기로 하고, 3주기 대학기관 평가인증에서 일부 지표의 산출식과 작성 양식 등을 통일하였다.

그러나 향후 2024년에도 대학기본역량진단이 지속된다면 대학기본역량진단과 대학기관평가인증으로 양립되어 있는 평가를 모두 받아야 하는 대학의 평가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 현장 확인 없는 보고서 기반의 평가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사용하는 정성지표는 과정 영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전반적으로 제도의 유무, 관련 조직 체계, 운영 실적, 환류 체계 구축 등을 포함하고 있고, 이는 각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일정 정도 반영되어 있다.

고등교육에서 특히 교육과정의 질은 교육에 참여하는 주체에 의해, 교육이 처한 대학 내 상황에 따라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변화 의지와 질적 개선 노력이라는 실천적 맥락 안에서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현장을 보지 않고 대학이 제출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학생 지원 계획 및 프로그램 운영성과를 판단하는 것만으로 교육과정이 가진 내재적 질과 가치에 대한 부분을 얼마나 충실히 측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 향후 과제

▶ 포스트 코로나-19,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 재설계 필요

<표 3>에서와 같이 15%내외의 대학을 선별하기 위해 대학 간 불필요한 소모적 경쟁 유발로 전체 대학에 평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일부 대학을 부실대학으로 낙인찍는 평가가 지속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2014년 대비 2021년의 입학정원을 비교하면 약 2만 9천명의 정원이 감소했고, 2014년 대비 2017년 입학정원이 약 2만 4천명 감소했다. 이는 2015년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통해 감축하고자 했던 4만명을 달성하지는 못하였으나 상당한 감축이 이루어졌다 할 것이다.

그러나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따른 입학정원 감축은 상당 부분 평가 결과와 무관한 재정지원사업의 영향임을 감안할 때 정원 감축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고등교육의 양적 규모를 조정하려는 정책 목표와 9년 동안 3차례의 평가에서 적용된 평가(진단) 지표가 고등교육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 부합하는 정책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 대학의 평가 부담 완화를 위한 평가 간 역할 분담 필요

대교협에서는 대학의 평가 부담 완화를 위해 대학기관평가인증 평가 결과를 활용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건의하였고, 2019년 교육부-대교협 TF를 통해 협의한 바 있다. 정부의 대학평가가 지속되는 한 현재와 같은 평가 고부담 구조의 개선을 위해 정부의 대학평가와 고등교육법 제11조의2(평가)에 근거한 대학기관평가인증의 역할과 관계 설정은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대학의 평가 부담을 이유로 어느 하나를 무조건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당위적 논리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고등교육 재원 확보를 위한 법적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평가 기제없이 예산 당국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대학기관평가인증은 국가 간 고등교육인구의 이동이 급증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의 고등교육 질 보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고등교육법시행령 등에 기반하여 외국대학과의 교류 및 교육과정 운영에 활용되고 있다.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은 6개 정량지표의 최소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여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우선 선정하고,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지 않은 대학 중 참여 의사에 따라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시행하였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이 대학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보고서 기반의 평가를 수행하고 있기에 다음과 같은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o 정부의 대학평가: 정량지표 중심의 최소요건을 확인하여 재정지원 여부 결정
o 대학기관평가인증: 대학 현장에 기반한 정성지표 중심의 최소요건을 확인하여 고등교육의 질 보증 및 개선 유도

▶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반재정지원으로의 전환을 동반한 대학 적정 규모화 정책 추진 필요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른 일반재정지원(대학혁신지원사업)과 연계하여 우수 적정규모화 계획을 수립한 대학에는 추가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한편, 권역별 기준 유지충원율을 미충족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미충족 규모에 따라 정원 감축을 차등 권고하고, 미이행 시 일반재정지원을 중단한다.

o 2022년 점검 기준 미충족 시 2023~2024년 정원 감축 권고 → 미이행 시 2023년 사업비 중단
o 2023년 점검 기준 미충족 시 2024~2025년 정원 감축 권고 → 미이행 시 2024년 사업비 중단

대학 등록금을 주 재원으로 하는 우리나라 대학에서 정원 감축은 대학 운영의 중요 요인이기에 감축 결정이 쉽지 않은 부분이다. 정부가 향후에도 대학정원과 재정지원을 지속적으로 연계하고자 한다면 대학기본역량진단과 같은 한시적 사업 형태의 지원 구조를 안정적 지원 구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2조원 이상으로 대폭 증액하여 등록금 동결 및 입학금 폐지에 따른 수입 결손액, 국가장학금 2유형에 따른 교내장학금 추가 부담액을 보전하는 수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 정책에 의거한 사안임을 감안하여 경상비 사용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안정적 지원 구조 정립을 위해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제정과 고등교육세 신설 등의 법적 기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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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2022-01-26 18:36:15
결국 정원감축을 필요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는 교육부이니, 교육부도 책임을 통감하고 솔선한다는 의미에서 대학 정원감축과 아울러 교육부 정원을 0으로 만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도 돈 몇 푼을 미끼로 대학을 저렇게 괴롭히는 사례를 찾을 수 있나요? 가령 해외 국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재정 교부는 어떤 원칙과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알려주시면 좋겠군요. 버클리나 뉴욕주립대, 파리대, 베를린대에 대한 국가 예산 투여가 한국과 같이 저런 식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그랬다가는 정권이 날아갈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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